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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Jun 24. 2024

싸이, 글로벌 떼창 히트메이커

유퀴즈온더블록을 보고 2


가수를 재정의하다

싸이는 처음에 나왔을 때 가수에 대한 정의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기성 가수와는 완전히 차별화돼서 '이게 무슨 가수야?'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노래를 상당히 잘 부르거나 댄스를 멋지게 추거나 꽃미남으로 잘 생기거나 이 중 한 두 개를 동시에 갖추는 직업이 가수였다. 그런데 싸이는 퍼포먼스 중심으로 무대를 흥분시켰고 당시 '나 완전히 새됐어'란 말을 유행시켰다. 엽기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월드 대스타가 됐다.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를 말춤으로 들썩이게 했다. 너도 나도 국적에 상관없이 말춤으로 대동단결되는 모습은 신기했다. 당시 월드스타란 표현이 상용화되지 않아 기자들이 그를 국제가수라 불렀는데 싸이는 기자들에게 이 지칭을 자제해 달라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대신 대중가수라 불러달라 했단다. 그럼에도 국제가수 싸이란 제목으로 신문에 도배됐지만 말이다.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

그는 대중이 원하는 노래를 불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했다.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가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노래를 불러왔고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 다 아는 노래가 콘서트장에 울려 퍼질 때 그 희열감을 아는 듯했다.


최근 주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재즈 라이브 공연을 봤다. Fly to the moon, L.O.V.E,  Bésame Mucho 등 노래는 익히 들어온 노래라 줄곧 흥얼거리면서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음률에 따라 춤을 살짝 추기도 하면서 말이다.


반면 재즈 보컬리스트가 소개하는 관객에게 새로운 노래는 그저 가수를 바라보면서 멋진 노래를 '감상'할 수밖에 없으며 '참여'할 순 없다는 점이 떠올랐다. 노래의 일부가 되어 함께 따라 부르고 흥얼거리는 즐거움은 관객과 가수가 함께 할 수 있는 최대의 즐거움이었다.


한국인의 떼창은 전 세계적으로도 화재다. 한국 관객의 흥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한데, 가수가 한국에서 콘서트 할 때 팬들이 노래를 일제히 따라 부르는 문화다. 한국인은 노래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따라 부르면서 참여하고 싶어 하는 '흥의 민족'이다. 외국가수가 내한공연장에서 가사를 까먹었는데 관객이 대신 불러서 내한가수가 감동을 받는 유튜브 영상들도 종종 보인다.


싸이가 흥의 민족이란 점을 보여주듯, 전 세계인들을 그의 춤과 노래로 들썩이게 했다. 대중이 원하는 노래를 불러 관객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게 하는 등 퍼포먼스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콘서트장을 어느 종교단체의 미친 광란의 장처럼 만들었다. 콘서트장을 가본 적이 있거나 본 적이 있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짐작할 거다.


싸이가 아직도 담백하게 대중가수라고 불리길 원한다니 사뭇 의외였다. 그런데 이유지금의 싸이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관객의, 객에 의한, 객을 위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게 싸이가 '국제가수'가 된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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