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주민이 되어간다

by SHUN

치앙마이 주민이 되어간다


치앙마이에 온지도 어느덧 일주일 째다. 본격적인 생활을 시작한 지는 정확히 5일째. 지금까지의 생활은 아주 만족스럽다. 심심할 틈이 없을 정도다. 주책 맞게도 혼자 시간을 너무 잘 보낸다.

일상은 대충 이렇다. 아침 9시경이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알람을 안 맞춘다). 사실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6-7시쯤) 워낙 올빼미족 성향이 강하다 보니 전날 밤 일찍 잠들지 못한다. 7시쯤에 눈을 떠도 다시 자게 되고, 눈을 뜨면 9시다. 마음 같아선 바로 운동을 하러 가고 싶은데, 보통 전날 오후 6시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으니 미친 듯이 배가 고파 밥부터 먹는다. 빵, 과일, 요거트, 씨리얼, 우유, 커피 정도. 이렇게 먹으면 변 무지 잘 나온다(태국 와서 하루에 꼭 한번 이상은 화장실 가는 것 같다). 밥 먹고 치앙마이 정보 좀 찾아보고 하다 보면 11시쯤 된다. 밖으로 나갈 시간이다. 요즘 치앙마이는 11-15시 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괜찮은 날씨다(예측 못하는 소나기가 내리긴 하지만 거의 금방 지나간다). 그래도 더우니까 거의 반팔에 반바지 빼숀. 자전거를 타고 (작업하기)적당해 보이는 카페를 찾는다. 치앙마이엔 정말 어마어마하게 카페가 많다. 우리나라만큼 면적 대비 카페 많은 나라도 없을 거야 했었는데 대항마를 찾은 기분이다. 그래서 매일 다른 카페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저녁 먹기 전까지 작업한다(요즘은 글 교정작업 중). 머리가 과부하가 되어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즈음이 되면 빨리 밥을 먹으러 가라는 신호다. 그게 보통 오후 5-6시쯤인 것 같다. 그럼 구글맵을 켜고 주위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살펴본 후 그곳으로 밥 먹으러 간다. 아직까지 완전 실패한 곳은 없는 듯! 밥을 먹으면 어두워진다(오후 6시부터 급격하게 어두워져 3-40분 내로 깜깜해진다). 그럼 집으로 돌아가 운동을 한다(gym이나 수영장을 이용한다. 솔직히 수영장은 물놀이 정도만 가능한 크기여서 기분전환할 때만 들어간다). 그럼 하루가 끝난다. 하루 겁나게 빠르다.

IMG_8560.jpg 아침은 이런식으로 먹는다. 잼은 숙소 옆 유명한 빵집에서 사온 망고 잼.
IMG_8553.jpg 하늘 보는 맛이 쏠쏠한 루프탑 수영장


짠내 나는 생활에도 맛있는 건 먹어야겠어


내가 묵는 숙소는 전기세와 수도세를 따로 내야 한다(치앙마이 대부분의 숙소가 거의 그러하다). 그래서 전기나 물을 마음껏 쓰지 못한다. 수시로 사용량을 체크하고 있는데, 정말 짠내 나는 수준으로 사용 중이다(일주일 정도 됐는데 아마 3,000원도 안 나왔을 거다). TV는 원래 안 봐서 코드를 아예 뽑아놨고, 당연히 에어컨도 쓰지 않는다. 정말 못 참겠을 때 한 2분 틀어 놓나. 아, 짠내나. 땀내도 나는 듯...

아끼는 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사실 지금 빨리 끝내야 하는 작업이 있어서 치앙마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카페랑 식당에 좀 집착을 하게 된다. 작업하려면 어차피 카페나 식당을 찾아야 하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양한 카페와 맛있는 식당에 가보자 하는 것이다. 맛있는 걸 먹어야만 하는 아주 단순명료한 이유다.

오늘 찾았던 블루 다이아몬드 Blue Diamond는 아주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치앙마이 아보카도'라고 검색해서 나온 곳에 찾았던 것인데, 검색어에 충실하게 제대로 아보카도 천국이었다. 아보카도 메뉴판이 아예 따로 있더라니까. 내가 주문한 음식은 아보카도 치즈 치킨 샌드위치, 아보카도 샐러드, 오렌지 주스. 주스랑 샐러드가 먼저 나왔는데 꽤나 큰 보울 크기에 놀랐다. 샌드위치까지 나오고 나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양이 꽤 돼 보였는데 그런 걱정이 민망하게 싹 다 비워 버렸다. 샐러드는 그냥 평범했는데 아보카도가 다 커버 쳐줬고,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었다. 따뜻한 호밀빵 사이에 구운 닭가슴살과 녹아내린 치즈, 그리고 아보카도로 화룡정점을 찍었는데 고소하고 담백한 것이 꼭 나를 위해 태어난 아이 같았다. 자주 찾을 것 같다는 아주 강렬한 예감이 든 식당이었다(심지어 거리도 자전거로 7분 정도로 가까운 편).

IMG_8832.jpg 이렇게 먹어도 만 원을 넘지 않는다. 다들 치앙마이, 치앙마이 하는 이유를 알겠죠?


자전거는 인도로? 차도로?


치앙마이에서 자전거를 탄지 일주일이 되어가니 점점 자전거 마스터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일단 치앙마이는 교통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다. 물론 방콕 같은 도시보다야 훨씬 낫지만 그래도 체증이 심하고 스쿠터가 많아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 많다. 특히 올드타운의 해자를 따라 깔아놓은 도로는 전부 일방통행으로 되어있어서(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 스쿠터나 자전거가 역방향으로 들어왔다간 사고 날 위험이 배로 높아진다. 나는 처음에 구글 맵을 도보로 설정해놓고 따라가다가 20분간을 역방향으로 달려야 했다(비를 뚫고 한인회에 갔던 그날 말이다).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인가 긴가민가 하는 중에도 역으로 달려오는 차나 오토바이 때문에 무서운 나머지 나중엔 그냥 인도로 올라가서 페달을 밟았는데, 인도에는 사람이 지나다녀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고, 바닥의 타일이 깨져있거나 경사가 심한 부분이 많아 나의 엉덩이를 혹사시켜야만 했다.

그리하여 깨달은 사실은 자전거는 그냥 원동기나 자동차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맵으로 검색할 때도 차로 설정해놓아야 한다. 그럼 차가 갈 수 있는 방향만 알려주기 때문에 역방으로 달릴 일이 절대 없다. 조금 돌아갈 수는 있지만, 역방으로 달리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물론 앞 뒤 옆으로 쌩쌩 지나다니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조금 무섭긴 한데... 내 자전거가 너무 후져서 불쌍해 보였는지 다들 알아서 비켜주시더라.

이젠 자전거 마스터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주 당당하게(마치 오토바이를 몰듯이) 후진 자전거를 몰고 있다. 쭈뼛쭈뼛하다가는 그냥 사고 나는 거야! 자전거라도 이리저리 눈치 보지 말고 아주 당당하게 다니면 차들이 알아서 피해 준다. 나는야 파워 자전거!

IMG_8388.jpg 후진 나의 자전거, 후지스(Hoozys)


놀랍도록 머리가 잘 돌아간다


치앙마이에서 지내면서 놀라고 있는 점이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놀랍도록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나머지 두 개는 놀랍도록 똥이 잘 나온다는 거, 그리고 놀랍도록 근심 걱정이 없다는 거). 정말 머리가 잘 돌아간다. 요즘 퇴고 중인데, 한국에 있을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 많이 보여 놀랍다(그리하여 글이 너무 구리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너무 놀랍다). 부대에선 한 시간 내내 앉아서 한 자도 쓰지 못한 적이 허다했는데, 여기선 어디에 앉아서든 누워서든 물구나무 서서든 뭔가가 술술 써진다. 물론 쓰레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술술 써지는 내 기분은 너무나 행복하다는. 이래서 환경이 중요하다고들 하나보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이 꽤 돼서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닌데도 천하태평으로 여유로운 것도 놀랍다. 될 대로 되라지~가 아니고 어떻게든 된다는 확신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싶긴 하다. 그리고 싶은 그림이 너무 많은데 그 그림들을 그릴 여유가 없기 때문.

IMG_8503.jpg 사실 이런 환경에서 머리가 안 돌아가기도 힘들죠

여행정보

블루 다이아몬드 Blue Di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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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들이 많이 찾는 브런치 식당인 듯했다. 유럽인 손님의 비율이 90%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니까.

에어컨은 없다. 자전거를 타고 온 상태라 꽤 더워 에어컨이 있는 실내 공간을 바랐지만 그런 거 없었다. 그래도 야외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더위가 식었다.

브런치가 메인인 듯 하지만 타이 푸드까지 골고루 다 팔고 있다. 어떤 서양 남자가 팟타이를 맛있게 먹고 있더이다. 매장 안쪽엔 비건을 위한 다양한 재료나 베이커리도 팔고 있다.

아보카도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이니,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나 같은)사람이라면 찾아가 볼 만하다. 나는 몇 번이나 더 찾아갈 것 같다.

가격은 내가 먹은 아보카도 치즈 치킨 샌드위치가 105바트, 아보카도 샐러드가 120바트, 오렌지 주스가 65바트로 완전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이 정도 브런치 먹으려면 이 만원 넘게 깨진다는 거. 그러니 두 번 머겅, 아니 세 번 머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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