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레스토랑의 찹쌀밥 튀김 ; chiang mai, 2017
"치앙마이에 있으면서 뭐가 제일 좋았어?"
제일 좋았던 것을 묻는 질문은 날 곤란하게 만든다. 너무 많아서 손가락 열 개로는 부족한 데다 좋아하는 것에 순위를 붙이는 일이 썩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색깔을 지녔을 뿐, 크기나 무게를 달아 저울질하고 싶지 않다. 사실 치앙마이는 그만큼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어둠을 걷으면 방 안 가득 차는 쨍한 햇빛을 좋아했다. 보기 좋게 잘 구워진 햇살 한 조각이면 정신이 번쩍 드는 달콤함이 하루 종일 입안을 맴돌았다. 마을의 지붕들을 좋아했다. 포스터물감으로 칠해놓은 파란 하늘 아래로 빨강, 초록, 파랑, 알록달록하게 솟은 지붕들은 한 폭의 그림 같아 보였다. 한 번은 동네를 산책하며 하루 종일 지붕들을 카메라에 담았던 날도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펼쳐지는 초록세상을 좋아했다. 올리브 그린, 옐로우 그린, 에메랄드 그린, 세상의 모든 초록색을 뿌려놓은 녹음은 숨 쉬는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미세먼지가 극성인 요즘의 서울을 보면 그런 초록세상이 존재하나, 꿈속에 다녀왔나 싶어 지기도 한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아, 그곳이 있었지. 제일 좋아하던 식당, 미나 레스토랑. 미나 레스토랑은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동안 세 번이나 방문한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식당이다. 그 첫 만남은 가이드 북에 소개된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었다. 다섯 가지 색깔의 쌀로 모양을 낸 삼각김밥과, 비비드한 컬러의 꽃과 풀잎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음식과 음료들, 누가 봐도 시선을 끄는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음식 사진이었다. 숙소에서 오토바이를 타고도 30분 정도는 가야 하는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지만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경험상 한 번 정도는 가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세 번이나 가게 된 걸 보면 보통 좋았던 게 아니었나 보다.
가장 좋았던 것을 묻는 질문은 곤란하다고 했지만 이 식당의 메뉴만큼은 예외다. 이곳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추천할 수 있는 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곳의 음식들은 화려한 비주얼 때문에 맛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먹어본 모든 메뉴가 다 맛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나는 건 다름 아닌 바로 찹쌀밥 튀김이다. 찹쌀밥 튀김은 메인 메뉴가 아닌 사이드 메뉴로, 짭짤하게 간을 한 찹쌀밥에 계란물을 묻혀 기름에 튀겨낸 쫀득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던 음식이다. 마사만 커리(닭고기가 들어간 태국식 커리)같이 맛과 향이 진한 메뉴와 함께 곁들이면 더 좋은 음식으로 단품으로도 주문이 가능했다. 어렸을 적 소풍 갔다 온 다음 날 아침이면 엄마는 전날 남은 김밥을 계란물에 부쳐 내어주곤 했었다. 찹쌀밥 튀김에선 그 맛이 느껴지도 해, 식사를 하다 말고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찹쌀밥 튀김을 먹어야만 미나 레스토랑에 왔다 가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에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면 쫀득쫀득한 기분이라고 하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도 쫀득쫀득하게 떨어지니, 쫀득쫀득한 식감의 찹쌀밥 튀김과도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쫀득쫀득한 기분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지 않았던 치앙마이 생활중에도 세 번씩이나 이 식당에 발을 내밀었던 것 같다. 아마 쫀득쫀득한 기분에는 찹쌀밥 튀김 말고도 많은 재료가 담겨있었을 것이다. 식당을 감싼 녹색 공기 세 스푼, 나무 사이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두 방울,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의 기분 좋은 미소 다섯 조각,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찾아온 산뜻한 나른함 세 컵까지. 재료들을 잘 섞어 오븐에 구워내면 쫀득쫀득한 기분이 완성된다. 그러니 쫀득쫀득한 기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맛있는 재료들을 듬뿍 넣어버렸으니. 쫀득쫀득한 기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데, 오늘은 아쉬운 대로 김밥에 계란이라도 부쳐먹어 볼까.
BACKPACKMAN 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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