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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un Jul 06. 2020

첫 아르바이트

처음, 설렘과 두려움의 끝없는 교집합



  "처음 뵙겠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찾은 장소는 평소에도 자주 찾았던 대형마트였다. 지하 2층 식품코너에 위치한 정육 코너에선 돈가스, 소시지, 떡갈비 따위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넣었다.

 하루 열 시간 이상 일 해야 하지만 그만큼 목표한 여행 예산을 가장 빨리 모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돈가스든 소시지든 어떤 업무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목적은 오로지 돈. 돈 뿐이었다.


 첫 면접, 그 장소는 매장 한가운데였다. 면접이라 하니 사무적인 그림을 상상했는데, 나의 면접은 순식간에 스탠딩으로 진행되었다.

 지하 2층 식품 코너로 내려가 구석에 위치한 정육 코너를 찾았다. 매장에는 앞치마를 두른 40대쯤으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서 있었다.

 그녀는 본인을 '팀장'이라 소개했다. 장사를 하던 도중에 찾아온 나의 방문이 그리 달갑진 않아 보였다.

 첫인상 또한 범상치 않았다. 숱이 많은 짙은 눈썹과 진한 쌍꺼풀, 유난히 큰 눈은 툭 튀어나온 눈썹과 광대 때문에 더 부각되었다. 각 진 턱과 허스키한 목소리는 흡사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를 떠오르게 했다.

 "나이가 어떻게 된다고 했죠?"

 "스물 셋 입니다."

 "일은 해봤고요?"

 "아뇨, 처음입니다."

 "언제부터 할 수 있다고 했죠?"

 "당장 내일부터라도 가능합니다.“

  프리다 칼로 팀장님은 진한 눈썹을 한번 들썩이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얘기했다.

 "오늘 중으로 연락 줄게요.“

 다시 고개를 돌린 팀장님은 걸걸한 목소리로 장사를 이어갔다.


 아아, 떨어졌구나. 직감적으로 예상했다.

 꾸벅 인사를 드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출입문 밖을 나섰다. 아무리 알바라지만 5분 만에 끝나버린 면접에는 희망을 걸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바깥에는 굵은 꽃소금 같은 하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주머니에 양 손을 꽂아 넣은 채 하얗게 번지는 입김을 바라보며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쉽지만 두 번째로 봐뒀던 집 앞의 빵집으로 가야 하나, 최후의 보루였던 새벽 택배 승하차 알바를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다른 선택지들을 떠올렸다.

 잡다한 생각과 함께 어깨 위로 하얀 눈이 가늘게 쌓일 즈음, 집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위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번호로부터 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


 '내일부터 나와 주세요.'


 프리다 칼로 팀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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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ct : shun-y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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