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자까 Jun 16. 2019

당신이 경제맹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 역사, 홍춘욱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생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큰 돈을 만지기 시작하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예전에 금융에 관련된 책을 지인의 추천을 받고 읽은 적이 있었다. 작년 여름이었는데 끝까지 읽긴 했으나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 그 책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금융맹이고 경제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홍춘욱 박사님의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접하게 되었다.



<돈의 역사>에서는 19세기 영국이 어떻게 세계 최강의 해군을 육성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영국이 강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돈’이었다. 17세기 영국 왕실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1688년의 영국 국왕 제임스 2세는 벽난로세를 부과하는 등 각종 세금을 걷어 국민들의 재산을 강탈했다. 또한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이에 빡친 영국의회는 국왕 제임스 2세를 끌어내고 네덜란드에서 온 윌리엄 3세를 새로운 국왕 자리에 앉히는데, 이를 명예혁명이라고 한다.


명예혁명을 통해 신뢰를 얻게 된 영국 왕실은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다. 혁명 이후 국채금리는 10%에서 6%까지 단번에 내려왔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가 안전해졌다고 볼 수 있다. 내 돈을 떼 먹힐 위험이 없다면 적은 수익률(이자율)에도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국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여 전열함을 만들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통해 전쟁을 대비할 수 있었고 영국은 최강의 해군을 갖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 유럽과 동아시아 중 어느 곳이 더 부유했을까? 지금은 유럽이 훨씬 더 부유하기 때문에 과거에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동아시아가 더 잘 살았다고 한다. 중국 명나라 때까지만 해도 유럽보다 중국이 더 잘 살았다. 그런데 잘 나가던 명나라가 망해버렸는데, 그 이유도 돈 때문이었다. 명나라때 갑자기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 먹을거리가 많이 부족해졌지만 명나라 황제는 재정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 결국 청나라에게 나라를 빼앗겨 버렸다.



그 후 18세기에 들어서 영국과 미국북부에서 산업화가 일어났다. 산업화가 생긴 이유는 다름아닌 임금의 상승 때문이었다.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임금이 비쌌기 때문에 기계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중국은 인구가 급격이 늘어나서 임금이 낮았다. 그래서 기계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너도나도 싼 값에 일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조업과 농업의 차이도 있었다. 제조업에서는 포드가 분업화를 도입함으로써 생산력을 엄청나게 높였다. 그럴수록 생산량은 더욱 늘어갔다.(수확체증) 그러나 농업은 노동력을 아무리 많이 투입한다 하더라도 생산성 증대에는 한계가 있었다.(수확체감) 논 하나에서 쌀을 아무리 많이 키워봐야,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해봐야 거둘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 이런 차이가 서양과 동양의 성장차이를 만들어냈다.


1929년 미국에서는 대공황이 발생했다. 1929년부터 1933년까지 경제가 침체되었다. 그 원인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였다. 너도나도 돈을 빌려서 투자를 했다가 어느 시점을 넘어서자 주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미 연준(미국의 중앙은행)은 오히려 금리를 올려버렸다. 당시에는 미국이 금본위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리를 낮추면 미국의 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날려버렸고, 심지어 금리를 올림으로써 예금 금리가 올라가고 대출 금리가 올라가자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니 물가는 점점 내려가고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이 시기의 독일은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했다. 정부가 나서서 돈을 풀었던 것이다. 인프라 건설을 하는 등의 재정 확대를 통해 독일은 가장 빠르게 경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은 1971년에서야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서 경기 부양과 긴축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경기순환이 점점 길어지고 안정적으로 변했다. 대신에 금본위제의 폐지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일으키면 소비가 늘어서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반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옆나라의 일본처럼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쭈욱 돈의 역사를 한 번 돌아 보았다. 여기서 빼 먹은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의 역사이다. 과거의 우리나라는 저임금, 저학력, 토지분배의 불평등이라는 3 콤보를 갖고 있었다. 1950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농지개혁을 했는데 이를 발판으로 경제성장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신흥국 중에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이 유일하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나는 투자자로서 이 책을 읽었다. 투자를 함에 있어서 거시경제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단순히 역사와 경제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투자에 대한 조언도 서슴치 않는다. 금리가 높다고 무조건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 성장성이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등 실제 투자에 도움이 될 조언도 많다.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기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다만 경제에 대한 기초지식은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홍춘욱 박사님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려고 하시는게 느껴졌지만 나의 한계(나는 금융경제맹이다!)로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 하지만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거대한 나무의 기둥과 같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경제공부와 투자공부를 함에 있어서 이 책에서부터 가지를 펼쳐 나가면 어떨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