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만큼 찐해지는 소금 간
지난 주말에 본가를 다녀왔다.
주 중에 아내의 생일이 있어서 미리 주말에 식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본가에서 미역국을 만들 작정이었다.
아내 생일을 축하하고 내 요리 솜씨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미역국만큼은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어머니는 미역국도 만들어두셨다.
"내가 만들려고 했는데...ㅠㅠ"
조금은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넌 앞으로도 해줄 수 있는 날이 많잖아.
어서 손 씻고 식사하자."
미역국 한 술을 떠서 먹어보니 짠맛이 났다.
"여보, 국이 짜면 물을 조금 타서 들어요."
아내는 내 말을 듣고 적당하다며 밥을 말아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나서 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해서 잘 왔다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도연 엄마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 주고 생일 아침에 네가 미역국 끓여줘라.
그리고 요즘 간을 잘 못 보겠어.
소고기 장조림이 짜면 물 더 넣고 끓여서 도연이 먹이렴."
"네, 고생 많으셨어요. 어머니, 편히 주무세요."
"여보, 어머니 음식의 간이 조금 짠 거 같지?"
아이스박스에서 음식을 꺼내 정리하던 아내가 말을 걸었다.
"그래... 아까 미역국도 짰어?"
"응, 어머니 앞에서 물 부어서 먹긴 그렇잖아. 그래도 맛있게 먹었어."
"당신도 고생했네."
이불에 눕자 문득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나눈 25년 전 대화가 생각이 났다.
"엄마, 육개장이 너무 짜.
짜게 드시면 건강에 좋지 안다고 하니 소금 적게 해요."
"그래? 니 아버지는 그냥 드시던데...
둘만 있으니 간을 봐달라고 할 사람도 없고 그렇네...
짜면 네가 맞춰서 먹어."
"알았어 엄마. 아이~속상해."
어릴 적 본가와 외갓집이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었다.
외할머니는 음식을 만드실 때 우리 식구도 생각해서 만드셨다.
내 나이 40, 이제야 25년 전 어머니가 말했던 "속상함"의 느낌을 알게 되었다.
내게 그 분은 삶의 처음부터 외할머니였다.
하지만 어머니에겐 항상 의지해 온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미각이 둔해지며 늙어 가고 있음을 짠맛에서 느끼셨던 것이리라.
가슴속 한 구석에서 쓰라림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말없이 짠 음식을 먹어준 내 아내와
하늘나라에서 함께 하시는 외할아버지가
참 고맙고 보고 싶었다.
어머니, 저도 참...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