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부터 육아시간으로 2시간 일찍 퇴근을 하고 있다.
4시부터 아내가 귀가를 하는 7시는 내 일과 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면 손을 씻기고 간식을 준다.
빨래 거리를 모아서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어제 빨아서 널어둔 옷이 있다면 접어서 정리를 한다.
그다음, 마지막 일과로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이 순간 내가 가장 고마워하는 존재는 youtube의 보람이, 뽀로로, 로보카 폴리이다.
(보람 튜브가 잘되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이 많아서 인가 싶다.)
요리를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밥 짓기다.
쌀알이 밥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가장 길고
쌀 뜰 물을 찌개나 미역국의 국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내의 귀가 후 저녁식사를 위해 밥을 푸는데 뉴스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국내 모 기업의 즉석식 밥에서 후쿠시마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밥을 풀 때 이런 기사를 들으니 내가 참 뿌듯했다.
난 아내와 아이의 식사에 아직까지 즉석식 밥을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여보, 결혼 잘한 거 같지?ㅎㅎㅎ"
이런 농담도 아내에게 건네며 말이다.
식사를 끝내고 차 한잔 마시며 할머니와 밥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외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논농사를 지셨다.
그래서인지 밥상머리에 대한 교육도 철저하셨다.
소리 내서 씹으면 안 된다는 등 예절뿐만 아니라 밥알을 남기지 않도록 하셨다.
미리 먹을 수 있는 양을 정해서 먹으라는 것이었다.
먹다가 배부르면 버릴 수도 있지 왜 이러나 싶었다.
그러다 추수철에 우리가 보낸 도정 전 쌀가마 20개가 13개 포대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벼에서 1개의 쌀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 임을 알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나는 밥을 절대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밥과 관련된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하나 더 있다.
외할머니는 내가 시골집에 간다고 하거나 집에 있으면 항상 밥을 새로 하셨다.
돌아가시기 몇 해 전, 건강이 나빠지신 후에는 밥을 새로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할머니, 괜찮아요. 이제 전기밥솥도 있으니 만들 때 많이 만들어 두세요."
"그게 다 정성인데... 사람 구실을 못하면 빨리 가야지."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는 밥을 푸실 때 아담한 동산의 산봉우리처럼 이쁜 밥 모양을 만드셨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외할머니에게 신앙은 밥이 아닐까 싶다.
그런 분임을 알기에 외할머니의 저 말씀은 지금도 기억에 남을 깊이 남아있다.
우리가 항상 먹어온 한식이 맛있던 이유는
정성을 담아 진짜 햇반을 만들어주신 할머니, 어머니 덕분이 아니었을까?
내가 받아온 사랑을 아내와 아들에게도 전할 수 있을까?
자신은 없지만 시도는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