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해우소

무한도전의 의미

갑질로 인한 상처 치유

by 도연아빠

2005년 5월 어느 날로 기억한다.

이 시기에 신입 공무원들에게 힘든 행사가 많다.

그중 최악은 직장 단합대회다.

등산하자 영화보자 축구하자 등 유형별 요구도 다양하고 전 부서가 함께하자 부서 별로 하자 등 등 행사 전까지 의견 통합도 어렵다.

이 결정이 늦어지면 대형버스 및 식당 예약 등 모든 것이 큰 부담이다.


결국 단합대회는 등산과 축구를 함께할 수 있는 곳

식사는 백숙과 삼겹살이 가능한 곳

행사 전에 귀가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에게 가까운 장소를 구해서 행사를 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안도감에 젖어있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직원 중 한 명이 술에 취해서 버스 기사님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5월 초순 경에 덥다고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이야기하다 싸움이 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다른 남자 직원들까지 싸움이 일어났고 난 이 싸움까지 말리다 몇 대를 맞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버스 기사에게 시비를 건 직원은 주폭으로 유명한 사람으로 버스에 태우기보다 다른 직원의 자가용으로 복귀를 시키곤 했단다.

'중요한 정보를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

그날의 금요일 밤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토요일에도 관사에서 나오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 무심코 틀어놓은 TV에서 무모한 도전이 방영되고 있었다.

목욕탕 욕조 안에서 바가지로 물을 빨리 빼는 시합을 하고 있었다.

몇 주 전에 기차와 달리기, 황소와 줄다리기 편을 본 기억이 났다.

'이거 계속하네...'

https://youtu.be/T5S-BnjfS1M



난 이 프로에서 2명이 인상 깊었다.

박명수, 정형돈

당시 박명수는 30대 후반

정형돈은 개콘에서 MBC로 막 이적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2명은 정말 힘들어 보였고

당시 유재석 씨가 방송 시작 전 말하던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성에 딱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TV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 2명을 보고 드디어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프로그램 내용들은 출연자가 승리할 수 없는 갑질형 포맷이었다.

이런 갑질을 평균이하의 사람들이 유머스럽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그날부터 매주 무모한 도전 그리고

무한도전을 보는 애청자가 되었다.


며칠 전 놀면 뭐하니에서 무한상사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유재석, 정준하

20대의 내게 박명수, 정형돈 씨가 힘이 된 것처럼

40대의 내게 묘한 느낌을 주웠다.

회사에서 잘리고 하는 일이 안돼도 옛 직장 동료와 우연히 만나보고 싶은 기분...

새로운 사람보다 옛사람이 그리워지는 요즘의 내게 웃음을 주웠다.


무한도전에서 나온 콘셉트로 간간히 이렇게 보여주면 참 좋겠다.

함께 살아가는 기분을 주니 말이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갑질은 아마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