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해우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연아빠 Feb 02. 2024

인구감소와 중대재해처벌법

목숨의 가치

아버지는 1948년생이다.

1998년 IMF로 방직회사가 문을 닫은 이후에

수건에 염색을 하는 공장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곳에서 아버지는 하수구로 배출되는 오폐수의

산성도를 조절하는 일을 하셨다.  

아버지가 이야기해 주신 말을 떠올려보면

산성도를 약화시키는 약품을 폐수에 넣어서 중화시킨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1998년부터 2014년까지 그곳에서 근무를 하셨다.

정년인 2008년에 회사를 그만두셨는데

7개월이 지나 회사에서 다시 아버지를 찾아온 것이었다.


회사에서 아버지를 다시 고용한 것은

산재사고 때문이었다.

아버지 퇴사 후 신규로 들어온 근로자가

폐수에 떨어져 사망하고 만 것이다.

아버지 말로는 약품 처리하는 기계가 오래돼서 고장 날 때가 있는데

그때 함께 일하는 동료랑 손발이 잘 맞아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회사는 약 3년 후에 약품처리 장비를 교체하거나 또는  회사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기간 동안만 아버지께 일을  부탁한 것이다.


난 아버지 직업이 실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2014년, 아버지 퇴사 소식에 가정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걱정도 컸지만

한 편으로 아무 사고 없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또 낮은 급여에 목숨 건 일을 해온 아버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뉴스를 보고 유예 없이 시행되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버지와 나의 세대는 목숨의 가치가 낮았다.

인구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초등학교 친구들 중에서도 공업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가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수습생 신분이라 보상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친구의 부모님들도 일하다가 다치면 노동자 혼자 감내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온 분들이라

학교 또는 해당 사업장에 항의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아버지 사례를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해도

공장 내 어느 곳이 위험한지 내부 관계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특히 큰 사고는 신입사원이 들어오거나

장비를 교체할 시기에 발생될 위험이 높다.

지금은 서울 소재 고등학교도 인구 감소로 신입생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저출산으로 인해 목숨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목숨의 가치가 높아진 시대에 이런 환경이 지속된다면

그 공장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에 인력난이 악화될 것이다.  


50인 미만의 사업장 소유주들에게 자본가 관점에서 제안하고 싶다.

공장 내 위험요소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사업비를 정부가 지원하라고 요구하는 것 말이다.   

그것이 저출산 시대에도 우수한 인적 자원을 채용하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안이 아닐까...?


끝.

   

 

    

 

     

매거진의 이전글 폭염보다 뜨거운 아버지의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