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소개
10여년 전 어느 날이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데이트를 했다.
당시 우리는 장거리 연애 중이었다.
직장 동료로 만나서 연인이 된 것이기에
한 직장에 있을 때는 하루를 함께 했다.
아내의 퇴사 후 시작된 장거리 연애에 지쳐갈 때 쯤이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이 사람이 어느 정도나 공감해줄까?’
이런 생각 속에 점차 전화통화 시간도 짧아졌다.
나는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지 접어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상념에 빠져 작품을 스쳐가던 내 시선이 한 작품에서 멈추게 되었다.
박수근 화백의 ‘새’ 이다.
난 이 작품을 보며 오른쪽 새의 몸뚱이가 불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왼쪽 새는 그 모습을 아무런 감정없이 바라보는데도...
‘사랑은 불타올라야 되는 걸까.
연인의 마음이 내게 없는 것 같아도...’
손바닥만한 그림은 어떤 대작보다 내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 사람...내가 불타올라 사라져도 될 사람일까?’
이 질문을 하고 나서야 내 시선은 새로 부터 벗어났다.
지난 주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박수근 미술관에 다녀왔다.
박수근 화백의 삽화 및 스케치 작품을 주제로 특별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삽화란 교과서나 잡지에 들어가는 그림이다.
대략 소개를 하면...
박수근 화백이 생전에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참, 멋진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 전시회에서 다시 새와 마주치게 되었다.
불타오르기 전의 새를 말이다.
다시 국립현대미술관에 가고 싶었다.
이 번에는 우리 아들도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