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우리 어디 가?

6.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by 슈오

언제 그랬냐는 듯 싱가포르의 하늘은 맑기 그지없었다. 처음 버스에 올라타고 이어폰을 챙긴 뒤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 버스에 대한 로망으로 부풀어있던 나는, 훅 덮쳐오는 열기에 다시 1층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언니와 나는 밖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오디오에 이어폰을 꼽고 버튼을 눌러 한국어로 맞추자, 신기하게도 한국어로 된 설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와”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외국에서 한국어를 들을 줄이야.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대비되는 쨍한 날씨, 푸르른 색감, 알록달록한 색의 건물들.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행복했다. 우리는 시원한 버스 안에서 지도를 펼치고 오늘 갈 곳을 체크했다. 히포 버스의 티켓이 있으면 싱가포르 플라이어도 50% 정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기에, 오늘의 코스 마지막은 싱가포르 플라이어였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다 지루해지면 지도를 피고 창밖을 보고를 반복했다. 창 밖의 싱가포르는 초록 초록했다. 나라가 작다 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 그리고 육교 등의 곳곳에 간이 형식의 공원을 설치해 놓은 덕이었다. 나른한 아침 햇살과 밖의 푸르름, 시원한 버스 내부. 이게 바로 힐링인가 싶었다.

그러다 배가 고파져 바쿠테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바쿠테는 돼지 등갈비로 만든 갈비탕이다. 책에서 이 바쿠테를 보고 ‘어떻게 갈비탕이 소가 아니고 돼지지?’라는 생각을 하며, 블로그를 열심히 뒤졌다. 여행 책자에서 소개해준 음식점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왔기에 블로그 후기를 찾기 참 쉬웠다. 무난한 맛이고 한국사람들은 다 좋아할 것이다라는 평에 자신 있게 언니에게 싱가포르에서의 첫 음식은 바쿠테라고 외쳤다. 허기진 우리는 싱가포르에서의 첫끼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거운 캐리어를 번쩍 들고, 책에서 소개한 바쿠테 맛집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우리 둘은 길치였으므로, 생명줄인 구글 지도를 켜 음식점을 찾아갔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우린 송파 바쿠테에 도착했고, 자리에 앉자마자 바쿠테를 시켰다.






바쿠테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건설 관련 일을 하러 온 중국인들이 그 찌는 듯한 더위를 이기기 위해 먹은 보양식이다. 돼지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넣은 팔각, 정향, 월계수 잎 등과 같은 향신료와 뼈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이, 그들의 더위를 식혀주고 더위에 지지치 않게 하는 힘을 주었기에 싱가포르에서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기대했다. 엄청.




우리가 주문한 바쿠테가 나왔다. 언제 또 올지도 모르니, 우리는 현지인들이 먹는 것을 따라 하기 위해 그들이 먹는 속이 빈 튀긴 꽈배기와 한국인을 증명하기 위한 하얀 쌀밥을 시켰다. 우린 한국인이니까. 한국인은 밥 힘.

우리가 시킨 바쿠테는 티브이와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맑은 국물에 잘 익은 마늘, 턱턱 올려있는 등갈비 여러 대가 푸짐하고 맛있게 보였다. 혹시라도 모를 잡내를 위해 우리는 후추도 톡톡 뿌리고 휘휘 저은 뒤 국물을 떠 마셨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거기다 우리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정향, 팔각, 월계수 잎 등은 향신료였다. 향신료에 취약한 우리는 국물 한 숟갈에 정신이 혼미했다. 이게 무슨 맛이지? 후추를 더 뿌려보자. 언니와 나는 당황해 이것저것 넣어보았지만 향신료 가득한 맛은 변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맛이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월계수 잎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수육이나 돼지고기를 초벌로 삶거나 익힐 때 월계수 잎을 많이 쓰긴 하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했다. 입 안이 월계수 잎만 우린 물을 잔뜩 머금은 것 같았다. 우린 고기가 아까우니 고기라도 먹자며 고기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웬걸. 고기도 월계수 잎이었다. 음식이 문제가 아닌 향신료에 취약한 우리가 문제였다. 우리가 안 맞는 싱가포르 음식이 있다면 향신료 범벅인 이 바쿠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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