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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Dec 13. 2018

도시는 왜 MICE를 원하는가?

MICE의 일상화: 모두가 만나고, 교류한다.

MICE의 일상화 : 모두가 만나고, 교류한다.


공간의 재탄생


'트렌드 코리아 2019'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중 하나로 공간의 재탄생을 끄집어냈다. 실상 이 책의 내용들은 대게 트렌드를 예측한다기보다는 주목할 만한 사회의 변화들을 키워드로 정리한 것이라고 보는데, 어쨌거나 키워드 중 하나로 공간을 뽑았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작은 카페부터 대형 복합 문화공간까지, 공간의 변신을 가능케하는 요소는 5가지로 볼 수 있다. 즉 'Retail+문화+커피+책+MICE'를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은 최근 트렌드에 부합한다. 구매행위가 문화와 어우러지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체험하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지금의 트렌드인 것이다.


작은 MICE는 컨벤션 센터를 원하지 않는다.


위의 복합 문화공간을 이루는 5가지 키워드 중에서도, MICE라는 것은 약간 생소하다. MICE라면 보통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점점 도시 곳곳의 작은 공간들이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함에 따라 기존의 거창한 개념의 MICE는 작은 독서모임, 세미나, 파티 등의 일상에서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형태의 작은 MICE로 변화한다. MICE의 본질은 결국 '만남'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다는 것은 그만큼 MICE가 일상화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소규모 모임이나 이벤트를 기획하는 기획자들은 전통적인 컨벤션센터나 정형화된 호텔보다는 자신들의 행사 목적이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더 선호한다. 디뮤지엄에서 한복 파티가 열리고, 삼성전자의 TV 런칭쇼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리는 것은 모두 기획자가 의도한 콘셉트를 배가시키는 베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TV 런칭쇼 : 예술작품으로의 TV 브랜딩을 위해 루브르박물관을 선택했다.

MICE를 몰랐던 MICE 스타트업, 마이크 임팩트


마이크 임팩트는 최근 다양한 형태의 강연 비즈니스에서 MICE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 중인 매우 스마트한 기업이다. 2년 전 어느 조찬모임에서 만났던 마이크 임팩트의 한동헌 대표는 처음 자기가 하는 비즈니스가 MICE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저 강연이 좋아 강연을 대중화시키고자 했던 그는 무대를 T자로 만들고, 연사의 강연과 콘서트가 결합된 토크 콘서트를 탄생시켜 지금은 누구나 쉽게 강연을 듣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모든 것은 MICE가 점점 대중 속으로, 도시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시가 MICE를 원하는 이유


복합리조트는 도시의 축소판


최근 영종도와 관련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파라다이스 시티, 인스파이어 리조트, 시저스 코리아 등 복합리조트가 집적화되어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MICE 엔터테인먼트 도시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 내용들이다.

복합리조트들의 형태는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돈을 버는 방식은 모두 비슷하다. 일반 관광객들을 유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 규모가 큰 MICE 행사를 유치하여 참가자들이 평균 일주일 정도를 체류하며 리조트 내의 카지노, 호텔, 테마파크, 공연 등에 지출을 유도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나 라스베이거스의 복합리조트들 모두 비슷하다. 결국 지출 규모가 큰 집단의 행사를 유치하고, 그들을 리조트 안에 묶어두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여 지출을 극대화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핵심은 결국 '체류시간을 늘리는 베뉴 마케팅'이 필요하며, 사람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어떻게 베뉴의 시설과 콘텐츠를 창조해내느냐가 핵심 성공요인인 것이다.

따라서 베뉴는 방문객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정작 방문한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려 모든 지출을 베뉴 안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 롯데월드타워나 스타필드, 수원컨벤션센터 역시도 이러한 복합적인 콘텐츠와 시설의 결합 형태를 보이는데, 이것은 모두 베뉴가 불러들인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림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복합리조트의 수익창출전략

이러한 복합리조트의 베뉴 마케팅 전략은 도시가 어떻게 마케팅 전략을 짜야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모든 도시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활기가 넘치고 정보가 교류하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길 원하지만 대게는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도시 마케팅을 한다는 명목으로 거창한 컨벤션센터나 미술관, 테마파크를 짓고 연간 몇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갔다고 자랑하지만, 실제 도시의 활성화나 소득 수준을 높이는 것은 대형시설의 건립과 다녀간 관광객의 숫자가 아니다. 오히려 방문한 관광객들이 되도록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도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도시 브랜딩과 MICE의 상관관계


서핑 강릉 : 지속 가능한 콘텐츠에 집중하라


도시가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게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무언가 남들과 다르고 창조적인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성공적인 사례들은 창조적인 것보다는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익숙하고 오래 지속되어온 콘텐츠인 경우가 많다.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도시 마케팅 사례로 강릉의 '서핑 강릉'을 많이 꼽고 있는데, 강릉의 바다는 예전부터 파도타기에 적합하여 서핑 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이 나있던 터였다. 그래서 강릉 앞바다에는 삼삼오오 모인 서핑 샵들과 카페, 모임 공간들이 생겨나면서 서핑 마니아들의 천국이 되었다. 강릉은 이 콘텐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발굴하여, '서핑 강릉'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도시의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서핑 축제와 바다 행사들을 개발하여 신선한 도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롭기보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가 도시를 살려내는 것이다.

서핑강릉 -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도시를 마케팅하다.

오스틴 : 도시와 이벤트가 협력하는 성공 모델


강릉 뿐 아니라 오스틴의 도시 마케팅 사례도 매우 성공적인 도시 콘텐츠 개발의 예로 볼 수 있다. 오스틴은 전통적으로 포크 기타와 라이브 음악으로 유명했지만, 오스틴은 정작 공업도시의 이미지로 퇴색된 도시였다. 이 이미지를 벗기 위해 오스틴의 라이브 한 모습을 'Live Music Capital of the World'란 슬로건으로 포장하였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집단의 MICE 이벤트인 South By South West(SXSW)가 열리게 된다. SXSW는 원래 뮤직 페스티벌로 시작된 행사였지만 점차 음악과 영화, IT,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한데 어울려 문화와 기술,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세계적인 이벤트로 성장하였다. 오스틴의 음악적 토양 위에서 이 행사는 매년 개최되고 전 세계의 혁신가들을 빨아들인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는 소멸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을 띠는 것이다.


한국 MICE 산업은 정말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가?


빌바오의 실패 사례 :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


도시가 MICE를 활용하여 성장하려면 단순히 대형 컨벤션센터나 미술관을 짓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시설들을 통해 도시의 매력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의 동선을 확장하여 오래도록 도시의 어메니티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대형 투자의 검은 그림자가 도시를 실패하게 할 수도 있다. 스페인의 공업도시 빌바오는 공업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 뮤지엄의 빌바오 유치에 성공했다. 초기에는 그 매력적인 시설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1997년 이후 10년간 약 1천만 명 이상 방문객이 찾아왔으나 정작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의 부재, 도시의 지속 가능한 콘텐츠 부족,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로 급격한 방문객 정체를 가져왔다. 당장의 방문객 수 확대가 도시의 성공을 반짝이게 할 수는 있으나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면 금방 꺼져버리고 말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 - 지속가능한 콘텐츠 없이 하드웨어 운영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실패가 한국에서도 예상되는 것은 그저 기우일까? 평창 올림픽이 끝난 후 올림픽 주경기장이 해체되는 것을 보면서, 또 전시지원단지였던 땅이 주상복합 아파트로 채워져 킨텍스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과연 한국의 도시들이 어떻게 MICE를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대형 스포츠 행사나 국제회의를 유치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유치의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정작 행사가 끝난 후 발생된 경제효과를 측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평창올림픽이 강원도에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연간 1천만 명에 육박하는 킨텍스 방문객들이 고양시에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Circus Maximus의 저자이자 경제학자 앤드류 짐발리스트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끝난 후 도시에 남는 것은 경기장의 건설로 인한 막대한 채무와 남겨진 자들의 허무함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MICE는 정말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일까? 외국 바이어가 5%도 되지 않는 한국 MICE 행사와 컨벤션센터들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오히려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가야 할 시민들의 시간을 빼앗기 위해 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닐까?


방문객의 숫자보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도시마케팅에 집중하라.


도시가 발전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이다. 그중에서 도시가 MICE를 선택하여 국제화될 미래의 도시를 지향하기로 했다면, 이제는 그 방식을 좀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순히 컨벤션센터 하나를 건립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확대하여 도시의 방문객들이 되도록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해야 한다. 도시에서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지출은 늘어난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은 MICE의 역할이 아니다. MICE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최전방의 공격수와 같다. 그 사람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도시의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한다. 콘텐츠는 개발도 중요하지만 콘텐츠간의 연결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MICE와 도시의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도시는 분명 도시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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