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MICE) 비즈니스의 미래

로컬 경제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소멸할 것이다.

by 이형주 David Lee

국내 마이스 산업이 신성장동력이라고 불리며 지난 20년이 흘러왔다.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연간 10% 이상 증가하여 어느덧 한국이 세계 최고의 국제회의 개최지가 되었고, 전국 곳곳에 컨벤션센터가 들어서더니 2-3년 뒤면 전국에 대략 20개의 컨벤션센터가 생겨난다. 면적으로 치면 약 500,000 sqm이고 적정 가동률 60%로 잡으면 국내에서 연간 10,000 sqm 규모 전시회 2,000개가 개최되어야 컨벤션센터 건립의 타당성을 가져온다. 현재 국내 전시회 개최 건수가 약 700개 수준이니 아직까지 1,300개 정도의 전시회가 더 필요하다. 그것도 최소 500 부스는 참가하는 제대로 된 전시회로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의 여파로 올해 전시회들이 계속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내년 이후 국내 전시장들의 전시장 대관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과 같이 낙관적으로 마이스 산업의 미래를 예상하기엔 상황이 너무나 안 좋게 흘러간다. KDI가 킨텍스 3 전시장이나 잠실의 100,000 sqm 전시장 건립 타당성의 근거로 제시했던 변수들은 이 시점에서 완전히 재검토되어야 하고, 그 변수가 재검토된다면 고양과 잠실의 마이스 시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온라인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대가 다가온다면, 오프라인의 거대한 전시장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컨벤션센터뿐 아니라 쇼핑몰, 은행 등 모든 오프라인의 상업공간에서 드러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줌(Zoom)으로 접속하면 원거리의 참석자들을 일시에 내 방으로 끌어들이는 시대에, 마이스 업계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업하기가 힘들 것 같다.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가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부스 장치업계는 일시에 일거리가 사라졌고, 반대로 영상이나 IT 회사들은 느닷없이 마이스 산업의 핵심 기업들로 부상하고 있다. 화무십일홍이라, 20년의 성장세가 이제 끝을 보이는 것인가.


로컬 경제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소멸할 것이다.


마이스 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과연 코로나 때문인가, 아니면 본질적 경쟁력의 문제인가. 코로나가 문제라면 지금의 시대를 버티는 것이 맞고, 경쟁력의 상실이라면 산업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코로나의 대응방안은 국가가 마련하고 있으니, 나는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에 대해 얘기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마이스 산업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사람들이 모이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무슨 일이 생기나.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자금이 모이며,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을 가져온다. 마이스 산업은 경제의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불쏘시개이자 마중물로서 산업 발전의 시작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데 마이스 참가자들은 더 이상 단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자금 확보를 위해서만 모이지 않는다. 방문하는 도시의 유니크한 공간, 지역 맛집과 로컬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 행사에 참가한다. 내가 접하는 모든 것이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체험이어야 하고, 그 체험들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주어야 움직인다. 단순히 정보 습득을 위해서라면 온라인으로, 줌으로도 얼마든지 충분한 시대가 이미 와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험을 주지 못하는 마이스는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에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더구나 마이스 산업이 비즈니스의 마중물로 존재해야 한다면 마이스는 지역 경제의 일원으로 참가해야 한다.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내고 일자리를 만들며 기업을 유치하는 역할을 지원해야 존재의 이유가 성립된다. 이미 미국 클리브랜드를 비롯한 많은 도시의 CVB(컨벤션 뷰로)와 DMO(지역 마케팅 기관)는 그 정의를 마이스나 관광객 유치에서 벗어나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시 마케팅 기구로 확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은 곳은 살고 싶은 곳이 되고, 살고 싶은 곳은 일하고 싶은 곳이 되며, 일하고 싶은 곳은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는 선순환의 핵심에 CVB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본사나 공장 이전을 위해 도시에 물어보는 질문들을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어디에서 사는가? 무엇을 먹는가? 일을 안 할 때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그 지역에서 어디를 돌아다니는가?" 이 질문들은 바로 미팅 플래너들이 마이스 행사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과도 비슷하다. 미국 아마존이 제2 본사를 이전하려고 할 때 많은 도시들이 CVB나 DMO와 함께 유치 작업을 벌였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마이스와 관광이 지역의 경제 상공회의소나 기업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클리브랜드 CVB의 역할은 기업 및 투자유치 홍보 등 지역경제활성화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아 외국인 전용 아파트들이 텅텅 비고, 급기야 내국인 분양으로 전환하기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한다는 웃지 못할 사례가 생겨날 때, 이것은 도시의 어떤 기능이 잘못된 것인가. 단순히 깨끗한 도로와 잘 지은 아파트, 호텔, 컨벤션센터만 있다고 기업들이 들어오는 것인가. 사람들의 정주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시 마케팅에 미숙할 때 이것은 비단 송도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제 마이스를 회의 유치와 관광객 홍보수단으로만 바라보지 말자. 마이스 산업이 도시 발전을 가져온다고 하나 마이스 참가자들이 그 도시에 머물지 못하면 그저 일회성 방문에 그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이스로 방문한 도시에 살고 싶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마이스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최전방 공격수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독일의 전시산업이 발전한 이유는 지방별로 우수한 히든 챔피언(강소기업)들을 만날 수 있고 산업의 키 플레이어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국내 마이스 업계의 우수한 인력들이 단순히 회의 운영과 전시회 개최에만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지역 비즈니스 창출에 기여하는 로컬 경제 발전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을 때 마이스 산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바이오산업에 이은 주력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마이스 산업의 미래를 위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


*English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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