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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Feb 22. 2021

비즈니스 여행의 미래

저곳을 버리고 이곳을

인류의 비즈니스 여행은 고대 중국과 서방세계 사이에 비단과 향신료를 운반한 실크로드 상인들만큼이나 오래되었다. 1800년대 후반에 시작된 만국박람회는 산업사회의 등장과 더불어 국가 간의 무역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젠 항공산업의 발달로 전 세계를 단 하루 만에 연결하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국가 간 자유 무역이 미래를 더욱 밝게 비추려는 찰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비즈니스 여행길을 가로막았다. GBTA(Global Business Travel Association)에 의하면 2019년 전 세계 모든 여행 소비의 20%를 차지하던 비즈니스 여행은 2020년 들어 80% 이상이 취소되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1년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이 2019년보다 65%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더해 맥킨지 컨설팅은 비즈니스 여행이 코로나 이후에 다른 레저 여행보다 가장 회복이 느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 여행의 회복 속도가 느린 이유  


비즈니스 여행의 회복 속도가 다른 레저 여행이나 관광보다 느릴 것이라고 예측하는 데는 줌, 팀즈, 스카이프 같은 온라인 회의 기술의 발전이 한몫했다. 첫째, 화상회의 기술이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하다는 사실이, 코로나의 타격으로 매출 감소를 겪은 기업들에게 굳이 아까운 출장비를 써가며 오프라인에서의 미팅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기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하기 가장 쉬운 항목이 바로 출장비이기 때문이다. 

둘째, 비행기가 대기 중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기업으로 선언을 하면서 불필요한 항공 출장을 자제하게 된 것도 한 요인이다. 셋째, 세계 각국의 백신 보급 속도가 다르다 보니 국가 간의 이동시 발생할 수 있는 직원들의 코로나 감염 책임에서 기업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비즈니스 여행을 꺼리게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이제, 여행은 가까운 곳에서 - 에어비앤비의 코로나 대응 전략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의 비즈니스 여행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온라인 화상회의 기술은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고, 기업들의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미팅이 아니라면 원거리의 비즈니스 여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여행과 관련된 항공이나 관광, 그리고 마이스 산업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에어비앤비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지난해 거의 모든 관광업이 몰락해 가는 와중에도 에어비앤비는 오히려 3분기에 약 2,43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여기에는 여행 비즈니스의 콘셉트를 이용자들이 사는 지역 인근의 숙소를 임대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모두가 선호하는 인기 여행지보다 가까운 거리에서의 체험이 더 의미 있는 여행이라는 판단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이제, 여행은 가까운 곳에서' - 에어비앤비의 코로나 대응 전략


저곳을 버리고 이곳을 - 로컬 비즈니스를 대형화하라. 


근거리 여행으로의 전환은 비단 에어비앤비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항공사들의 비즈니스 역시 국가 간 이동보다 근거리 지역위주의 가족과 친구를 방문하기 위한 이동으로 바뀌고 있고, 마이스 분야도 국제행사보다 로컬 문화와 결합된 지역 이벤트가 더욱 선호될 수밖에 없다. 이미 CES, MWC, IFA 등 글로벌 전시회들이 2021년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를 결정했고, 이는 결국 근거리 참가자들은 오프라인으로, 원거리의 기업들은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비즈니스 여행은 멀리 있는 '저곳'보다 가까이 있는 '이곳'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근거리 위주의 이동과 모임이 늘어나면서 저곳보다 이곳에서의 비즈니스 이벤트를 선호하게 되면 그 규모는 작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온라인을 활용하면 로컬 비즈니스를 대형화할 수 있다. 로컬 행사의 글로벌 동시 중계를 통해 로컬과 로컬이 연결되면 오프라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Small but Big scale의 비즈니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저곳보다 이곳이 중요하다는 개념은 노자가 먼저 힌트를 주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거피취차(去彼取此)란 개념을 역설했는데, 이는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라'는 뜻이다. 노자는 저 먼 곳의 이상적 이념을 버리고(去彼), 자기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자신의 구체적 삶을 취하는 것(取此)이 행복이라고 했다. 더구나 이런 상태가 유지되려면 소규모의 국가나 사회 형태라야 구성원 간 관계를 맺으며 상호 소통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지금의 시대를 논하기에 노자의 사상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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