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 업계로 진출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고함

마이스만 아는 사람들이 마이스에 대해 무엇을 안단 말인가?

by 이형주 David Lee

청년들에게 있어 차가운 바람이 불어옴과 동시에 생각나는 다음 해라는 것은 그다지 큰 걱정도 없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도 없는,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는 근심거리에 다름 아니다.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 근심거리의 원인인데, 그래서인지 요사이 상담을 좀 하자며 일면식도 없는 일련의 청년들이 나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SNS를 통해서 해온다.


일하는 곳 근처 망원동의 조용한 카페에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사는 곳과 살아온 모습은 달라도 결국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에 어느덧 분위기는 숙연해진다. 마이스 업계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은 나에게 무언가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나는 사실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부분만 이야기할 수 있으니 그 간극을 쉽게 메꿀 수 없음에 안타까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청년들이 어디 그들뿐이랴 하는 생각에 몇 가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보고자 한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절대적 품질이고, 서비스업의 경쟁력은 남보다 우월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사실 마이스란 단어를 알게 된 것이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난 뒤였다. 2002년에 IT 회사에서 해외 마케팅을 하고 있을 당시 미국에서 열린 JavaOne이라는 전시회에 처음 참가했을 때, 단정한 푸른색의 셔츠를 입은 각국의 엔지니어들이 부스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진지하게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이 나를 이 분야로 이끌게 한 원동력이었다. 쇼이지만 쇼가 아닌, 비즈니스를 유쾌하게 풀어내어 우연한 발견의 기회 - Serendipity -를 만드는 모습들이 나에겐 전시회의 매력이었고, 2년간의 IT 회사를 마치고 들어간 곳이 2003년의 건물조차 없는 킨텍스였다.


킨텍스에서의 10년이란 근무기간은 한국에서 전시컨벤션 산업이 성장을 거듭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킨텍스를 비롯한 전국의 컨벤션센터들이 갓 문을 열고 행사를 맞을 시기였고, '마이스'란 단어가 처음 언급되던 시기였거니와 지자체별로 마이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곳곳에 CVB와 마이스 관련 과들을 설립하던 시기였다. 또한 한국이 국제회의 개최지로서 세계 Top 10안에 들며 국제회의와 전시산업 관련 법령들이 만들어지는, 어찌 보면 산업의 태동기와 성장기를 10년의 기간 동안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시기였다.


킨텍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광경들을 바라보며, 결국 느낀 것은 마이스는 사람들이 잘 모이게 하는 일이고,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돌아가게 하느냐가 마이스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이었다. 마이스는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기에, 어찌 보면 서비스업의 본질이 마이스의 본질일 것이다. '초격차'의 저자 권오현은 "제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고도화할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절대적 품질에 있고, 서비스업의 경쟁력은 남보다 우월한 가치를 만드는 것에 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대입하면 마이스의 경쟁력은 참가자들이 다른 미디어보다 우월한 정보와 통찰을 경험케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행위다.


그런데 마이스 참가자들의 체류 기간 동안의 동선을 유심히 따라가다 보면, 마이스 참가자들은 절대로 마이스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에서 한국의 전시회나 컨벤션에 참가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는 전시장에서 바이어의 역할로 있지만, 저녁 시간에는 관련 산업의 기업을 방문하거나 해당 산업의 지역 인프라를 둘러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도시에서 그 지역만의 로컬 음식이나 콘텐츠, 문화 등을 즐기기를 원한다. 마이스 참가자는 카멜레온처럼 바이어에서 비즈니스 투어리스트, 그리고 로컬 문화의 향유자로 색깔을 바꾸면서 그 시공간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마이스 기획자들은 애석하게도 바이어의 동선을 대부분 전시장 안에서 묶어둔다. 2박 3일의 짧은 체류시간 동안 전시장에서 3-4시간 상담회가 진행되고 나면 느닷없이 전시회에서의 상담 성과를 조사하고, 기업들에게 상담액이 얼마인지, 계약액이 얼마인지 적어내라 한다. 사실상 3-4시간 상담하고 계약이 이루어진다면 다른 일체의 마케팅 활동은 필요 없을 것이다. 마이스 행사만 참가하면 계약이 이루어지는데 무엇하러 다른 홍보나 광고가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어떤 바이어도 3-4시간 상담으로 그 기업을 믿고 거래를 하지는 않는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전시장에서 기업을 처음 만난 것이고, 그때부터 그 기업을 알아보는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처럼 바이어를 '유치'한다는 관점으로는 사람이라는 바이어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공장형 컨베이어 벨트식 마이스 행사만 생길 뿐이다. '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김현경은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마이스 참가자들을 그저 유치의 대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초대'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마이스 기획자와 도시는 마이스 참가자들에게 머물 자리를 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머물 자리란 무엇인가? 마이스 참가자들이 방문하는 공간에서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고, 지역의 로컬 비즈니스와 문화를 체험케 함으로써 되도록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말한다. 그래서 마이스는 도시에 있어 단순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으로 끝날게 아니라,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자리들을 마련하여 '방문-체험-투자-비즈니스 생성-재방문'의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본질적 역할이어야 한다.


르네상스형 인간이 돼라.


사실상 내가 마이스라는 분야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것은 킨텍스를 그만두고 나서부터였다.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내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마이스가 아니라 한류 문화와 클래식 음악 관련 일을 할 때 마이스라는 분야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가치는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줌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과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어 아마존으로 베뉴와 공간 마케팅-박물관, 미술관, 아레나, 스포츠 경기장 등-과 전시를 통해 기업들이 어떻게 브랜딩을 할 것인가에 대한 책들을 닥치는대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더구나 온라인이 모든 것을 전복하고 있는 이 시대에,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이유-특별한 경험-를 주지 못하는 마이스는 소멸할 수밖에 없고, 도시가 마이스 참가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환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잠깐 왔다 돌아가는 1회용 방문객들을 위해 매년 수십억의 헛돈을 쓰게 될 뿐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마이스를 단순히 행사 진행을 잘하기 위한 PCO 업무라던가 전시기업 유치를 위해 TM을 배우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그런 배움은 그만두어야 한다. 마이스를 알려면 사람 간의 관계와 여행의 의미와 로컬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마이스를 벗어나야만 제대로 된 마이스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대체 마이스만 알고 마이스 관련 공부만 한 사람들이 마이스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신해철은 생전 음악평론가 강헌과의 인터뷰에서 음악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회 전반의 풍조에 대해 이해해야 하고 정부와 대기업의 발상이 전환되어야 한다. 대중음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문제만 얘기해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청년들이여,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르네상스형 인간이 돼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돌아다니고 만나며 읽어라. 그 모든 것이 연결되어 특별한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을 만들 수 있다. 지금 당장 마이스 자격증 따위는 잊어버리고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온라인 공간으로 모이는 이유를 관찰하라. 다빈치와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재레드 다이아몬드, 일론 머스크로 이어지는 르네상스형 인물 리스트에 그대의 이름을 올리도록 노력하라. 무의미해 보이는 행동들이 언젠가 무의식 속에서 화학작용을 일으켜 남들이 제공할 수 없는 '우월한' 가치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남들과 차원이 다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자신을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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