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주 David Lee Nov 12. 2020

온라인 전시회 기획의 기술

브랜드 체험의 시대, 온라인 전시회는 어떻게 기획되어야 하는가?

전시회가 더 이상 판매의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핑크퐁이 베이비페어에 참가하는 것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이고, 루이비통이 전시회를 만드는 목적은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체험케 하기 위함이며 이베이가 '이베이 오픈'이라는 오프라인 전시회를 기획하는 이유는 치열한 온라인 마켓에서 경쟁력 있는 벤더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브랜드의 비전을 제시하여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에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에 기업들도 소비자들도 단순히 전시회를 판매 목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며, 역설적으로 온라인에서 체험할 수 없는 고객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전시회는 점점 브랜드 체험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고객들은 이렇게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서의 전시회를 원하고 있는데, 과연 전시 기획자들은 그러한 고객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전시회를 만들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가상공간에서의 전시회가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전시 기획자들은 어떻게 전시회를, 아무것도 구매할 필요가 없는 시대에, 브랜드 체험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가상공간에서의 온라인 전시회 기획 노하우 6


1. 전시회 개최 목적이 무엇인가?


기업이 전시회를 참가하는 목적을 이해하고 있다면 전시 기획자도 전시회를 만드는 목적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신제품의 소개와 테스트, 잠재고객 발굴, 판매 및 유통망 발굴, 현재 고객 관리 등의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전시회를 참가한다. 전시 기획자들 역시 전시회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 기업 간의 거래 창출을 위한 것인지, 전시 콘텐츠의 판매나 입장료 수익 창출이 목적인지, 산업 자체의 인식개선이나 인지도 제고가 이유인지, 또는 회원사간의 교육과 네트워킹이 목적인 것인지, 그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최우선 순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온라인 전시 솔루션의 투자 우선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 거래 창출이 목적인가? 비즈니스 매칭 시스템에 투자하라. 수익 창출이 필요한가? 가상 결제를 포함한 전자상거래 기술이 필요하다. 산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면 가상 PT 시스템이나 어워드 등 마케팅 프로그램을 구축하라. 교육과 네트워킹이 필요하다면 연사 또는 참가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이 먼저 투자되어야 한다. 개최 목적에 따라 기술 투자의 우선순위(Priority)를 결정하라.

전시회 개최 목적에 따라 온라인 솔루션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2. 최선의 파트너를 찾아라.

 

CES 2021이 어떤 온라인 전시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비단 전시산업뿐 아니라 IT 업계에서도 화두였다. CES의 온라인 전시 플랫폼이 결국 전시산업의 온라인 기술 표준으로 선택될 여지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CES 2021을 불과 두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결국 CES는 MicroSoft를 최종 파트너로 선택했다. VR도 아니고 그렇다고 Zoom도 아닌 MS를 왜 CES는 선택했을까?


MS는 Zoom과 비슷한 Teams라는 화상회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사실 그게 다가 아니다. MS는 아마존에 이은 세계 최고의 클라우드 플랫폼 Azure를 운영 중이고, 세계 문서 표준 포맷인 Office의 주인이다. CES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가상공간에서 보여줄 수많은 스피치 영상과 제품 데모 데이터, 관련 문서 자료 등의 막대한 저장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표준화된 문서 포맷과 전체적인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했을 것이다. MS는 Teams-Azure-Office를 전체적으로 통합 관리할 MiscroSoft Power Platform을 제시하여 CES의 온라인 전시회 파트너로 낙점된 것이다.

CES-MS의 파트너십은 온라인 전시회의 통합 관리 시스템을 제시했다.

전시 주최자가 온라인 전시회를 직접 다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기술 파트너와의 제휴가 필요하고 그것은 가장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전시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제시해야 할 화두 없이 무턱대고 VR, 3D 등의 화려한 기술만 구축해서는 의미 없는 데이터와 과부하의 통신 장애만 일으킬 것이다. 온라인 전시회의 가장 큰 문제가 관람객들이 등록만 해놓고 정작 전시회에 나타나지 않는 No Show이다. 결국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파트너인가가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할 때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3. 참가기업을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구축하라.


오프라인 전시회가 좋은 것은 바이어나 참관객에게 뜻하지 않은 우연한 발견의 기회-Serendipity-를 주기 때문이다.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좋은 책이나 물건을 발견할 때의 기쁨은 오프라인 전시회만의 강점이다. 그러나 온라인 전시회는 어떠한가? 온라인 전시가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다고 하나, 가장 적나라한 물리적 한계를 온라인 전시회는 내포하고 있다. 첫 화면의 사이즈 이상 어떤 기업이 참가하는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첫 화면에서 보이는 제품이나 기업 정보 이외 그 수많은 기업과 제품을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Serendipity의 기회가 사라지는 이상, 온라인 전시회는 오프라인보다도 더욱 참가기업들을 드러내고 노출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온라인 쇼핑몰이건 온라인 전시회 건 디바이스 첫 화면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부스가 아니라, 스피치를 통해 비전을 전달하고, 어워드를 통해 우수한 기업을 추천하고, 온라인 이벤트를 통한 기업의 랜딩페이지로의 연결과 온라인 전시마케팅 교육을 통해 전시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웃보딩의 전시 마케팅 프로그램이 구축되어야만 기업들은 온라인상에서 우연한 노출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1페이지의 기업뿐만이 아니라 2페이지, 3페이지, 100 페이지 속에 숨은 기업들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온라인상에서 우연한 발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구축하라.

 

온라인상에서 전시 참가기업들이 드러날 수 있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4. 초연결 시대의 전시회 홍보 프로세스를 구축하라.


필립 코틀러는 그의 역작 '마켓 4.0'에서 초연결 시대의 고객 경로를 제시했다. 고객들이 제품 인지과정을 거쳐 호기심 유발-제품 검색-구매-구매 후 평가 단계까지 가는 동안의 프로세스를 관리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마케팅 프로세스를 작동시킬 수 없다고 했다. 온라인 전시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전시회가 열린다는 사실은 바이어나 참가업체들에게 아무런 참가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왜 전시회에 참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유발과(타 마케팅 채널에 비해서), 전시회 정보를 검색했을 때 온라인 전시회의 콘텐츠와 마케팅 프로그램 등이 확신을 주어야만 전시회를 참가하고, 이후에도 온라인 전시회의 추천인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이 시대에, 온라인 전시회는 어떤 경로로 홍보할 것인가?


5. 테크놀로지를 통제하라.


지금 현재 운영 중인 온라인 전시 컨벤션 솔루션의 숫자를 더하면 대략 10여 가지가 넘는다. 모두가 줌과 같은 화상회의 솔루션과 화려한 가상현실 시스템, 비즈니스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사실상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 고객들이 원하는 Brand Experience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실상 코로나 이후 급작스럽게 출현한 시스템들이라 그런지 전시회마다의 고유한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플랫폼은 드물다.


아트 바젤은 코로나가 아니라 원래의 예술 작품 거래 전시회로서의 플랫폼 확장을 위해 만들었기에 그 본질을 온라인상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온라인 아트 바젤은 그 전시품이 예술품이라는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려 했다. 특정 기간에만 공개하여 작품의 희소성과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려 했고, 작품마다 모두 도슨트의 해설 영상을 첨부하여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가격의 타당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구매 요청 단계로의 자연스러운 행동 유도를 통해 작품의 구매로까지 연결시켰다. 또한 아트 바젤의 예술적 공간 - 화이트 큐브 -의 갤러리를 UI 디자인에 반영하여 누가 보더라도 아트 쇼임을 직관적으로 인식시켰다. 전시회가 테크놀로지의 지배를 받지 말고, 테크놀로지가 전시회 본질에 의해 지배를 받도록 기술을 통제하고 절제해야 한다.

기술이 전시회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라.


6. 의미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라.


오프라인 전시회는 전시회가 끝나면 최소한 방문한 기업의 브로셔와 담당자의 명함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전시회는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가? 만약 온라인 전시회에서의 미팅과 방문 결과에 대한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다면 온라인 전시회는 소멸될 것이다. 온라인 전시회는 오프라인보다도 현장에서의 계약과 판매 비율이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확인하지 못한 제품을 구매할 바이어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온라인 전시회 주최자는 바이어와 참가기업 모두에게 최소한의 전시 이후 피드백을 위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방문한 바이어의 정보, 랜딩페이지의 체류시간, 다운로드한 자료의 정보, 제품별 클릭 정보, 구매 상담과 미팅 기록 데이터 등 전시회 이후 성과 창출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온라인 전시회는 한순간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전시회 기획단계에서부터 온라인 솔루션이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의 질과 양을 파악하여 전시회의 가치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전시회의 미래 : 개인화 시대를 대비하라.  


빅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머신 러닝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기계는 고객들이 남긴 빅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하여 참가기업별, 바이어별 예측을 통해 방문객 각자에 맞는 기업과 제품을 추천하게 될 것이다. 마치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방문 고객에게 맞춤형 책과 영화를 추천하듯이 말이다. 전시회는 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참가하는 집단 행사이지만 미래의 전시회는 빅데이터 기반의 AI 시스템이 작동하는 개인화된 큐레이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 전시회가 남긴 온라인 고객들의 흔적은 모두 데이터로 저장될 것이기에, 그 데이터를 활용한 전시회의 미래는 절대로 지금과 같은 모습일 수가 없다. 100% 온라인으로 구현되는 CES는, MS의 파워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AI를 통해 개인화된 CES를 창조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달라진 전시회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이미 데이터 경제의 시대에 와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링크팩토리, ‘지스타 TV’ 홍보 사업 수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