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는 어떻게 마이스 산업과 융합될 수 있을까?

K콘텐츠는 마이스 흥행 방정식의 상수이다.

by 이형주 David Lee
어쩌다 한번 1위를 찍은 거겠지, 수많은 글로벌 작품들 가운데 한국 드라마가 항상 1위를 할 순 없잖아?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1위를 찍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한국 드라마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우연일 것이라고, 가끔씩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런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 후 '지옥'이 다시 1위를 하기도 했지만 이런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지난 28일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이 또다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시청시간으로만 따져도 지난 '오징어 게임'의 2배가 넘는 1억 2,479만 시간이다. (넷플릭스 1월 4주 차 기준)

이제 K콘텐츠의 흥행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듯하다.


지난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가지고 SBS의 주관사로 전시회를 개최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K콘텐츠가 가진 힘을 느꼈다. 3개월간 약 10만 명이 넘는 중화권 관광객이 전시회를 방문했을 때 그들은 모두 주인공의 연인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소망은 전시회의 티켓과 굿즈 판매를 넘어 행사를 위한 전시장 대관과 도시 관광, 그리고 한국 콘텐츠 전시의 수출로까지 연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켰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신기루로 끝날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그 후에도 '태양의 후예'를 비롯한 다양한 K콘텐츠의 전시 제작과 수출 등의 비즈니스 의뢰를 받았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지난 10년만큼 한국의 대중음악, 영화, 문학, 드라마 등이 동시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기가 있었을까? 혹자는 중국이나 일본의 대기업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곧 모방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만,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해리포터', '아바타' 등의 글로벌 전시회를 기획한 미국의 GES는 지난 '별그대' 전시회를 관람 후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전시회의 기술을 모방하는 것은 쉽지만, 한국 콘텐츠가 가진 정서를 모방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콘텐츠의 성공은 한국적 소재가 갖고 있는 보편적 호소력, 바로 그 정서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인 것이다.


K콘텐츠는 어떻게 마이스 산업과 융합될 수 있을까?


마이스 비즈니스가 위기라고 하지만 기회는 늘 위기 속에서 찾아왔다. 코로나 이후 콘서트가 취소되며 가수들의 수입이 줄어들자 K-pop은 BTS의 '방방콘'을 비롯한 온라인 콘서트로 대안을 찾아냈다. 콘서트 티켓을 사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해외의 팬들은 오히려 온라인 콘서트가 제공하는 고화질의 영상과 특별한 콘텐츠로 무제한 접속의 힘을 통해 더욱 큰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마이스 비즈니스도 K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


1) 컨벤션 센터 등 마이스 베뉴 : K콘텐츠를 마이스 유치의 앵커 비즈니스로 활용하라.


드라마가 한번 뜨면 드라마의 흥행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할리우드 비즈니스의 힘은 영화 흥행-> 출판-> 애니메이션-> 굿즈-> 전시-> 테마파크 등의 전형적인 원소스 멀티유즈 비즈니스로 수익을 극대화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마블의 어벤저스가 누린 수익 모델을 눈으로 목도했다. 극장뿐 아니라 마트, 쇼핑몰, 카페, 전시 등 곳곳에서 말이다. 이 공식을 K콘텐츠에 대입하면 이와 유사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컨벤션 센터, 복합 리조트 등 마이스 베뉴는 그 특성상 대형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므로 제작사와 공동 협업하여 베뉴에 K콘텐츠 전시를 개최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단지 티켓뿐이 아니다. 이 K콘텐츠 전시회를 매개로 다양한 국제회의와 마이스 행사를 유치할 수 있고, 마이스에 참가한 글로벌 방문객을 통해 전 세계에 K콘텐츠 전시 수출과 관련 국내 기업 동반 진출, 그리고 이를 통한 추가적인 마이스 행사 유치까지 다양한 파생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K콘텐츠가 마이스 베뉴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2) PCO, PEO 등 마이스 주최자 : K콘텐츠로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하라.


마이스는 경험 비즈니스이다. 이제 온라인으로 정보 전달과 상품 판매가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마이스가 단지 정보 습득과 제품 판매의 목적으로만 개최된다면 그 명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줬을 때 마이스 참가자가 늘어날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올해부터 외국인이 K팝을 배우러만 와도 단기 체류를 위한 이른바 '한류 비자'를 내준다고 발표했다. 단지 쇼핑을 위한 관광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위한 방문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K콘텐츠는 마이스 이벤트에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줄 것이다. 지루한 세미나에 K콘텐츠는 한국만의 매력적인 색깔을 불러 넣을 수 있다. 또한 K콘텐츠를 활용한 무역 전시회는 전시회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전이 공간'을 제시한다. 이미 디스플레이 전시회나 리빙 디자인 페어 등이 한국 콘텐츠를 활용하여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 주고 있다.


3) 마이스 도시 : K콘텐츠로 도시의 체류시간을 늘려라.


마이스 도시의 역할은 방문객의 숫자를 늘리기보다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에 있다. 마이스 방문자는 도시에 오래 머물면서 마이스 참가 -> 비즈니스 투자 -> 지역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아무리 큰 행사라도 마이스 방문자가 오후 반나절만 둘러보고 그 도시를 떠난다면 마이스의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마이스 도시의 역할은 마이스 참가자의 체류 시간을 늘려 그 도시를 비즈니스의 기지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K콘텐츠는 이러한 마이스 도시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요소이다. 도시가 갖고 있는 인프라-컨벤션센터, 유니크 베뉴, 기업 클러스터 등-를 활용하여 K콘텐츠 연계 전시, 콘서트, 비즈니스 협업 등이 이루어지면 마이스 참가자는 자연스레 도시의 곳곳을 방문하게 된다. 세계적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이나 빌바오 구겐하임은 자체 콘텐츠를 활용하여 기업 행사를 유치하고 도시 관광을 활성화시킨다. 한국의 K콘텐츠는 단순히 즐기는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 행사를 유치하고 지역에 투자를 촉진하는 매개체로서 충분히 매력적인 수단인 것이다. 도시의 체류시간이 늘어날 때 마이스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원으로 존중받을 것이다.


K콘텐츠는 마이스 흥행 방정식의 상수이다.


이제 K콘텐츠를 단순히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제작자들의 놀이터로만 바라보지 말자. 마이스 산업이 K콘텐츠와 결합하면 그 시너지는 상상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나 한국의 마이스 산업을 이끌고 있는 마이스 베뉴와 PCO, PEO 등의 주최자, 그리고 마이스 도시가 K콘텐츠와 협업하여 새로운 마이스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2022 콘텐츠가 전부다'의 저자 노가영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예측대로 이미 '지금 우리 학교는'이 또다시 1위를 했고, 앞으로도 그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이제 K콘텐츠는 대중문화산업 흥행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마이스 비즈니스 역시 이 지속적인 K콘텐츠와 협업하여 잊지 못할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 마이스의 성공을 위한 흥행 방정식의 상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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