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비즈니스가 드러나게 하라.
지역마다 개성 있는 로컬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소위 잘 나간다는 동네의 특징 중 하나가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맛집이나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망원동이나 성수동 같은 동네가 뜨는 이유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닌 작지만 유니크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회의 같은 마이스 행사 개최지를 선택할 때나, 또는 기업이 사옥을 이전할 때나 도시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결국 도시의 정주(定住) 환경을 보는 것인데, 이는 국제회의 참가자가 행사 후 얼마나 그 도시에서 머물만한 요인이 있는지가 중요한 개최지 평가 요소인 것처럼 기업이 사옥을 옮길 때도 직원들이 그 도시에서 체류하며 살만한 매력도 평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비단 다양한 맛집이나 유니크한 공간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도시의 로컬 비즈니스와 콘텐츠를 한데 모으고 드러나게 하는 브랜딩 전략이 없다면 분절되고 흩어진 이미지로만 남아 도시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이런 브랜드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공공의 지원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만들어지는 시설이 '도시지원센터' 또는 '지역비즈니스센터'이다.
도시의 브랜드가 살아난 다는 것은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그곳 하면 생각나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게 만든다는 것과 같다. 이렇게 도시 브랜드를 살리는 지원센터는 대개 3가지의 조건을 갖췄을 때 성공적인 지원 시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1. 지역 특화 산업 지원
도시의 공공 지원센터는 모두 지자체의 재원으로 건립된다. 지자체 재원이 투입된다는 것은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지역의 복합적인 이슈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다목적으로 건립되는 시설은 대개 목적이 불명확한 모호한 콘셉트로 운영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지역을 지원하는 센터는 그 지역의 핵심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특화된 산업 지원 기능이 필요하다. 가령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는 내연기관 중심 공업도시였다가 미국 자동차산업의 붕괴로 몰락한 이후, 지역 핵심 비즈니스인 자동차 산업 부활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지원시설인 '미시간 모빌리티 인스티튜트(Michigan Mobility Institute)'를 설치했다. 이곳은 지역 대학 및 자동차 기업과 협업하여 미래 모빌리티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아카데미 운영과 지역 자동차산업 지원 등의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여 성공적인 도시 재생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2. 스타트업 등 기업 입주 및 지원 프로그램 운영
도시 브랜드 살리기의 핵심은 결국 로컬 비즈니스의 활성화에 달려있다. 그래서 성공적인 지원 센터의 두 번째 핵심 역할이 바로 지역 스타트업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기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 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은 보통 스타트업 입주 공간 제공과 투자유치 지원을 위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전시회나 컨벤션 행사 참가 지원 역할 등으로 구분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원센터들을 보면 역시 각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으로 구분하여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성수동에 위치한 '서울창업허브 성수'는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업 유치와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 구축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기업 육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창업성장센터는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춘 첨단 미래 기술(ICT, 바이오, 에너지, 환경 등) 스타트업 육성을 목적으로 운영되며 CES, Try Everything 등 국내외 주요 스타트업 관련 전시회나 컨벤션 행사 참가 지원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 역시 지원중이다.
3. 지자체와 전문 위탁 운영사간 역할 분담
지자체가 건립하는 지원센터는 거의 대부분 위탁 운영을 통해 민간 기업이나 전문 협단체/재단 등에 의해 운영된다. 이 경우 지자체는 예산 수립을 통해 운영 재원을 조달하고 위탁운영사는 그 예산을 바탕으로 센터 운영을 맡게 되는데, 결국 지원센터의 성공 여부는 지자체와 전문 위탁 운영사간의 역할 분담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 입장에서 운영사 선정과 예산 지원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볼 수 없듯, 위탁 운영사 역시 단순 시설관리나 기본적인 사업관리만으로 센터 운영을 잘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부산 F1963은 옛 고려제강 폐공장을 전시, 이벤트가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꿔 운영 중인데, 이곳은 운영기관인 부산문화재단의 전문성과 지원 기관인 부산시의 공공성이 결합된 성공적인 모델로 볼 수 있다. 부산시는 사업예산 집행 및 행정적 지원뿐 아니라 지자체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들을 유치하여 시설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마케팅을 돕고 있다. 또한 운영사인 부산문화재단은 직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화 콘텐츠의 개발과 문화예술 관련 전시, 공연, 이벤트 등을 유치함으로써 산업 시설과 문화가 결합된 유니크 베뉴로서 도시재생 공간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위의 3가지는 도시 브랜딩을 위해 공공성을 갖춘 지역 지원 센터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로컬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도시의 마케팅은 방문객의 숫자보다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을 방문하더라도 잠깐 있다 가는 사람이 대다수라면 도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하루가 아니라 이틀, 삼일을 머물며 도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지역 경제는 살아난다.
따라서 지역을 대표하는 핵심산업에 특화하여 로컬 기업을 육성하고 전문 운영기관과 지자체가 협력할 때 공공 지원 센터는 도시 브랜드를 살리는 본연의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