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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Feb 07. 2022

정치 지도자의 마이스 활용법

마이스의 최고 경지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인스턴트커피와 스타인웨이, 포니 자동차, 그리고 아이폰의 공통점은? 모두 전시회를 통해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는 점이다. 인스턴트커피는 1901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전미(全美)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고, 스타인웨이는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피아노의 역사를 만들었다. 현대자동차의 포니는 1974년 이태리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아이폰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07년 애플 맥월드 행사에서 그 자태를 처음 드러냈다. 


세상에 혁신을 일으킨 제품이나 기술이 전시회나 컨벤션 같은 마이스 행사를 통해 공개되는 경우는 지금도 흔하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제시되었고, CES에서는 디지털 라이프를 혁신할 신제품들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 미래의 주목할 만한 트렌드를 읽으려면 책 열 권보다 전시장을 한번 방문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이나 PR 활동은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위의 예시들처럼 전시회나 포럼 등을 통해 제품이 공개되면 이는 즉각적으로 광고나 언론 보도 또는 SNS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다. 또는 각종 미디어에 먼저 신제품 홍보가 진행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이벤트가 뒤따르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기업이 입체적인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단선적인 메시지 전파만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에서 소비자가 제품의 <인지-호감-질문-확신-추천>의 단계를 거쳐 제품을 구매한다는 '초연결 시대의 5단계 고객 구매 경로'를 제시했다. 


정치 지도자들의 선거 운동 방식


그러나 정치인들의 선거 운동 방식을 보면 기업이 구사하는 입체적 마케팅 방식은 아직 실현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대부분 정치 지도자의 선거 메시지를 언론의 필터링을 거쳐 접하게 된다. 직접적인 토론회나 대중 연설을 접한다 하더라도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접점일 뿐이며, 이조차도 전체 인구 중 극소수의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대중은 정치 지도자에 대해 언론의 편향된 편집 방향과 여기저기서 분절된 이미지들을 통해 파편화된 형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선거 운동 방식은 과거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나 SNS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결국 과거 대중 집회나 TV, 라디오 토론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일방적 메시지 전달의 연장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기업들의 이런 입체적 마케팅 방식을 활용하는데 느린 이유는 아마도 언제든 쉽게 언론 매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문이나 TV 뉴스 등 언론사 기자는 정치인에게서 뉴스를 기대한다. 정치인들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통제하는 힘을 통해 정치 뉴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아무리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지향하더라도 이런 관계가 오래되다 보면 결국 취재원과 언론이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이스를 통해 메시지를 체험하게 하라. 


이렇게 단편적인 선거 운동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유권자들이 정치 지도자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려면, 정치 지도자는 전달하는 메시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이 친환경적이라는 메시지를 내걸고 선거 운동을 펼친다고 하자. 그는 TV나 신문,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파할 수 있겠지만 보나 마나 이것은 다른 정치 세력의 방해로 의미가 퇴색되거나 오도될 것이고 유권자 역시 원자력이 여전히 위험한 발전 시설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그는 단순히 언론, 미디어를 전달 매체로만 활용하지 말고 유권자 관점에서 입체적 전략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원자력이 친환경적이라는 추상적 메시지만 부각하지 말고, 실제로 원자력 발전의 환경적, 경제적 이점을 경험할 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인천,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원자력 발전의 이점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포럼을 열고 시민들의 체험 행사를 늘려 공약의 타당성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현안의 실체적인 모습을 부각하면 유권자들은 단순히 메시지를 듣는 것보다 훨씬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TV토론이나 대중 연설 등을 통해 수백만 명에게 관련 메시지를 전파하면 대중은 단순히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 본인들의 전시 체험과 결합하여 구체적인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될 것이다. 


이를 단지 하나의 공약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의 전반적인 인생 경험과 종합적인 공약 실현 모습 등을 구체화한 전시 행사로 만들어 전국 단위로 동시에 개최한다면 대중은 지도자가 그릴 구체적인 국가의 비전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전시 체험이 195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 정치환경에서 이루어졌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의 대척점으로 존재할 당시, 양국은 화해를 위한 제스처로 상대국에 문화 전시회를 개최하기로 하여 미국 뉴욕에서는 소련 전시회가, 소련 모스크바에서는 미국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미국의 닉슨 부통령과 소련의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모스크바 무역 박람회에서 미국의 부엌 모델을 놓고 벌인 설전은 아직까지 냉전시대의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1959년 6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소련 문화 전시회 (출처: 나무위키)


마이스의 최고 경지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전시회, 컨벤션 같은 마이스 행사가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주목받는 이유는 마이스는 결국 사람들의 사상을 변화시켜 행동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마이스는 정보 습득과 제품의 판매를 도와주는 기능을 넘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이 생존의 욕구를 거쳐 사회적 성공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자아실현의 단계로 넘어간다는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단계 이론은 마이스 플랫폼에도 적용된다. 


온라인이 일상인 시대에서 마이스 참가자들은 단순 정보 습득과 제품 판매의 기능을 지나 마이스를 통한 특별한 경험을 원하게 되고, 결국 참가자들은 마이스 공간에서 새로운 영감의 획득과 행동의 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다면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여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집단 편견이나 언론의 비위에 맞출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구체화 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자가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하다. 마이스는 정치 지도자의 이러한 입체적 정치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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