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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Mar 14. 2022

브랜드의 미래를 보려면 전시장으로 가라.

구찌는 어떻게 전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가

명품 브랜드는 왜 전시를 만드는가


루이뷔통, 샤넬, 티파니, 에르메스, 그리고 불가리의 공통점은? 모두 명품 브랜드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자기만의 브랜드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콘셉트는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명품 브랜드가 전시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모두 비슷하다. 온라인이 줄 수 없는 브랜드 체험을 통해 고객을 Advocate, 즉 브랜드의 변호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의 변호인이란 브랜드를 대변하고 보호하는 사람들로서, 소위 충성 고객을 말한다. 명품 브랜드는 판매를 넘어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전시를 통해 구매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바꿔 브랜드의 홍보 대사가 되게 하는 것이다. 


구찌가 보여준 브랜드의 미래


3월 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또 하나의 명품 브랜드 전시회가 열렸다.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이란 이름의 구찌 전시회이다. 제목만 들어선 무슨 뜻인지 영 이해하기 어렵지만 전시회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구찌가 어떤 브랜드인지, 구찌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이 어떤 것인지를 말이다.


명품 브랜드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데 있어 대개 4가지의 법칙을 따르는데, 구찌 역시도 이 법칙을 그대로 수용하며 자신만의 브랜드 세계를 보여주었다. 


(1) ‘기-승-전-결’식 브랜드 스토리텔링


명품 브랜드는 저마다의 브랜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브랜드의 역사는 관람객이 전시회를 보는 동안 자연스레 체험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간선형 동선을 취한다. 간선형 동선이란 관람객의 동선을 시작에서 끝까지 일방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굳이 도슨트가 따라붙지 않아도 자연스레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구찌 역시 전체 전시 구조를 간선형 동선으로 설계하여 관람객의 자연스러운 브랜드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구찌 전시회 배치도 (출처: Gucci.com)
간선형 동선 : 동선을 한쪽 방향으로 유도하여 기-승-전-결식 이야기 구조를 완성한다.


(2) 브랜드의 궁극은 아트이다. 


명품 브랜드가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제품은 더 이상 제품이 아니다. 루이비통은 가방을, 불가리는 보석을 보여주되 매장에 늘어놓듯 하지 않는다. 가방과 보석은 그 자체가 아니라 주변의 오브제와 함께 강렬하게 떨어지는 조명을 받아 하나의 창조적인 예술 작품으로 변신한다. 구찌가 보여준 전시 역시도 이런 원칙을 깨지 않았다. 구찌의 가방과 의상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오브제로 예술 세계의 일부가 된다. 드러나되 드러나지 않는 은연의 미를 살림으로써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명품임을 전시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3) 브랜드는 테크놀로지와 결합한다. 


이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은 당연한 시대적 트렌드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브랜드는 테크놀로지와 결합하여 브랜드의 세계를 확장한다. 구찌는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아방가르드적인 브랜드로 그 전위성을 표현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그 속성을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VR을 활용한 가상 전시회는 오프라인이 표현하지 못하는 브랜드의 세계를 확장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전시장 초입에 마련한 컨트롤룸에서는 마치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오마주한 듯 구찌의 패션과 브랜드의 이야기를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멀티미디어 아트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구찌 전시회의 VR공간 (출처: Gucci.com)
구찌 전시회 인트로 공간 '컨트롤룸'


(4) 베뉴는 브랜드를 담는 그릇이다.


전시회가 열리는 곳은 단순히 개최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서를 담아내는 그릇이어야 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명품 브랜드 전시회의 메카가 된 것도 베뉴가 브랜드를 품는 하나의 오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구찌는 DDP라는 베뉴를 브랜드 전시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베뉴와 브랜드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의 또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구찌의 전시 홍보 영상에는 전시회를 알리는 핑크색 열기구가 서울의 곳곳을 유영한 후 마지막에 DDP에 안착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DDP에 가면 실제로 영상 속의 열기구가 야외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베뉴가 브랜드 세계관의 일부가 되어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구찌 전시회 홍보영상 캡처 화면 (출처: Gucci.com)
DDP 야외 공간-구찌 전시회 열기구 전시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다. 브랜드는 아이디어다. 


구찌는 브랜드를 제품에서 매장-출판-영화-전시로 확장하며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브랜드는 이제 차별화된 경험 마케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어떻게 일관된 정체성을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전시회에서 만난 구찌는 더 이상 럭셔리 제품이 아니었다. 구찌는 아이디어 그 자체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어서는 하이브리드 공간에서 구찌는 브랜드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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