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주 David Lee Mar 17. 2022

행사를 불러들이는 베뉴의 6가지 팸투어 노하우

컨벤션 센터와 유니크 베뉴, 하우스 마케팅을 위한 팸투어의 정석

행사가 열리는 공간은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별로 최근 들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유니크 베뉴 -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정집도 행사 공간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가정집을 단기 숙박뿐만 아니라 스몰웨딩이나 세미나, 파티 같은 행사 개최 공간으로도 임대하고 있다. 은퇴한 세대들의 추가 소득 창출을 위한 하우스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2채 이상 다주택자들이 많은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이러한 하우스 마케팅의 개념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행사, 즉 마이스(MICE)의 개념이 대도시 중심의 컨벤션센터나 호텔 위주에서 로컬 지역의 작지만 독특한 유니크 베뉴와 하우스로 확산될수록 행사 유치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컨벤션 센터나 호텔은 이미 행사 대관을 위한 전문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작은 베뉴 사업자나 주택 소유주들이 행사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 행사 유치와 공간 홍보를 위해 행사 주최자나 블로거, 기자 등을 대상으로 미리 공간을 둘러보게 하는 활동을 팸투어(FAM Tour)라고 하는데, 이것은 Familiarization, 즉 미리 방문자를 공간에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초청하여 둘러보게 한다는 뜻이다. 


팸투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가장 먼저 공간에 대한 첫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신해성 박사는 연구 논문에서 행사 발굴 및 유치 단계 중 팸투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AHP 기법을 활용한 MICE 산업 정책 우선순위 연구, 신해성 2020) 


이처럼 팸투어만 잘 운영하더라도 공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행사 유치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팸투어를 운영하는 것이 좋을까? 


행사를 불러들이는 베뉴의 6가지 팸투어 노하우


1. 베뉴의 청소 및 위생 상태가 좋은가? 


당연한 말이지만 지저분한 공간을 보고 좋은 인상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공간이 팸투어 전에 미리 정리되어 있거나 깨끗해야 하지만 의외로 둘러보기 민망할 정도로 청소가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행사가 바로 전날까지 진행된 경우는 그다음 날도 행사의 잔해들로 가득하다. 팸투어 방문자는 단순히 공간을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행사 세팅을 위해 구석구석 치수를 재어가며 둘러본다. 겉보기에 깨끗해 보여도 행사 직후의 공간은 여전히 뒷정리가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드시 팸투어 전에는 전체적인 공간의 청소 상태를 점검하라. 특히 행사가 끝난 다음날 바로 팸투어를 진행하면 필시 이러한 문제들이 생기므로 되도록 2-3일 이후 팸투어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2. 대관 희망 장소의 팸투어가 가능한가?


팸투어 일정을 잡았는데, 마침 그날 투어 공간에서 다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그 공간을 보기가 어렵다. 현재 행사 주최자가 자신들의 행사에 외부 손님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고 특히나 VIP를 위한 행사는 의전이나 보안 등의 문제로 더더욱 불가능하다. 임시방편으로 비슷한 공간을 둘러보게 할 수도 있지만 팸투어 당사자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원하는 공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쉽게 장소 결정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타 행사 개최 중이라면 팸투어 자체가 진행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일정을 잡기 전에 팸투어 당일 보여주고자 하는 공간이 투어가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3. 베뉴의 모든 직원들이 팸투어 중인 고객을 알고 있는가? 


앞서 말했듯 팸투어가 중요한 이유는 공간에 대한 첫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만약 잠재적 고객인 팸투어 방문자가 공간을 둘러보는데 직원들이 본체만체하거나 마주치더라도 인사조차 하지 않으면 당연히 그 공간에 대한 인상이 좋게 남을 리 없다. 팸투어 일정이 확정되면 반드시 전체 직원들에게 팸투어 일자와 방문자 정보를 공유하여 당일 공간에서 마주칠 경우 간단한 인사 정도라도 하게끔 교육시키는 것이 좋다. 직원 모두가 팸투어의 가이드인 것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쉐라톤 호텔은 이 팸투어를 개인화, 즉 Personalized FAM Tour로까지 격상시켰다. 예를 들어 팸투어가 있는 날에는 호텔 내외부의 모든 디스플레이에 방문객 회사의 로고를 띄운다. 특정 팸투어 장소 뿐 아니라 호텔의 모든 공간에 방문 고객의 로고를 띄워 모든 직원들이 그날 팸투어의 고객을 알게 한다. 그리고 방문객 회사의 로고 옆에는 항상 쉐라톤 로고를 나란히 띄운다. 고객사와 쉐라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 호텔을 행사장으로 쓰도록 유도하는 그야말로 친밀하게 만들기(Familiarizing)를 실천하는 것이다.  

쉐라톤의 Personalized FAM Tour

4. 대관 행사 성격에 맞게 팸투어 공간이 준비되어 있는가? 


전시회, 세미나, 공연, 결혼식 등 행사는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더구나 같은 전시회 행사라도 주최자의 기획 의도에 따라 공간을 쓰는 방식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팸투어 전에 행사의 의도나 성격을 미리 파악하여 팸투어 공간을 세팅해 놓는다면 방문자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세팅을 가장 잘하는 공간이 호텔 연회장일 것이다. 호텔 연회장은 결혼식, 컨벤션, 전시장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데 보통 결혼식 투어라면 미리 공간을 결혼식 무대와 내빈석으로 꾸며 놓는다. 심지어 초와 꽃장식을 해놓는 경우도 있다. 전시 행사 목적이라면 공간을 아예 비워 텅 빈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또는 컨벤션 이나 공연 행사라면 무대와 조명 등을 미리 준비해 놓고 팸투어를 진행해야 한다. 이렇듯 팸투어 고객의 행사 성격에 맞게 미리 공간을 준비하는 것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행사 성격에 맞게 세팅을 해놓으면 공간 이해도가 빨라진다.

5. 팸투어 동선이 대관 행사 성격에 맞게 구성되었는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동선이다. 동선(Flow)이란 사람이 움직이는 흐름을 말하는데 이 사람들의 흐름, 즉 동선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기획자의 의도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연출 기법 중 하나이다. 동선을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 방문객이 느끼는 스토리텔링의 정서가 완전히 달라진다. 


팸투어의 동선도 마찬가지이다. 공간을 접근하는 방법은 방문객이 차를 가져오는 경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그리고 도보를 이용하는 경우에 따라 모두 다르다. 행사 기획자는 이 접근 동선부터 기획의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베뉴 공간을 보여줄 때도 주최자의 행사 의도를 반영하는 동선으로 팸투어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가구박물관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코리아유니크베뉴중 하나인데, 이곳은 성북동 대사관 길 올라가는 언덕의 중턱에 걸쳐있어 차를 가져가지 않고는 접근이 힘들다. 그래서 팸투어 방문객들은 이곳을 올 때 자연스럽게 차를 주차장에 댄 후 바로 연결되는 작은 쪽문을 통해 박물관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박물관측에서는 팸투어를 진행할 때 특별히 방문객들에게 주차장 말고 정문 입구까지 돌아와서 팸투어를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한국가구박물관 팸투어 시작지점

한국가구박물관의 정문은 옛 양반집의 대문을 그대로 보존하여 만들어 문이 양쪽에서 안으로 확 열리면 박물관 안의 고즈넉한 한옥 가옥이 멋스럽게 펼쳐진다. 이 광경을 경험한 방문객들은 모두 그저 '아!' 하는 단말마의 감탄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옥의 품격이 팸투어의 시작부터 느껴지도록 동선을 일부러 그리 잡은 것이다. 베뉴의 첫인상은 팸투어의 동선을 어떻게 잡느냐부터 시작된다. 

한국가구박물관의 대문이 열리는 순간이 팸투어의 시작이다. 

6. 팸투어 도착 전후 Hospitality 준비가 잘 되어 있는가? 


'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김현경 교수는 Hospitality, 즉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자리를 내어 준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앉을 곳을 내어 준다는 뜻이며,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이다. 팸투어의 시작과 끝은 자연스레 방문객과의 인사와 환담으로 이루어진다. 팸투어의 목적이 행사 유치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면 이 환대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행사 대관을 위한 계약은 서서 하는 게 아니라 앉아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팸투어가 끝난 자리에서 작별을 위해 기념품이 담긴 쇼핑백을 한 아름 안겨준다고 행사가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 팸투어 전후로 행사 주최자와의 환담을 위한 미팅 공간과 의전, 안내, 다과 등 세심한 배려가 팸투어를 행사 유치로 연결시키는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좋은 경험은 좋은 기억을 만들고, 좋은 기억은 행사를 불러들인다. 


팸투어는 결국 방문객에게 우리 공간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 이곳을 행사장으로 쓰게 만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팸투어는 무엇보다 방문객이 좋은 경험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경험은 좋은 기억을 낳고, 좋은 기억은 결국 이곳을 다시 오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도록 팸투어를 준비하라. 반드시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이전 09화 지방 문화예술공간의 마케팅 노하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