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송도컨벤시아 워크숍 발표 내용
오늘 강화도에서 열린 송도컨벤시아 워크숍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이렇게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관광공사, 그리고 송도컨벤시아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을 보니 무척 기쁩니다. 도시와 베뉴가 미래를 위한 토론의 장을 같이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고, 또 요청을 받기도 한 내용은 송도컨벤시아의 3 전시장 확장을 대비하여 어떠한 베뉴 운영 전략이 필요한지, 그리고 인천시는 어떻게 마이스 도시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비록 8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송도컨벤시아와 인천의 비전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송도컨벤시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 없다고 봅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매니지먼트>에서 "기업가의 사명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미래가 올 가능성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기업가는 스스로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송도컨벤시아 역시도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여 대응하기보다, 어쩌면 변화의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고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주도적으로 바꿀 창조적 전략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역설적이지만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먼저 예상해 보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저는 항상 베뉴의 전략을 수립할 때 지도를 먼저 펼칩니다. 베뉴는 태생적으로 로케이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송도컨벤시아의 미래를 살펴보려면 역시 지리적 위치에서 베뉴의 미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위 그림은 현재 수도권의 컨벤션센터 분포와 2030년 이후 수도권 컨벤션센터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재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할 경우 잠실과 서울역, 마곡, 성남, 킨텍스와 송도컨벤시아가 증축 내지 신규 건립, 개관하게 됩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잠실에 약 10만 sqm 규모의 전시장이 들어서고, 킨텍스가 17만 sqm의 전시장으로 확충되며 성남, 서울역, 마곡에 신규 컨벤션센터가 건립되는 것이겠죠. 물론 송도컨벤시아 역시 3만 sqm 이상의 전시장으로 확장하게 됩니다.
그럼 2030년을 대비하여 가장 신속히 위기 대응 전략을 만들어야 할 곳이 어디일까요? 일 순위는 코엑스입니다. 베뉴에 계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전시 주최자 입장에서 전시장이 새로 생길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가장 좋은 시기의 전시장을 '선점'하는 것입니다. 개장 초기에 대관 장소를 선점하지 않으면 이미 배정이 끝난 상태에서 베뉴가 유사 전시 주최자들에게 근접 시기 배정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잠실 마이스 복합단지가 들어설 경우 코엑스를 전관 사용하는 전시회 또는 전시 주최자가 가장 먼저 잠실을 선점하려 할 것입니다. 현재 코엑스 전관을 쓰는 전시회들은 장소 부족으로 로비까지 부스를 채우고 있어서 참가 업체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사업 확장을 본능적으로 갈망하는 전시 주최자들에게 인접한 잠실은 완벽한 장소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코엑스 입장에서 전관을 사용하는 전시회가 빠져나가면 당연히 그 빈 공간을 채우려 할 것이고, 이때부터 수도권의 컨벤션센터들은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킨텍스나 수원컨벤션센터 역시 대응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킨텍스의 2만 sqm 이상 전시회들 역시 동쪽으로 이동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일 것이고, 잠실과 코엑스는 문화콘텐츠 및 디지털 테크와의 결합과 유사 전시회의 통합, 대형화를 통한 전문화 전략을 활용하며 마치 블랙홀처럼 마이스 행사들을 빨아들이려 하겠죠.
정리하면 2000년대 초반 코엑스가 독점하던 시절 킨텍스와 송도컨벤시아가 생기면서 서진(西進)했던 행사들이 잠실과 서울역, 성남, 수원 등 동쪽으로 20여 년 만에 다시 이동하는 동진(東進)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이 제 예측입니다.
그렇다면 이 혼돈의 시기에 송도컨벤시아는 어떻게 경쟁해야 할까요? 사실 오늘 오기 전에 기존 연구 자료들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이미 송도컨벤시아를 연구 분석한 자료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자체적 대응방안도 있고, 외부 용역을 통한 연구 자료도 많았습니다.
사실상 이미 나올 전략들은 다 나왔다고 봅니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겠죠.
그러나, 한 가지 제가 볼 때 아쉬운 것은 기존의 연구 자료들은 사실상 현재의 위치를 지키는 앵커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스 레거시나 지속가능성, 지역 특화 콘텐츠 등은 인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의 컨벤션센터 전략에도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 지역별로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을 뿐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송도컨벤시아에게 필요한 것은 지키는 앵커 전략보다는 앞서 나가는 리딩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킨다는 것은 지금의 마이스 행사들을 계속 유지하고 개최한다는 것인데 이곳에 올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키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킨지는 이미 21세기 경제는 경험 경제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확언했습니다. 물질의 풍요는 사람들에게 결국 물질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새로운 경험적 재화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송도컨벤시아만의 매력적 요인은 무엇입니까? 저는 그것을 비단 송도컨벤시아 자체만이 아니라 인천이라는 도시 차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천만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강점을 매력적인 이벤트나 콘텐츠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 핵심 베뉴에 송도컨벤시아를 두고 비즈니스 이벤트 참가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도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리딩 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디테일한 전략을 제시할 수는 없으나, 한 가지만 예를 든다면 인천은 S(Subject_주체), E(Environment_환경), R(Resource_자원) 중 가장 강력한 E(Environment)를 우선 활용해야 합니다.
즉 인천은 국내 또는 세계 어디와 견주어도 가장 강력한 '베뉴의 도시'입니다. 인천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베뉴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 1위의 인천국제공항이 있고 인스파이어나 파라다이스 시티와 같은 복합리조트, BMW 드라이빙센터와 드론 비행시험센터 등의 스포츠 베뉴, 전등사나 개항장 박물관 등의 유니크 베뉴,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송도 글로벌 캠퍼스 등 미래를 대비하는 비즈니스와 교육 인프라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송도컨벤시아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자체 경쟁력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도시 인프라를 활용한 Environment 패키지 전략을 우선적으로 수립해야 합니다. 그것은 글로벌 베뉴 포럼과 같은 자체적인 비즈니스 이벤트의 기획일 수도 있고, 바이오산업 단지를 활용한 비즈니스 투어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으며, 스포츠나 역사,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참가자 체험 콘텐츠 프로그램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비즈니스 이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인천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하여 지식과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적 즐거움(Intelligent Entertainment)'의 도시로 브랜딩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간단하게나마 송도컨벤시아의 미래 운영 방향에 말씀드렸습니다만, 한편으로 인천시는 베뉴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최근 들어 타 지자체의 CVB들이 컨벤션센터나 재단 등에 통합되는 일이 있는데 제가 볼 때 CVB를 포함한 관광공사나 도시의 역할은 분명 컨벤션센터와 다릅니다. 컨벤션센터가 행사 유치의 첨병이라면 도시는 유치한 행사에 온 사람들을 도시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도시가 마이스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도시는 많은 행사들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 사람들이 어떻게 오래도록 머물면서 도시의 인프라를 향유하고 동시에 소비지출도 증가시키는지에 관심을 쏟아야만 진정으로 경제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래 머물러야 돈을 씁니다. 최근의 복합문화공간들이 예술이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에 힘을 쓰는 이유도 결국 사람들의 '체류시간'이 늘어나야 소비지출이 커지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마이스 행사를 많이 유치했어도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없고, 방문자들이 단지 두세 시간 머물다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면 그 도시는 마이스 도시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천은 치열해지는 마이스 도시 간의 경쟁에서 '향유와 소비',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마이스 도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도시의 경제파급효과는 단순히 '방문객 숫자 x 지출 금액'으로 계산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마이스 도시의 가치는 사람들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하드웨어와 콘텐츠가 결합될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인천은 그 가능성을 새롭게 창조해야 합니다. 이미 인천은 충분한 인프라가 있고, 그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지금의 시도_인천 관광/마이스 스타트업 육성과 같은_는 매우 타당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하여 대비하지 말고 기업가적 창조를 통해 앞서 나가십시오. 예측한 미래가 올 가능성 그 자체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2030년을 대비하는 '인천을 살리는 베뉴 마케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