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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Jul 18. 2017

박물관은 나에게 무엇인가?

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서평 아닌 감상을 적는 것은 대학교 독후감 작문시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끌리는 박물관'은 유명 작가들이 숨겨둔 애인 같은 박물관을 방문하여 느낀 단상들을 이야기하듯 풀어낸 책이다. 박물관 감상기를 작가들의 문학적 필체로 표현한 것도 신선했지만, 그 은유와 메타포가 넘치는 원문을 한국어로 풀어낸 번역가의 힘이 더 놀라운 책이다.

번역가의 글이 이렇게 가슴을 울린 적이 있었던가


옮긴이 김한영은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갈리아 전쟁기'등을 번역한 실력자다. 그가 이 책의 번역을 마치고 쓴 '옮긴이의 글'은 자신이 어떻게 음악과 문학, 예술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순수했던 감수성이 이 책을 통해 다시 살아났는지 덤덤히 밝히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하나의 작은 우주란다." 그날 내 심미적 자아는 학 같은 큰형을 박물관으로 삼았다. 이 보석 같은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자각하지 못했을 진실이다.

그는 자신의 번역가로서의 삶이 너무 평온해 좀이 쑤신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서른두 살에 문예창작과를 입학하여 문학적 감수성에 불을 지피던 시절. 다시 떠올리지 못했을 그 열정 가득했던 시절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회상한다고 했다.


박물관은 우리가 과거를 만날 수 있는 장소이자, 현재 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미래를 열어갈 통찰을 얻는 곳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했다. 역사적 유물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이 박물관이지만, 어떤 이에겐 누군가의 존재, 누군가의 한마디가 박물관일 수 있다. 생각을 지평을 넓히고, 자신의 내면에 있던 열정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나의 '박물관'인 것이다.

원서의 책 표지가 궁금해 아마존에서 찾아봤다. 원서의 커버는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한국어판의 책 디자인이 훨씬 맘에 든다. 원서 자체의 뛰어난 내용과 수려한 한국어판 디자인, 번역의 훌륭함과 옮긴이의 후기까지, 모든 것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출판사의 정성스러운 수고에 깊은 지적 충만함을 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Written by 이형주

서강대 경영학과와 핀란드 헬싱키 MBA를 졸업하였다.

킨텍스 1기로 입사, 10년간 전시장 운영과 전시회 유치, 기획 업무를 하고 퇴사하였다. 그 후 창업하여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전시회로 중국 관광객 11만 명을 유치하였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미래 전시 어드벤처' 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전시회 참가 기업을 위한 전시마케팅 강의와 기고 등 전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형주의 전시마케팅'

www.facebook.com/tradeshows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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