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주 David Lee Aug 22. 2017

지금, 왜 베뉴 마케팅을 다루어야 하는가?

중앙대 예술대학원 강의 시작을 위한 연설문 

중앙대 예술대학원 학생 여러분!


이번 학기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과목으로 '박물관 마케팅' 수업을 진행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특별히 이 과목을 박물관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베뉴 마케팅(Venue Marketing)'이란 제목으로 확대하여 한 학기 동안 진행할 예정입니다. 


1. Venue란 무엇인가? 


여러분 중에는 '베뉴'란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베뉴는 한 마디로 집객시설입니다. 사람이 모여 어떤 행사나 전시를 주최하고 관람하는 장소, 공간을 Venue(베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는 특별히 정의되어 있는 단어가 없는데, 제 생각으로는 지금껏 베뉴 경영론이나 베뉴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컨벤션센터, 경기장, 공연장 등이 이런 베뉴에 속합니다. 복합 문화시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은 모두 time(시간)과 space(공간)를 제공하여 운영 및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뉴를 간단하게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베뉴란 인간이 어떻게 살았고, 살며, 살 것인지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이다. 

Venue is a destination providing experiences for past, present and future life of human being.


위의 문장을 다시 아래 그림처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로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과거를 보여주는 장소는 박물관, 미술관입니다. '기억'이란 테마로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곳을 우리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 인간이 현재를 사는 공간에는 경기장, 공연장, 쇼핑몰, 테마파크와 같은 시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곳에서 일상을 벗어나 예술과 스포츠, 쇼핑, 엔터테인먼트를 즐깁니다. 도심의 오아시스라고도 하는 이런 시설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세 번째로,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실체로 보여주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미래의 신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전시하는 컨벤션센터입니다. 컨벤션센터와 무역전시장은 산업전시와 컨벤션, 이벤트 등의 MICE 행사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한걸음 먼저 제시합니다.    

베뉴는 인간이 어떻게 살았고(박물관/미술관), 살며(경기장, 공연장 등), 살 것인지(컨벤션센터)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장소를 영어로 destination이라고 했을까요? 이런 시설들은 사람들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로댕의 '키스' 조각을 보려면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가야 합니다. '모나리자'를 만나려면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야만 합니다. 싸이를 만나려면 공연장으로, 디즈니를 느끼고 싶으면 디즈니랜드로 갑니다. 그리고 미래의 자동차를 만나고 싶으면 모터쇼가 열리는 킨텍스로 가야만 합니다. 즉 이 모든 베뉴들은 지나가다 들리는 곳이 아니라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가야 하는 목적지, 바로 destination 인 것입니다.  


2. 왜 지금 베뉴 마케팅이 필요한가? 


베뉴의 정의를 이해했다면, 이제 두 번째 질문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왜 베뉴 마케팅을 공부해야 할까? 박물관, 미술관의 개별 마케팅이 아닌 베뉴를 묶어서 마케팅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이 궁금해집니다. 


(1)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업영역 


우선적으로 박물관, 미술관, 컨벤션센터, 경기장, 테마파크 등은 모두 이제 서로의 사업영역을 허물고 융합되어 가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과거 유물 보관 및 전시 기능에서 교육과 체험의 장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유물을 발굴, 해석, 수장하는 기능과 전시 기능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교육과 체험의 화두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는 '관조'의 기조에서 이제는 '회합'의 장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더 이상 관람의 공간만이 아니라, 음악회가 열리고, 관광객이 찾아오며 국제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미술관 역시 마찬가지이며 국가에서는 아예 국제회의를 위한 '유니크 베뉴'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 개최가 주 목적인 경기장은 콘서트장이나 지역 주민의 문화이벤트 시설로, 쇼핑몰과 테마파크는 상업시설과 전시, 오락,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복합 문화시설로, 그리고 컨벤션센터는 MICE 행사에서 벗어나 이제는 공연, 문화전시, 스포츠 이벤트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MICE-관광-문화는 결국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베뉴들은 서로의 본질적 영역에서 서로 간의 영역으로 교차, 확장하며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2) 공공시설로서의 가치와 수익 창출의 딜레마


이런 베뉴는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의 자금과 지원으로 건립되고 운영됩니다. 민간이 건립하는 쇼핑몰이나 테마파크는 열외로 하더라도 박물관, 미술관, 경기장, 공연장, 컨벤션센터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 지원금이 필요하고, 공공재로서의 가치와 수익창출의 경영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난제가 있습니다. 결국 적극적인 마케팅과 이에 따른 경영목표 달성은 어느 시설이건 당면한 과제입니다. 입장객 수와 운영수익, 그리고 시설 가동률 등 경영 지표를 보더라도 이 베뉴들은 공통적인 경영상의 이슈들을 안고 공격적 마케팅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하드웨어가 아니라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전략이 문제이다.  


이렇게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시설들은 대부분 건립과 동시에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설 임대, 예약, 주최자 마케팅, 부대수익, 시설유지보수, 그리고 전시 기획과 콘텐츠 개발에 대한 문제 등 거의 모든 베뉴는 운영방식이 동일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시설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순환근무, 공무원 파견 등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 단순 임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자체 전시 기획 역량은 민간이나 해외 전시기업에 비해 수준이 낮습니다. 왜 우리는 해외에서 전시회를 비싼 임대료를 내고 빌려오기만 할 뿐 수출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일부 국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컨벤션센터는 자체 운영이 가능하나 나머지 지방이나 사립 시설, 그리고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공립 경기장, 문화센터는 마케팅 역량이나 기반이 매우 열악합니다. 올림픽, 월드컵이 개최될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경기장의 사후 운영 문제, 컨벤션센터의 건립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질적인 중소기업을 위한 전시마케팅이나 바이어 유치에 대한 고민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것입니다. 


(4) 마케터로서의 영역 확대


이 수업을 듣게 될 학생 여러분은 졸업 후 어떤 꿈을 갖고 있습니까? 글로벌 마케터로 나가고 싶습니까? 아니면 유능한 전시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까? 저는 여러분이 박물관, 미술관뿐 아니라 다양한 베뉴 마케팅의 연구를 통해 통섭적인 시각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만나고, 기업과 문화가 만나는 이 시대에 어느 하나의 단선적인 시각으로는 시대의 고민과 사회의 이슈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와 여러분은  이 수업을 통해 한 학기 동안 다양한 베뉴 마케팅의 이론과 사례들을 접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현장의 기획자를 초청하여 특강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대학원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건 학자의 길로 진출하건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역사와 문화,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어떻게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전방위적 마케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3. 베뉴 마케팅 강의 과정 


앞으로 16주 동안 저는 여러분과 박물관, 미술관, 컨벤션센터 등 베뉴(문화 복합시설)의 정의와 마케팅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특히 마케팅의 기본 개념 및 베뉴의 마케팅 전략/트렌드 연구를 통해 미래 문화 복합시설의 운영 방향에 대하여 같이 고민하고 싶습니다. 이 수업을 마치고 나면 여러분은 최소한 박물관, 미술관, 컨벤션센터, 경기장 등의 고민이 무엇이고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교육 코스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박물관 마케팅 (베뉴 마케팅) 교육 과정 (16주)


끝으로 매주 월요일 이 시간이 저와 여러분 간 자유로운 토론과 질문, 논쟁이 끊임없이 피어나길 기대합니다. 앙드레 말로는 '박물관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장소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간직한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미래의 꿈을 보여주는 컨벤션센터와 문화시설들의 마케팅은 정답이 없습니다. 낯선 길은 계속 다닐수록 익숙한 길이 됩니다. 새로움을 만나고 도전하는 용기가 청년들에게 인생의 길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Written by 이형주


VMC (Venue Marketing Consulting) 대표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과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등에서 Venue(박물관, 미술관, 컨벤션센터 등) 마케팅 및 중소기업의 전시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 킨텍스 1기로 입사, 10년간 전시장 운영과 전시회 유치, 기획 업무를 하고 퇴사하였다. 그 후 창업하여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전시회로 중국 관광객 11만 명을 유치하였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미래 전시 어드벤처' 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 서강대 경영학과와 핀란드 헬싱키 MBA를 졸업하였다.


페이스북 '이형주의 전시마케팅'

www.facebook.com/tradeshowsmarketing





매거진의 이전글 박물관은 나에게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