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주 David Lee Nov 13. 2017

해외 전시사업자들은 어떻게 한국시장에 진출하는가?

전시저널 2017 Sep-Oct 기고문

Can you give us whole venue service rights?

2015년 5월, 미국 최대 통합전시솔루션 기업 중 하나인 GES(ges.com)는 한국 전시산업 진출을 위해 국내 한 베뉴 사업자를 만나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전시회 운영에 필요한 전시기획, 디자인, 전시장치, 물류, 리깅(전시장 천정에 구조물 설치를 위한 서비스) 등, 전시 운영의 토털 솔루션 제공사로 진출하기 위한 의사를 타진한 것이었다. 물론, 한국 현실과 맞지 않는 통합형 사업 구조로 인해 당시 진출 의도는 무산되었다.   

   

미국 최대 통합 브랜드 마케팅 기업 Freeman, AV 자회사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다     


그로부터 2년 여가 지난 2017년 5월, 국내 한 구직 사이트에는 아래와 같은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Staging Connection is looking for a passionate sales professional with proven experience in Korea. We are part of the Freeman Company, the world’s largest brand experience company.”     

Freeman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과 유럽, 중동 등지에서 전시, 이벤트 서비스의 세계적 기업으로 GES와 쌍벽을 이루는 브랜드 체험 마케팅 분야의 대표적 회사이다. Staging Connection(stagingconnections.com)은 Freeman의 자회사로 무대디자인, AV장비, 이벤트 연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지난 5월, 소리 없이 한국 인력을 채용하며 조용히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단순히 AV장비 업체 하나가 들어온 것이 아니다. Staging Connection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듯, 세계 최고의 전시 이벤트 회사인 Freeman과 연결되는 게이트웨이를 만들어 국내 전시, 이벤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왜 그들은 한국 시장을 노크하는가     


물론 십여 년 전에도 외국 기업들은 이미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전시컨벤션 주최자인 메세 프랑크푸르트 코리아, UBM Korea, MCI Korea, 전시장치 분야의 킹스맨 코리아, 피코 코리아 등 각 분야에서 이미 다수의 기업이 진출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전시산업에 진출코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그 특징이나 사업 목적 자체가 기존의 기업들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왜 한국 전시산업의 문을 두드리는가?      


(1) 전시장 공급 확대에 따른 전시산업 규모의 확대       

전시장 면적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전시회가 커질수록 경쟁력 있는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10만 sqm의 위용을 자랑하는 SIMTOS-서울 국제공작기계전시회는 이미 어느 하나의 전시장치 회사나 서비스 회사가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전시 장치나 물류, 서비스 등 어느 하나의 기업이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 어디에도 없다. 서울 모터쇼나 서울 국제식품전 등, 5만sqm를 넘는 대형 전시회가 늘어날수록 전시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 어느 회사도 이런 대형 전시회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여기서 통합적이란 자체 역량과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인다는 뜻이며 국내 대기업 계열 기획사들의 하청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전시장 공급 확대에 따른 전시면적 확대 -> 전시회의 대형화 -> 전시 서비스의 국제화’에 따른 국내 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GES나 Freeman 등의 전시 서비스 회사, 그리고 최근 진출한 Reed Exhibition Korea 같은 전시 주최자 역시 킨텍스의 3단계 확장, 잠실 전시장 건립계획이나 SETEC 확장과 같은 수도권의 전시장 공급 확대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고, 이렇게 대형 전시회의 플랫폼 확대와 국제전시의 임계점인 2만sqm를 기점으로 국제 전시서비스의 필요성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2)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 – 시장을 선점하여 장악한다     

최근 사드 이슈로 국내 기업의 대 중국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나, 화장품, 육아, 헬스케어/바이오, IT, 조선업 등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산업은 여전히 본질적으로 탁월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이 분야의 전시회들 역시 국내 전시회들 중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위의 뷰티 등 유망 분야의 전시회들은 동남아, 중동 등의 바이어 방문 확대로 참가업체들의 성과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지이면서도 생산 거점으로서의 한국 시장, 그리고 그곳에서의 전시회는 해외 전시 주최자들이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만한 아이템이며 이에 대한 투자 및 선점을 통해 아시아 대표 전시회 육성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3) 아시아의 매스티지(Masstige) 소비 중심지 – 서울을 노리다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는 개관이래 명품 브랜드의 전시, 쇼케이스 중심 베뉴로 자리를 잡았다. DDP가 이렇게 럭셔리 브랜드의 마케팅 행사 중심지로 자리 잡은 데는 자하 하디드라는 건축가의 걸출한 베뉴 디자인, 관광지로서의 동대문이라는 장소 특성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시아의 매스티지(Mass와 Prestige의 합성어: 명품의 대중화를 의미) 소비지로서의 서울이라는 이미지를 가장 잘 연결시킨 특성이 한몫한다. 루이뷔통, 샤넬 등의 명품 브랜드가 서울을 행사 개최지로 선택한 이유는 아시아의 패션, 뷰티, 소비재의 유행을 선도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키 위함이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들의 마케팅 이벤트는 현지의 전시 이벤트 기업들과 함께 들어온다. 루이뷔통 서울 전시나 샤넬 전시 등은 모두 프랑스 기업의 기획자와 디자인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행사였다. 기업의 브랜드 이벤트는 구매를 넘어 소비자로 하여금 기업의 헤리티지를 느끼고, 궁극적으로 브랜드에 충성토록 하기 위한 마케팅 행사이다. 따라서 기업의 브랜드를 잘 아는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연히 글로벌 브랜드는 같이 호흡하는 글로벌 기획사들과 함께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들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가     


그렇다면 해외 사업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까? 위의 3가지 요인에 비추어 각각의 진출 방식을 고려하면 조금이나마 쉽게 그들의 전략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1) Total Solution Provider : 통합적 기획 역량을 확보하다.     

전시회가 대형화할수록 통합적 관점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내 전시 서비스 기업 중 이런 대형 전시회를 전시 기획, 디자인, 운영 등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아니, 어느 한 곳에 통합운영을 맡기려 해도 입찰과정에서의 담함 우려 등 관례적 측면 때문에 못해온 요인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외국 전시서비스 기업이나 주최자는 단편적 관점에서 전시산업을 공략하기보다 Total Solution Provider로서의 관점으로 접근하고자 할 것이다. GES는 지난 30년간 CES 전시회를 전체 총괄 운영하였다. 전시 기획부터 전시디자인, 물류, 운송, 장치, 서비스까지를 총괄하며 일관된 Identity를 확보한 것이다. 이러한 역량은 비단 전시회뿐 아니라 기업의 통합 브랜드 마케팅까지 연결되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 해외 전시사업자의 국내 진출은 전시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분야까지 깊이 파고들 것이 분명하다.      


(2) Fast Mover Strategy : M&A 또는 전략적 투자를 통한 조기 선점     

한국 시장이 비록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글로벌이나 아시아 시장 규모에 비해 매우 작은 것이 현실이다. 실례로 Reed Exhibitions은 영국 회사로서 전 세계 매출이 연간 1조 원이 넘는다. 아시아에서는 전 세계 시장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 규모로 따진다면 약 3천억 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그중 중국이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Reed Exhibition Korea가 한국에서 매출 300억 원을 달성하더라도 전 세계 규모로 봤을 때는 2%에 불과하며, 아시아 매출 기준으로도 10% 남짓이다. 따라서 매출 확대와 조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빠른 전략적 판단과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 이것을 우리는 Fast Mover Strategy라고 부르며 여기에 가장 적합한 전략은 M&A와 전략적 투자를 통한 시장 진입일 것이다. 아마존이나 구글은 수십여 기업의 M&A와 전략적 투자를 통해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원천 기술이 아닐수록 기존의 시장 사업자를 조기에 극복할 방법은 인수합병과 투자뿐이 없다. 물론 국내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M&A 전략을 취한다면 시장 장악에 따른 국내 여론이나 업계의 비판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입 초반 글로벌 스탠더드 콘텐츠와 유연한 서비스 정책을 시행한 이후 보다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는 과연 국내 업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또 어떤 전략으로 시장 방어에 나설 것인지 고민해야만 한다.      


(3) Coming together with global players     

루이뷔통 전시회가 프랑스의 전시기획자와 손잡고 서울에 왔듯이, 거꾸로 해외 전시 주최사는 한국에서 개최하는 자사 전시회에 글로벌 기업들을 같이 데리고 올 것이다. 2015년 GES는 서울 모터쇼의 운영권을 획득함과 동시에 '빔(BEAM)'이라는 원격 주행로봇을 활용하여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최고 경영자를 서울 모터쇼에 등장시켰다. 빔을 통해 브린은 킨텍스 전시장 곳곳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자동차를 관람하고, 자동차협회장과 서로 대화를 나누어 새로운 전시회의 그림을 만들어 냈다.                      


또한 올 8월 코엑스에서 열린 코믹콘 서울 2017(Reed Exhibition Korea 주최)에는 블리자드, 마블 등의 해외 기업이 참가하고 매즈 미켈슨, 스티브 연 등의 배우들이 행사에 참석하였다. 혹자들은 처음 한국에서 열린 코믹콘이 해외와 같은 수준이 아니라며 비판을 하였으나, 글쎄, 한 번도 행사 주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전시의 본모습은 2-3년 후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글로벌 주최자의 역량은 단지 자체 기획 운영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를 데리고 온다는 것이다. 코믹콘의 한국 개최는 그 전시회를 통해 세계의 유수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사, 엔터테인먼트사, 투자자 그리고 유명 배우 등 한국 전시주최자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들어온다. 당연히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코믹콘 서울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희망할 것이고, 이는 자연히 전시회의 성공적인 안착과 운영을 가져온다. 시장은 결국 바이어와 셀러가 만나는 곳이므로, 세계 시장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게 하는 경쟁력은 오직 Reed만의 강점일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전시시장은 개방되었다. 국내 전시장 면적이 증가하고, 전시회가 성장할수록 외국 기업에게는 진출하기 좋은 유리한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통합 솔루션 제공자로서, 빠른 시장 침투 전략과 함께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같이 데리고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그들은 그렇게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 본 내용은 전시저널 2017 Sep.-Oct.에 기고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림 MICE 2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