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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Nov 19. 2017

해외 전시사업자들과의 조우 -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시저널 2017 Sep-Oct 기고문 

진단 있는 곳에 처방 있다고 했다. 문제가 있는 곳에 해결책도 있는 법이다. 우리는 해외 전시 사업자가 왜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어떻게 진출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금부터는 그에 대한 과제-대응방안을 고민해보자. 과연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은 득이 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      


진입방식 1: 국내 시장 확대에 따른 통합 솔루션 제공자 역할 

 -> 해결과제 국내 전시 이벤트의 대행 운영 방식을 벗어나라     


주지하다시피, 국내 정부 및 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는 대부분 입찰 방식을 통해 매년 사업자가 지정된다. 선정되는 사업자도 매번 바뀌고, 대행사 역시 주어진 예산과 과제 안에서만 움직일 뿐이다. 주최사는 기획자가 아니라 선정된 업체가 일을 잘하는지, 기한 내 과업을 수행하는지,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는지를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로 머문다. 심지어 현장에서도 줄곧 행사장을 누비는 스텝은 대행사의 직원들뿐이다. 당연히 전시회에 대한 누적 데이터도, 경험도 쌓일 수 없다. 매년 다른 사업자가 선정되고, 단발성으로 끝나는 운영 방식 하에서는 그 누구도 장기적인 비전을 세울 수 없다. 이런 전시회들이 일 년에 수십 개씩 생겼다가 사라진다. 대행사들은 불나방처럼 그저 행사를 수주하고 진행하고, 다시 흩어진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들과 바이어는 누가 관리하는가? 그저 부스 유치와 목표 달성을 위한 대상일 뿐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주최 측도, 대행사도 책임지고 행사에 대한 지속적인 발전을 이야기할 수 없다. 국내에서 진정으로 국제전시회라고 부를 수 있는 전시는 몇 개나 되는가? 시장이나 환경 탓을 하기 전에 눈을 들어 안을 들여다보자. 지금의 대행 방식으로는 절대로 글로벌 기획사들의 통합 기획/운영 역량을 따라잡을 수 없다.  

    

진입방식 2: 시장 선점을 위한 M&A 및 투자 확대 

 -> 해결 과제 : Market Driven to Market Driving Strategy      


해외 전시사업자가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콘텐츠를 육성한다면 어디에 투자할까? 당연히 국내 경쟁력이 있는 분야일 것이다. 뷰티, 육아용품, 헬스케어/바이오, IT, 조선 등의 산업이 경주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이 분야의 전시회 역시 M&A 및 투자 대상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M&A나 전략적 투자는 투자수익률(ROI)을 근거로 한다. 구체적인 타깃 전시회의 규모로 봤을 때는 최소한 전시면적 20,000 sqm 이상 또는 3년간 지속된 전시회가 1차 대상일 수밖에 없다. 20,000 sqm는 전시회의 국제화를 고려할 때 임계점이 될 수 있는 규모이다. 쉽게 말하자면 킨텍스 2개 홀을 채울 수 있다면, 그 이상의 확장은 글로벌 주최사의 역량으로 해외 기업 및 바이어들의 참여 확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전시회중에서 이 국제 전시회 대상에 포함되는 사업자들은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를 통해 방어에 나서야 한다. 아직도 숙박비/항공료 대주면서 바이어를 데리고 오는 수준으로는 절대로 '국제' 전시회란 말을 써서는 안 될 것이다. 외국 바이어가 한국 전시회에 오지 않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바이어이기 이전에 한 명의 방문객으로서, 한국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전시회는 둘러보는데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전시장 밖을 나가면 달리 갈 곳도, 갈 만한 프로그램도 없다. 주최자도, 코트라도 바이어의 일정은 오직 ‘수출상담회’ 시간뿐이다. 제대로 된 비즈니스 투어 프로그램 하나 갖추지 못하면서 10여 년째 전시회의 국제화를 외치는 것은 정책의 실패인가? 아님 기획의 실패인가?      


국내에서 국제 경쟁력 있는 산업의 전시회는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 위주의 전시회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런 전시회일수록 참가기업의 마케팅 기회 발굴과 바이어들의 국내 기업 연계 투어 등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면 경쟁력 있는 분야부터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어설프게 해외 전시회의 그림을 따라 하려 하지 말고, 시장 선도가 가능한 분야부터 전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시장을 따라가기보다(Market Driven), 시장을 선도하는(Market Driving) 전략이 전시산업에도 필요하다.      


진입방식 3: 전시사업자와 글로벌 기업들의 공동 진출   

 -> 해결 과제 : ‘나음보다 다름의 전략을 활용하라     


브랜딩 전략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나음보다 다름’이란 숙어다. 나음이란 상대보다 더 낫거나 좋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다름이란 다르게 보이거나 아예 다른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다름은 다른 말로 독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독점은 가장 좋은 시장 전략일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브랜딩 전략의 으뜸인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해외 전시사업자들이 개최하는 전시회가 다르게 보이는 것은 전시회에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시 플랫폼 안에서 3-4일간 교류하고 대화하며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반면 국내 전시사업자들은 모두 자기만의 특화된 전략을 외치지만, 결국 부스 영업이나 관람객 홍보 이외 시간을 쏟지 않는다. 반면 참가업체는 부스를 벗어나 전시라는 플랫폼을 온전히 활용하길 원한다. 부스를 벗어나면 전시회장을 쓸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 그 갭을 채워줄 수 있는 콘텐츠나 플랫폼 전략은 누가 만들고 기획할 것인가? 거기에 바로 ‘다름’의 해답이 있다.      


산업의 뿌리를 이해하고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하나의 범주를 장악하면 그 전시회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마치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처럼, 전시사업자는 그 산업의 전문가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산업의 트렌드를 한걸음 먼저 제시하고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채울 수 있는 기획자가 진정한 전시회의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유행에 편승하는 전시회들이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할 뿐이다. 전시산업에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박한 연봉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는 전시는 ‘trade-show’라고 할 수 없다. 인재가 찾아올 수 있도록 발굴과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시 인재의 발굴과 육성은 그 ‘다름’을 실천하기 위한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본 내용은 전시저널 2017 Sep-Oct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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