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

by 너그러운 빛

친정 모임을 아주 즐겁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진솔하면서 즐거웠던 대화들, 화투패 놀이를 하며 농담을 주고받았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하루 동안 킬킬거렸다. 그러다 문득 단톡방이 조용하자 혹시 아빠와 동생이 싸운 건 아닐까 염려가 되었다.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망상이 시작되었다. 아빠와 동생의 불편한 감정이 터져서 각자 괴로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다 그 망상은 이내 잊혔다. 왜냐면 다른 망상으로 덮였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는 자기 자신이 불만스럽다는 남편의 말. 좀 더 주도적인 일을 하고 싶고, 그렇지 않은 현실에 한숨을 쉬는 남편의 불행한 삶으로 망상이 옮겨왔다. 남편은 이상을 추구하지만, 헛된 바람은 이루어질 리 없고 평생을 저렇게 자기 삶을 한탄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마음이 축 가라앉는다.


불안과 걱정,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망상은 습관인 것이다. 어디에 자리를 틀지 호시탐탐 노리면서 어슬렁거리는 존재다.


예전에 조현병을 가진 수학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았다. 그를 위협하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주변을 맴돌았고, 거기에 집착하던 그는 점점 일상을 잃어가고 미쳐간다. 사실 그 검은 사내가 자기의 망상이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깨닫는다. 그 깨달음 후에도 검은 옷의 사내는 종종 그의 삶에 나타나지만, 그가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 불안과 걱정도 검은 사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약간의 불안을 겪은 뒤 이내 곧 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가진 그나마의 축복이다.


나는 내 삶을 불안으로 덮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해결방법을 생각한다. 해결방법은 이것이 내 망상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내 불안한 망상은 습관이라서 어떤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가 와 상관없이 작은 연료로도 화르르 불을 피운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나의 삶과 분리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그들의 삶이 내 포커스가 되면 나는 무기력함과 불필요한 애씀을 만들어낼 뿐이다. 나는 내 삶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음을 이해한다.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모든 행복과 시련은 결국에는 우리를 위한 진정한 선으로 귀결된다는 믿음을 갖는다. 세속적인 소유와 상관없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겪어내야 할 일과 그를 통한 자기 자신의 강렬한 깨달음과 진정한 행복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으며,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자기 길이 있음을 이해한다. 누군가의 행복도 시련도 모두 그의 것임을 존중한다. 그것이 그에게 필요한 일이고 결국에는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세상에 어떤 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


20190121_202158.jpg 나에게 오롯이 집중했던 스페인 여행.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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