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일이 삶의 핵심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부당해 보일 때, 결정이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때, 판단하는 능력은 곧 성숙함의 증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괴테의 ‘피장파장’을 읽으면서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상대를 비판할 때의 나는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비판은 종종 나의 불안, 미해결의 감정, 혹은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다른 얼굴로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상대의 부족함이 유독 크게 보일수록, 그 그림자는 나의 내부와 닮아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불편했지만, 동시에 삶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계기였습니다.
괴테의 통찰은 도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기 자신을 제외한 채 세상을 재단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판단의 칼날이 날카로울수록, 그 칼을 쥔 손 또한 상처 입기 쉽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옳음에 대한 집착이 반드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의미는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만 있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판단을 잠시 유보하고, 왜 그런 감정이 일어났는지를 자신에게 묻는 데서 의미가 시작되는 듯했습니다. 누군가를 단죄하지 않아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고,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아도 존엄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피장파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비추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은 덜 공격적이 되고, 조금 더 정직해집니다. 아마도 성숙이란, 남을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지 않는 용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