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일정에 맞춰 행사를 치르고, 요구되는 보고를 빠뜨리지 않습니다. 표면적으로 저는 여전히 성실합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 있다는 감각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이것을 ‘냉각(冷却)’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냉각(冷却)은 일을 대충 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규칙을 잘 지키고, 요구된 기준을 정확히 충족합니다. 다만 더 이상 스스로를 앞세우지 않습니다. 조직을 위해 한 발 더 내딛지 않고, 필요 이상의 책임을 자처하지 않으며, 위험을 감수한 판단을 피합니다. 말하자면 ‘할 일은 하지만, 나를 걸지는 않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성실함이 반복적으로 제도적 언어와 어긋날 때, 헌신의 밀도가 평가의 기록으로 환원되지 않을 때,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용히 후퇴합니다. 분노하거나 소리치지 않습니다. 대신 기대를 접고, 마음을 접습니다. 냉각(冷却)은 저항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상태가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냉각(冷却)은 전염됩니다. 누군가 먼저 한 발 물러서면, 그 침묵은 주변으로 번져 조직 전체의 온도를 낮춥니다. 겉보기에는 안정적이지만, 안에서는 창의도 책임도 서서히 말라갑니다. 조직은 유지되지만, 살아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상태가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이 비겁함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때로 냉각(冷却)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마지막 품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정말로 경계해야 할 것은 불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성실함일 것입니다.
성실함이 조직에 남되, 마음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조직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