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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빈마음

by 최정식

사람들 사이의 웃음과 대화가 오가는 술자리는, 겉으로 보기엔 활기차고 온기로 가득 차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드는 순간조차,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요?


심리학적으로 술자리는 우리에게 두 가지 상반된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나는 사회적 연결감을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회피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술자리를 통해 관계를 확인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하지만, 동시에 진실한 감정 연결보다는 순간적인 위로에 의지하기 쉽습니다.


특히 술자리는 종종 표면적인 유대를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나누지만, 정작 그 대화 속에서 진심이 얼마나 오갔는지를 떠올리면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진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역할을 수행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술자리는 흡사 무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웃고 있지만 마음은 텅 비어 있는 배우가 된 기분이 들곤 하지요.


또한, 술은 감정을 진정시키거나 억누르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데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스스로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점점 서툴러집니다. 그렇게 무심코 감정을 흘려보낸 뒤, 술자리가 끝난 후의 고요함 속에서 찾아오는 텅 빈 느낌에 압도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술자리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지만, 정작 그 위안이 순간적이고 피상적인 것임을 깨닫는 데서 비롯됩니다.


공허함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내면을 바라보지 않을 때 찾아오는 감정입니다. 술자리는 그 순간을 즐기기엔 좋은 도구일 수 있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마주하기엔 부족한 공간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웃으며 대화를 나눴던 그 시간이 과연 무엇을 남겼는지,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실했는지 돌아보면, 그 공허함의 실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공허함은 우리의 내면이 주는 일종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누구와 함께할 때 내 마음이 채워지는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술자리를 통해 진짜 관계를 만들어 나갈 방법을 찾으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다음번 술자리에선 조금 다른 시선으로 그 자리를 마주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술잔을 주고받는 그 순간의 표정 너머, 상대의 진심과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려 노력해 보세요. 술자리의 공허함은 어쩌면 우리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주는 작은 틈새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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