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선언 1차
태국에서 살아가기를 시작한 지 8년이 지나고 있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또 새로운 이야기들이 마음 속을 후벼판다. 매번 더 단단해 지는구나 하지만, 늘 다시 구멍이 생겨 가시가 후벼들어 온다.
2년 전에 회사를 그만 둔 회사에서 겪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본다.
다니고 있던 회사의 사장은 외유내강(?) 형이다. "외부의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는 부드럽게, 내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괴롭히기 시작한다" 내가 본사에 옮겨서 일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5년, 10년을 회사에서 몸 담았던 사람들이 다 떠나며, 회사에 한국 사람이라고는 사장, 사장아들 그리고 나만 남았었다. 그때는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 했다. 새로온 나는 밝은 이미지를 주려고 웃었고, 모든 사람들은 나의 친절을 우습게 바라봤다. 내가 그들에게서 느낀 감정은... '불쌍한 인생, 살아남으려 노력한다...', '어디 한번 두고보자'
한국인이 혼자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었던 거 같다. 한국어로 해야하는 업무를 도맡아했고, 작은 회사이다 보니 입사한지 3개월 밖에 안되어도 5년이상의 경력을 가진 직원처럼 일해야 했다. 직급도 팀장이었다.
유창하지 않은 태국어로도 힘들었을 당시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입사한 지 4개월된 내가 신입을 가르쳤고, 그 직원이 조금 일을 하기 시작할 때 쯤 사장은 나를 눈엣가시처럼 쳐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보내던 업무 메일을 후임의 이름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메일 보내기 전 내가 다 검토 후 송부, 하나부터 열까지 검사(?)를 받고 일을 했었다. 영리한 친구였지만, 곧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터라, 메일에 어떤 말을 적어야 하는 지도 몰라 쩔쩔 매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적을 지 불러줬어야 했다. 그런 모습을 알 리 없는 사장 눈에는 새로운 친구가 보낸 이메일이 제법 준수했고, 나는 일을 안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사장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매주 금요일 업무 회의는 고문의 수준이었다. 나의 보고가 시작되면 꼬투리에 꼬투리, 어그로에 어그로를 끌어 나쁜 말을 했다. 잔소리 2시간의 회의가 끝나고 앉아있던 태국 직원들이 나를 안아줬다.
'위로받으면 울고 싶다.'...
그들은 " 너 녀석 불쌍하다" "나쁜 말이 맞는 거지? 내가 한국어를 100% 이해했다면, 난 벌써 나갔을 거다" "아무리 봐도 너한테 화풀이 하는 거 같다"라고 나에게 말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에도 분위기가 있고, 그들이 보기에도 나는 사장의 감정쓰레기통이었다.
점심 시간에는 새로운 직원과 셋이 같이 밥을 먹으면, 내 쪽에 등이 보일만큼 몸을 틀었다. 밥먹는 한간 동안 따돌림을 당했지만, 따로 먹겠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면 사장은 자신의 이미지를 내가 깎아내린다고 생각을 했다. 나를 쳐다보지 않았기에 조용히 밥만 먹었지만, 가끔 눈치없는 신입이 나에게 이야기를 넘길 때, 나의 대답은 투명 인간과의 대화인 냥 흘러넘겼다. 그리고 다시 그들만의 대화가 이어졌다. 사장은 80년대 어른들 같은 사람이었다. 권위적이고, 이기적이며, 좋은 사람인 척하는 나쁜 어른이었다. 내가 니네 월급주면서 맘대로 일도 못시키냐며, 무분별하게 업무를 시키며, 꼬투리잡아 사람들 앞에서 깎아 내렸다. 사장의 아들이 사내 이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 베짱이가 안하는 일은 모두 다른 사람의 몫이 되었다. 회의 시간이 아니어도 수시로 사장실에 불려가서 2시간씩 서서 혼났다.
사무실 안의 CCTV로 감시하고, 밤 10시, 새벽 5시 아무때나 업무연락이 왔다. 휴일에 혼자 사무실 나가서 일하거나, 밤 늦은 시간에 회사 이메일에 회신을 했을 때는 칭찬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칭찬을 나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톡방에 메세지를 보내서 그 시간에 일하지않는 자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에서는 4개월동안 인수인계를 요청했다. 내가 입사한 것이 5개월 전이었는데, 무려 4개월 동안 후임을, 그리고 새로 입사할 사람을 가르치라고 요구했다. 도대체 내가 뭘 가르칠 수 있냐하는 마음의 소리는 누구에게도 꺼내 놓을 수 없었다.
두세명이 면접에 합격하였지만, 다른 곳을 택했고, 마지막 한 분은 오래 전에 잠시 경력이 있는 분이었는데, 이틀의 업무 설명 시간동안 "일이 너무 많아요"를 연신 남발하다가, 사흘 째 출근하여 입사 재고를 선언했다 (현명하고 빠르게 도망가셨다).
두 달여 동안 여러 명의 사람이 다녀간 후에 태국인 이사가 나를 불렀다. 그는 나에게 퇴사 재고를 제안했다. 사장의 괴롭힘을 본인이 중재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나는 월급 인상을 요청했고, 3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수락했다. (더 크게 부르고... 협상을 했었어야 했는데... 내가 내민 양심적인 인상 조건이 아쉽다)
이 후에 안 사실은, 이 회사는 일도 많고 월급도 짠 회사로 교민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었다. 태국에서 4년동안 교민들과 교류없이 지낸 나는 결국 직접 모든 것을 체험하고야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