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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버랜드를 찾아서 Sep 04. 2024

참는 법을 배우게 될거야

   " 이렇게 아린 언제쯤 괜찮아집니까?"

    " 괜찮아지지 않아, 참는 법을 배우게 될거야." 

    -드라마 파친코의 대사 중...


  20년전 엄마가 갑자기 뇌졸증으로 돌아가시고, 몇 달동안 아버지를 보러 주말마다 집으로 향했다. 구미에서 동해까지 6시간 정도 걸렸다. 집으로 가는 길 동안 운전하며 울었다. 익숙한 길이었지만, 엄마가 없는 집으로 간다는 사실이 먹먹하게 느껴졌다.  


  여느 때와 같이 퇴근을 했고, 사무실 사람들과 저녁 겸 술을 마셨다. 제법 재미난 회사 생활이었다. 술을 많이 마신 날에는 푹 잘 수 있어 좋았다. 일상과 같은 하루였지만, 그날은 꿈을 꾸었다. 데자뷰처럼 가끔 생생하게 꾸던 꿈.... 꿈에서 엄마가 돌아가셨고, 나는 숨이 막힐정도로 울다가, 울다가, 울부짖다가 잠에서 깨었다. 새벽 5시였다. 

  다시 겨우 잠을 청했다. 출근 시간에 다시 일어나니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친밀하지 않은 나의 가족, 오빠의 전화였다. 그는 울고 있었고, 엄마가 쓰러졌다고 했다. 


  "빨리 와...."

 

  강원도 동해시, 엄마의 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기름이 없어 주유소에 들렀다. 내 세상은 한없이 무너져내렸지만, 나는 예전과 같이 모든 걸 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의식이 없는 엄마에게 가야했다. 계속 숨을 쉬고, 주유를 하고, 계산을 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눈물이 계속 흘렀다. 

  주유소 직원이 "괜찮으세요? 조심히 가세요" 라며 걱정스런 말을 건냈다. 

 

  엄마는 혼수 상태였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는데, 중환자실의 면회는 하루에 두번만 가능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6일을 보내고, 

  내 엄마의 장례를 치뤘다. 

  26살 내 생일이 막 지난 후 였다. 


  혼자 계시는 아버지가 걱정되어 매주 집으로 갔다. 

  늦은 밤에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나의 엄마는 거실에 앉아 나를 기다렸고, 엘리베이터 소리를 들어려고 좋아하는 티비 소리를 낮춰두었다. 현관문을 열면 언제나 나를 반겨주던 사람이... 이제는 없다. 아버지와 오빠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쇼파에 잠시 누웠다. 엄마 냄새였다. 아버지가 많은 것들을 치웠는데, 엄마 냄새가 났다. 쇼파 틈 사이에 엄마가 자주 입던 가디건이 끼어 있었다. 

  검은색 망사 가디건,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그 냄새가 너무 좋았고, 또 아팠다. 그래서 엄마가 앉아 있던 쇼파에 다시 올려두었다. 


  20년이 지났지만, 늘 보고싶다. 흐릿하게 기억나는 엄마 냄새, 그 가디건을 마주했던 순간이 계속 떠오른다. 화장터에 보냈던 엄마를 잠시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한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에 나의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그래도 그 아픔을 참아야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아프지만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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