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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버랜드를 찾아서 Jan 26. 2022

4년만에 찾은 다름의 의미

일출 맛집에 삽니다. 

   4년전에 커다란 여행가방 4개를 줄줄 끌고 조금 긴 여행길에 올랐다. 목표는 태국에서 10년 버티기. 

  딸아이가 9살이었기에, 여기서 고등교육을 마칠 때까지 버티는 게 목표이다. 


  잠시 인연이 닿았던 지인의 집에 잠시 짐을 풀었다. 다음 날부터 지낼 콘도를 찾으러 다녔다. 미리 봐둔 동네가 있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나의 선택은 30년이 다 되어가는 단지가 제법 큰 콘도였다. 작은 코리안 타운 같은 곳 이다. 오피스, 호텔 ,그리고 여러 동의 콘도가 모여 있었고, 연결된 아래층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치원, 식당, 슈퍼, 교회, 옷가게,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과 호프집이 있는 곳이다. 한국의 주상복합아파트와 비슷하겠다. 

  6년 전, 나는 방콕에서 꽤나 떨어진 한적한 곳의 자그마한 주택에서 지냈었고, 집 밖을 나가면 그늘하나 찾아 볼 수 없는 한증막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허리띠같이 보이는 시커먼 독사가 떠내려와서 도로에 기어다녔고, 작은 길로 걸어들어가면 시커먼 돼지가 여유로이 길을 건너다녔다. 남편 지인의 집에 초대되어 2시간 반 정도 택시를 타고 방콕에 온 적이 있었다. 그늘 진 주차장을 가로질러가면, 한국식 삼겹살을 사다 먹을 수 있었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 짬뽕을 쉽게 먹을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태국이라는 나라가 '살만한 곳이구나'라고 느껴졌다. 

  친구들과 떨어져 외로워 할 딸아이를 생각해서 선택한 곳이다. 입학을 준비 중인 학교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낯선 땅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장소였다. 

  콘도 로비에 가면 관리인이 앉아 있다. 관리인에게 '렌트할 방을 찾아왔다. 에이전트 연락처를 달라'고 이야기 했다. 몇 에이전시의 연락처를 받았고, 당장 볼 수 있는 방들을 보러 다녔다. 세대 수가 많은 콘도이지만, 빈 집은 많지 않았었다. 여러 곳에 전화를 하고 드디어 적당한 방을 찾았다. 22평 작은 사이즈이지만, 알뜰한 크기의 방이 3개, 화장실이 2개 있는 방이다. 월세는 50만원정도 이다. 짜오프라야 강변이라 조용하고, 먼지가 없어서 더 좋다. 시내와 떨어진 곳이라 저렴한 편이다. 지하철이 있는 지역에서 방 3개 짜리 집 월세는 사이즈와 역세권 여부에 따라 한화로 12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이다. 아마 더 비싼 곳도 있을테지만, 그런 곳을 찾아 볼 여유는 없다. 

  태국의 학교는 아침 7시 30분부터 일찍 시작된다. 꼭 나 어릴 적이랑 같다고 생각이 되었다. 아침 6시 30분이면 이곳저곳 스쿨버스들의 등교 전쟁을 시작한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서는 6시10분에 집에서 나서야 했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 준비를 하고, 아이를 깨운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에 아이를 재웠다. 정신없이 준비시키다 보면 창밖으로 절경이 펼쳐진다. 늘상 더운 이곳에도 나름 계절이 있다. 어떤 때에는 일출이 빠르고, 어떤 날에는 같은 시각이라도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태국에 와서 얼마되지 않아 임신을 했다. 계획없이 먼나라에서 홀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10개월의 기간동안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땄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는 날에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야 시험을 볼 수 있었기에 며칠씩 밤을 샜다. 공부를 마치고는 태국인을 대상으로 파트타임으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러다가 지금은 작은 회사에 취업하여 매일 아침 아이와 같이 아침을 시작한다. 늘 쫓기듯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만 매일이 불안했다. 회사에 취업하여 출근하면서 불안함이 조금은 줄었던 듯하다.  


  그리고 2021년 새해를 맞던 날에 창문 밖에서 노란 햇살이 들어와 거실 바닥에 그림이 그려졌다. 나는 이곳에서 4년을 지내왔지만, 이제야 창밖에 보이는 그림같은 풍경이 마음에 닿았.... 었다. 

  그날부터 틈틈이 일출 사진을 찍고 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지만, 어떤 날은  '출품해도 되겠어?'  웃음이 날 정도로 멋지다. 며칠 찍어둔 사진들을 넘겨보며 생각한다.


  ' 매일이 이렇게나 다른 날이었구나...' 



  나는 왜 이렇게 하루하루가 힘든 지 모르겠다며 울었었다.  변하고 싶었고 바꾸고 싶었다. 바꿔보려, 변해보려 늘 내 몰리는 사람처럼 바등거렸다. 핸드폰에 찍은 사진들을 보니 동동거리지 않았어도, 매일이 늘 다른 하루였다. 이렇게 보니, 어떤 날은 ... ...  매일 담당히 찾아오는 다름 속에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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