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파랗게 물들었다고
그 파랑으로 물든 시간이
떠나가지 않을 건 아니어서
가령, 풍경 속에서 들킨 것과
엉킨 것들을 풀어가리라 추측해
퍼지는 햇살마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떠나도
지금이 되는 간절함을 이루기 위해
풍경은 향기를 남기고 떠난다
가지고 온 것들을 다 두고
다 담아 갈 수도 없겠다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은
시간으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시간과 너의 시간이 포개져 있는데
어떻게 모든 시간의 풍경을 나눌까
가져갈 풍경 안에 시간은 그저 먹먹할 뿐
길마다 시간의 문을 두드린다.
시간이 떠난다
떠나려는 이유를 묻지 않기로 했다
남은 것과 떠난 것 사이에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면 조금 덜 아플까 싶었는데
그럴수록 하늘은 파랬고 햇살은 빛났다.
서로의 시간과 풍경에 바람이 들면
시린 코끝의 바람 불어도
촘촘한 결마다 끼어든 햇살로 가득하여라
설령 내가 추워도 춥지 않은 이유를
한 줌 햇살로부터 듣는다.
소환되는 시간이 아름답도록
시간이 풍경처럼 지금 흐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