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아침 같다. 바람이 불어도 해가 오르고 구름에 가려도 늘 빛을 품은 하늘은 그대로 하늘이 된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니겠어서 하늘도 계절도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빛난다. 어떤 무수한 영혼이 하나의 영혼처럼 연결된 하늘 아래 무심히 살아가는 그 모든 것들의 삶에 내린 그늘도 어떤 영혼을 만드는 순간으로 온다. 아침 다섯시에도 밖은 밝다. 저멀리 산도 보이고 어떤 선명함은 해가 넘어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해를 가져간 반대편에서 밝아오듯 늘 꺼지지 않는 하루 해 같다. 빛을 가져온 자리 그늘에도 빛이 드는 빠른 아침이 왔다. 일방적으로 오는 삶으로부터 먼저 다가가는 순간 그늘도 빛이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