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이에 책을 읽으려고 두 권을 빌려왔는데 이제 한 권의 책을 읽었다. 한 권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제목도 어쩜 이렇게 낭만적일까. 어느 것을 읽을까. 잠깐 망설이다가 지금은 여름이니까, 제목부터 여름인 책을 펼쳤다. 책 표지부터 숨 쉰다. 푸른 숲이 펼쳐지듯 여름 산이 열리고 그 안의 사람들이 작게 보인다. 무엇보다 숲의 나무도 좋아할 것 같은 공간에 앉아 무엇을 그리는 사람들. 숲의 바람이 일렁이다 오래도록 모여 바람 한가운데 숲을 휘감고 가는 바람처럼 언어는 자유롭고 섬세하다.
누군가 만든 집은 누군가를 닮았다. 손수 만든 음식이며 누군가 행한 어떤 것도 내가 아닐 수 없다. 그 사람의 숨결로 메워진 생각들로 세워진 손길이 닿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일일수록 누군가의 삶을 생각한다. 관계중심에서 오는 거리의 피로감을 줄이는 눈길과 손길은 마음길을 튼다. 그 사이로 연필깎는 소리가 들린다. 숲의 향기를 닮은 나무냄새. 그리고 단정한 마음.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해지는 책,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다. 자칫 빚어진 갈등마저도 품어냰다. 숲이 사람의 마음을 품으면 사람도 자연이 되었다. 부드럽지만 정확하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는 그 사람의 철학 같다. 어쩌면 사명감 같은 것일 수도 있겠는데, 그것으로 휘둘르는 힘의 존재는 전혀 없이 다만 소박한 힘이 숲에서 빛난다.
작가의 언어가 그림 같다. 환상을 그리는 그림은 그림 안에서 존재할수록 개입은 온기가 없다. 흔히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동선을 더듬으면 다듬는 건 현실의 사랑이다. 폭넓고 속 깊은 작가의 손길로 치유는 따뜻하다.
그 어떤 가치는 공동체 안에서 자란다. 존중과 배려는 힘을 북 돋우며 사랑하는 일을 잘 짓게 한다. 갓 입사한 ‘나’ 도 숲에 있었다. 작은 일에도 행복할 줄 아는 다정한 반듯함. 지금처럼 여름이다. 지금처럼 그 숲에도 비가. 쏟아지겠지. 그러면 좋겠다. 빙 둘러앉아 그 숲을 보는 사람들의 쉬는 시간. 갓 입사한 ‘나’ 도 그 숲에 있었다.
더불어 숲에서 살고 오래오래 남아 있는 사람들이 숲을 닮아 갔다. 숲의 정적인 아날로그가 좋다. 대단하지 않은 어떤 것들이 오래 움직이면 결대로 견고해진다. 그 어떤 소리와 사물에도 영혼이 담겨서 근사해져서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다. 섬세한 숨결 냄새. 숲 냄새. 이야기 냄새. 하루가 시작되는 냄새. 무엇보다 그리운 건 갈수록 그 냄새가 나와 연결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친절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다 같이 아는 이곳의 여름도 남겨지고 있다. 이토록 비가 쏟아져 흔적을 지워도 선명해지는 여름처럼. 시나브로.
열린 곳은 마음껏 열고, 닫을 곳은 닫는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주절주절 말할 때와, 멍하니 혼자 있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훌쩍거릴 때,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이는 것이 인간이니까, 방도 거기에 맞춰 역할을 분담하는 게 좋다, 고. 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