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없는 집

by 진구

우리 집에는 의자가 없다. 책상은 있으나 짝이 없으니 몸통과 다리가 분리된 채로 침대와 벽 틈에 감금되어 있다.


의자를 치운 것은 편안함과 이별하기 위해서였다. 퇴근 후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약 1시간 후에 졸음이 밀려오곤 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기억이 끊기는 현상(블랙아웃)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에서 작업하기를 포기하고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작업했다. 하지만 도서관은 내 성향과 안 맞고 카페를 매번 옮겨 다니기에는 음룟값이 부담이 된다.


결국 내 쇄골 높이만 한 책장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서서 작업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식사도 서서 한다. 불편함을 유도하여 졸음을 방지하려는 자구책의 일종이다. 만약 다리가 저리면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자가 없어진 후로는 집에서 작업하다가 모르는 사이에 잠드는 일이 사라졌다. 또한 서서 작업하다 보니 어깨를 활짝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니 구부정한 자세를 방지할 수 있다.




의자 없이 생활한 지 약 두 달이 지났는데, 졸음을 막아 주어 집중력을 높이는 데 꽤 효과가 있다. 다만 장시간 서 있을 경우,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경과를 좀 더 지켜보며 작업 능률을 높이는 데 이 방법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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