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 혼술의 마법

by 진구

혼술을 좋아한다. 다만 혼자서 술 마시는 모든 순간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취기에 기대어 삽시간에 뇌세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혼술을 특히 사랑한다.





나는 가급적이면 집 밖에서 혼술을 즐기려 한다. 주로 알코올음료를 취급하는 카페나 수제 맥줏집 같은 곳을 선호하는데, 8,000원 내외로 술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다.


집에서 마시는 것과 밖에서 마시는 것의 결정적인 차이는 죄책감의 유무다. 마트에서 맥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를 사 들고 집에 와서 먹으면 1시간 후엔 어김없이 졸음이 찾아온다. 얼굴도 안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워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저녁부터 아침까지 황금 같은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에 다음 날이면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반면 밖에서 혼술하고 돌아오면 즐거움과 성취감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살짝 취한 상태에서 소설을 읽거나 블로그를 쓰면 의외로 집중이 잘 된다. 고도의 집중력과 논리적 추론보다는 상상력을 요하는 일에는 적당량의 알코올이 촉매제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이 글 역시 맥주 한 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취기를 빌려 썼다.)


또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 주량 조절도 자연스럽게 된다. 수제 맥주 한 잔이 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더 마시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부담되어 참게 된다. 덕분에 적당히 취한 채로 다른 작업을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매일 혼술을 하면 간 건강에 좋지 않고 예산 관리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적당히 즐긴다면, 사그라들던 의지를 다시 타오르게 하는 불쏘시개가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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