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물림 현상에서 벗어나기
요즘 온라인상에서는 챗GPT로 생성한 지브리 그림체가 대세다. 연인, 가족, 반려동물까지 모두가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처럼 재탄생해 SNS에 공유된다. 마치 어떤 공식이라도 있는 듯, 너도나도 같은 화풍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지브리 스타일이 인기 있는 이유는 아마도 지브리 감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특히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된 커플 프로필 사진은 각자의 초상권을 지켜주면서도 따뜻하고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나는 이 흐름이 점점 식상하게 느껴진다. 지브리화된 이미지들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한다기보다는, 결국 유행에 편승한 결과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GPU가 녹아내릴 정도로 지브리 사진을 양산하는 것에 '물렸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완벽한 그림체가 각자의 개성을 지우고, 모두가 비슷한 이미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나는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특히 소설을 이미지화하는 도구로 쓰일 때 지브리가 효과적이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 역사 소설 『흑뢰성』을 읽던 중, 무사와 승려가 대화하는 장면을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GPT에게 요청해 본 적이 있다. 머리가 벗겨진 무사와 승복을 입은 승려가 일본식 가옥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구현한 사진을 보니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한 장면을 보는 듯 생생했다. 이미지를 보고 다시 소설을 읽었을 때,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더 선명하게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애니메이션화’ 작업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콘텐츠를 다양한 시각에서 습득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의 유행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그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다 보면 일상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