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대체재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맥주 생각이 미친 듯이 날 때가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맥주 한 캔을 다 비울 때쯤 찾아오는 취기와 향, 그리고 청량감을 좋아한다.
특히 느끼한 음식과 짭짤한 안주를 먹고 난 후 맥주로 입가심할 때의 느낌이 좋다. 감자칩, 빵, 피자, 그리고 호프집 기본 안주로 나오는 과자 등 밀가루 음식에 곁들이는 맥주는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다음날 아침까지 맥주 한 캔이 가져오는 쾌감이 종종 내 미래를 삼켜버린다. 그래서 마트에서 주류 코너 앞에 서면 맥주캔 하나를 집어 뚜껑을 따서 목구멍에 털어놓고 싶다는 유혹이 든다. 결국 캔 하나를 집어 집으로 가져온다.
하지만 그 결과는 뻔하다. 취해서 2시간 지나고 꾸벅꾸벅 졸다가 금세 침대에 누워 골아떨어진다. 시간이 삭제될 걸 알면서도 어리석은 소비를 하곤 한다.
그런 내가 요즘 선택한 대안은 ‘탄산수’다. 그중에서도 알코올도, 당도 없는 ‘플레인 탄산수’를 선호한다. 칼로리는 0에 가깝고, 다이어트 죄책감도 없다. 무엇보다 그 톡 쏘는 청량감이 맥주를 닮아 있다. 입 안의 느끼함을 정리해 주는 기분도 똑같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캔맥주 대신 투명한 병을 집어드는 선택 하나가 그날의 방향을 바꾼다. ‘오늘은 탄산수를 마시자’고 마음먹으면 맥주 생각이 잠시 달아나는 동시에 하루의 남은 몇 시간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저녁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기 위해 맥주 대신 탄산수를 마시려 노력한다. 덕분에 취하지 않고 시간을 벌며,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