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과 나쁜 글을 나누는 기준이 있을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열하자면 많겠지만, ‘나에게’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구분이 명확해진다. "나에게 좋은 사람은 나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고, 그 반대는 해를 끼치는 사람이다." 같이 생각하면 훨씬 이해가 쉽다.
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에 따라 좋은 글과 나쁜 글로 나눌 수 있다. 좋은 글을 읽으면, 저명한 학자의 글을 통해 기존의 가치관과 신념 체계가 바뀌거나, 자산 증식에 필요한 투자 방법을 배우는 등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 습득이 아니더라도, 류시화의 시집을 읽고 인도 여행을 꿈꾸게 되거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사랑에 대한 다양한 표상을 상상해 보는 등 경험을 확장하는 것도 좋은 글이 주는 효용이다.
반면, 저자의 의도가 불분명하거나, 의도가 명확하더라도 잘못된 신념이나 지식 체계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면 독자에게 잘못된 배경지식(스키마)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경우, 그 글은 독자에게 해를 끼치므로 나쁜 글이라 할 수 있다. 이오덕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나쁜 글의 조건을 나열한다.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아도 재미없는 글, 누구나 아는 것을 그대로 쓴 글, 자기 생각 없이 남을 흉내 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글,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가치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는 글이다.
그가 말한 조건을 보면 하나같이 독자에게 해를 끼치는 글이라는 점에서 앞서 말한 나쁜 글의 정의와 맞닿아 있다.
한편, 좋은 글과 나쁜 글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글도 있다. 예컨대, 나와 단둘이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지인이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익명으로 등장했지만, 글쓴이는 글에서 내 외모와 성격의 부족한 점을 익살스럽게, 하지만 당사자인 내가 읽었을 때도 "내 얘기구나."라는 걸 알아차릴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 글은 길고 짧은 문장의 리듬, 명확한 주제 의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글이라고 볼 수 있을까? 팩트를 바탕으로 한 표현들이 내게는 ‘팩트 폭격’처럼 다가와 상처가 되었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해로운 글이었던 셈이다. 한편 글쓴이는 -내게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다 해도- 글을 통해 내 앞에서는 하지 못한 말을 시원하게 털어놓았고, 그로 인해 쌓인 감정을 어느 정도 해소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그에게 좋은 글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가르는 기준은 독자의 몫이다. 좋음과 나쁨의 기준은 다소 주관적일 순 있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글이 ‘나에게’ 이익이 되었는가, 해가 되었는가 '합리적 독심(讀心)술'을 발휘하여 글을 읽어 나가는 일이다.
Q. 이 글은 과연 좋은 글일까? 나쁜 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