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나 여기 있다."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진 하나로 나의 위치를 삽시간에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파급력이 때로는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연결 다리가 될 때가 있다.
지난 토요일 오후 3시에 독서모임 사람들과 안산 자락길을 걸었다. 독립문에서 출발해 봉원사를 거쳐 신촌으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신촌에 도착하니 오후 5시쯤 됐고, 신촌역 근처에 있는 숯불고기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처음에는 직원이 직접 고기를 굽고, 추가로 주문한 삼겹살은 맞은편에 앉은 남자 동료 분이 나서서 구웠다. 고기의 노릇노릇한 빛깔이 어찌나 좋던지,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비주얼이었다.
같은 테이블에 있는 멤버들이 배가 덜 찼는지 식사 메뉴를 더 주문하자고 했다. 강된장 볶음밥 2인분, 대파 짜파게티 2인분을 시켰다. 볶음밥과 짜장면이 담긴 접시 두 개가 화로 위에 올려졌다. 소스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걸 보니 스마트폰을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방금 전 찍었던 고기 사진과 짜파게티 사진을 위아래로 합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이때만 해도 1시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지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멤버들과 2차로 신촌역 근처 '바나프레소' 카페에 갔다. 한창 수다를 떨고 있을 때쯤, 2주 전에 결혼한 친구가 스토리에 답장을 보냈다. 서울에도 이런 고깃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사진에 나온 식당이 신촌에 있는 식당이라고 답장하니, 친구가 당장 여기로 오겠다고 한 것이었다. 추진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친구라 당장이라도 나를 보러 신촌에 올 거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가 20분 후에 신촌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열흘 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막 귀국한 참이라 숙소에서 쉴 법한데, 와이프와 같이 밥을 먹으러 오겠다는 것이다. 마침 나도 매장 마감 시간 때문에 20분 후에 카페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얼마나 기막힌 우연인가.
카페에서 모임을 끝내고 친구가 있는, 그러니까 1시간 전에 식사를 했던 식당으로 돌아갔다. 친구 부부는 마침 식사를 끝내던 참이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쏘아 올린 갑작스러운 번개에 어이가 없던 나머지, 나, 친구, 그리고 친구의 와이프 우리 셋은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1분 동안 그저 웃기만 했다.
SNS는 어떤 면에서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만남을 갖게 해주는 데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는 신중해야겠지만, 과시 수단이 아닌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SNS를 활용하면 계획에 없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