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 고깃집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어 보기로 했다. 집에서 후라이팬에 구워 먹는 고기와, 식당 불판 위에서 채소와 함께 굽는 고기는 맛의 결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집에서 차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고깃집으로 갔다. 점심 특선이 9,900원으로 대패삼겹살 300g와 된장찌개 그리고 샐러드바를 무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격이다. 단 여기에는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혼자서 고기 2인분은 괜찮지만 된장찌개 두 그릇은 조금 과하지 않을까 싶어 망설였다. 직원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사이드메뉴(된장찌개, 냉면 등)를 부담스러워 하는 혼자 오는 손님들이 보통 500g짜리를 주문한다고 했다.(나처럼 혼자 고기를 먹으러 오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는 사실에서 묘한 위안을 얻었다.)
500g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 가늠이 안 되는 데다, 버섯이나 단호박 같은 사리를 곁들여 먹고 싶어서 처음 계획대로 점심 특선을 주문했다.
한 접시에 담겨 나온 흑돼지 대패삼겹살 300g은 양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판 위 빈 틈에 버섯이나 떡, 단호박 등 사리로 채우니 조금은 푸짐해 보였다.
예상과 달리 된장찌개는 2인분이 뚝배기 두 개에 나눠 담겨 나왔다. 다행히 양이 많지 않아 혼자서도 두 그릇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설거지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인지 고기를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쌈채소와 각종 반찬을 원없이 가져와 먹을 수 있다는 것도 고깃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하지만 가성비로 보면 여러모로 아쉬웠다. 성인 남성에게 삼겹살 300g은 부족했고, 차라리 같은 돈이면 마트에서 고기 1근(600g), 쌈채소를 사서 집에서 구워 먹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물론 뒷정리와 설거지는 혼자서 감당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경험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고깃집을 혼자서 방문해 보니, 한 끼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고깃집에 오면 일단 배부르고 볼 때까지 고기를 시킨다. 과소비인지, 허기를 채우기 위한 본능적 판단인지 구분이 안 됐는데, 적어도 혼자서만큼은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게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삼겹살이 땡길 땐 친구를 부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