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담긴 글쓰기

내가 글을 쓰는 이유

by 시누의 서재


보는 이도 거의 없지만 이제부터는 글 쓰기를 조금 달리 대하려 합니다.

사실 저는 N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고 있었어요. 120개가 조금 넘는 글을 썼죠.


돌이켜 봤을 때, 어느 순간 초심을 잃은 '열공 모드' 대학생처럼 힘이 많이 빠졌어요.

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글쓰기라고 해도, 좋은 글감을 모아두는 용도라고 애써 위안을 해도 조금 지쳤습니다.

매일같이 글을 쓴지 백일이 넘게 지났고 부지런히 좋은 책을 세상에 알리려 하고 있음에도

읽는 이가 많이 없었거든요. 겉으로 내뱉은 '위안'과는 달리 속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뭐가 문제인가 작성했던 책 리뷰를 그대로 복사해서 검색해봤어요. 오, 결과가 없더군요.

아무래도 N사 블로그의 프로세스 상에서 '신누락'이라고 불리는 노출/검색 누락 현상이 발생한 것 같았어요.

관련된 사항은 처리 요청을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신누락'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저 스스로가 진심이 담긴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매일같이 쓰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점차 개학 하루 전 한달치가 밀린 숙제를 부랴부랴 해나가는 초등학생이 된 느낌이었어요. 어릴 때 방학 숙제하던 기분 생각 나시나요? 우리 꼬맹이들이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신 이유를 곰곰 곱씹으면 진지하게 숙제를 하는 경우는 잘 없었죠. 덕분에, 저는 매번 엉성한 숙제를 냈던 기억이 나네요. 글을 쓰는 것도 그렇습니다.


출처 : 하단 표시

'숙제'가 되면 '마감'에만 온 정신이 팔리곤 했습니다. 글감은 평소에 틈나면 차곡차곡 메모해두기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글감이 나왔다고 해서 저절로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죠. 마치 23시 59분 마감인 팀 보고서를 50분쯤 받아들어 수정하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쓸 말을 고민하는 동안 자판 위의 'ㅇ'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곤 하는데요.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에, 그리고 영혼이 없다는 느낌에 'ㅇ'을 30분 동안 천 번은 넘게 모니터 세상 속에서 지웠던 것 같아요. 그만큼 마음이 붕 떠 있었던 거죠. 못지 않게 진심이 없었던 거예요.


그렇게 쓰여진 글들은 다시 보기 싫은 경우가 많습니다. 부끄럽기 때문이에요. 제가 길고 짧은 숙고의 시간을 거쳐 잉태하고 낳은 자식임에도 자식들을 보기 싫었습니다. 이런 경우 제 자식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본다는 건 많은 분들이 보고 어떤 생각을 얻어가는 것쯤이 되겠네요. 스스로가 진심 어린 영혼을 담아 써내려간 글이 아닌데 읽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얻어갈 수 있을까요.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에게 시간 낭비임이 분명한 글을 잠시 끼적인 것이기에 부끄러웠습니다.


저의 글들이 얼마나 노출되는지는 추후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최소한 고민 가득한 글을 쓰고서 검색이 되니 노출이 되니를 따지는 것이 스스로에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다면 시간이 훌쩍 지나 5년, 10년을 매일같이 쓴다고 해도 저의 글은 신동엽 선생이 말하는 '껍데기'에 불과할 겁니다. '껍데기'는 애초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낼 수도 없을 뿐더러 제게도, 혹시나 제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모두 낭비가 될 것이구요.


이런 생각을 처음 품었던 건 꽤나 오래전 일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숙제' 이상의 글을 쓰지 않았었죠.

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냐면,

우연히 마주한 한 블로거분의 '진심이 담긴 글을 쓰겠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 불편한 진실을 이제는 마주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뼈를 맞았거든요.

그분의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참 담백하고 편안한 글이었습니다. 때로는 조금 길기도, 때로는 몇 줄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지만 항상 그 마음이 느껴졌어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오밀조밀 담아냈는지가 보이는 글이었습니다.

그때, 읽고 싶은 글은 시간에 쫓겨 숙제처럼 쓴 글은 당연히 아닐 뿐더러 화려한 솜씨가 돋보이는 글도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 글을 적어내고 싶은 마음과 고민이 담긴 그런 글이 읽고 싶은 글이었어요.


출처 : https://pxhere.com/ko/photo/485923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읽으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글을 적고 싶었습니다.

그런 글은 진심이 담긴 글이더라구요.

아 그리고, 글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아까의 블로거님이 하셨던 진심이 담긴 글에 대한 말씀이

저라는 한 사람을 움직였다면 그자체가 영감을 준 일이 아닐까 싶었어요.

진심이 담겼기에 누군가를 움직였다고 생각했던 거죠.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글에 진심을 담는다는 게 대단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글을 쓰는 목적을 다시 곱씹어보고, 시간에 쫓겨 '숙제'하듯 하지 않고, 전보다 한두 번쯤 더 고민해보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했는데 글을 다 적어내는데 걸린 시간은 엇비슷합니다.

어쩌면 일부러 진심을 다해 쓰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귀찮다든지, 지쳤다든지 갖은 이유를 들어서요.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다시 진심을 담아 쓰려 합니다. 세상 어딘가의 누군가가 흘깃 보고 말 글이라도

마음이 잠시간 멈춰서 저마다의 생각을 뿜어낼 수 있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해요.


모쪼록 제가 담아낸 모든 글들이 읽는 분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이니까요.




출처 :

2) 숙제하는 아이 이미지 : https://pixabay.com/ko/photos/%EC%88%99%EC%A0%9C-%EC%86%8C%EB%85%84-%EC%96%B4%EB%A6%B0%EC%9D%B4-%ED%95%99%EC%83%9D-1815899/

작가의 이전글구름나라 요정이 내려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