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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23. 2020

평범하지 않다고 괴물이 되는 건 아니야

서평 시리즈#7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아몬드> P.43



맘마맘마 하고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소년은 특별했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특별하다는 건 양면성을 지닙니다.


여섯 살 때부터 피카소의 재림이라 불릴 만큼 영감 있는 그림을 그리거나 대여섯 개 국가의 언어를 능숙하게 하는 특별함은 모두의 환호를 받습니다. 남들이 웃을 때 웃지 않고 울어야 할 때 울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움직이는 특별함은 모두의 눈흘김을 받습니다. 특별하다는 건 그 단어만으로 특별해지는 것만 같지만 사회가 선호하는 특별함은 따로 정해져 있나 봅니다.

특별한 소년 윤재는 어릴 때부터 안 먹어 본 아몬드가 없습니다. 어떤 나라의 아몬드는 쓴맛 때문에 싼 티가 난다고 하고 어떤 나라의 아몬드는 꽤나 훌륭하다고 말하죠.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에게 아몬드를 꾸역꾸역 먹인 이유는 소년의 머릿속 아몬드가 '평범한' 또래 아이보다 작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몬드처럼 생긴 머리 뒤편의 작은 부위, 편도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전해 들은 어머니는 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아이가 감정을 느끼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말에 한참을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를 보다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씁니다.

선윤재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담담히 자신의 소년 시절을 말하죠. 고등학생 무렵은 청년은 채 되지 못한 나이이니 소년이라고 불리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아몬드> 속 남자아이 윤재는 소년처럼 방황하고 세상에 부닥치고 마침내 성장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부단히 애를 쓰니 '소년'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아몬드>는 230페이지가량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독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거쳐온 청소년기를 다소 '특별하게' 헤쳐나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소설은 3년쯤 전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그것마저도 일 때문에 대략적인 내용과 분위기를 알아야 해서 읽었던 것이지 일이 아니었다면 마지막 소설은 훨씬 더 시간을 거슬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정서와는 소설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한동안 놓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무언가 일이 있어 근처 서점에 들러 손에 잡은 <아몬드>. 생각보다 얇은 책의 두께에 '전에는 잡아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나 얇은지 몰랐구나'하고 무심했던 저를 잠시 생각했습니다. 서점의 폐점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두어 시간. 다 읽을 수 있을까 반쯤 걱정이 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아몬드는 놀라울 정도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책이었습니다.


한 소년의 '특별함'을 둘러싼 또래 아이들의 당연한듯한 반응은 옛 생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에 관한 특별함을 가지고 있던 윤재, 우리 개개인의 주위에도 특별함의 종류는 다를지언정 어떤 부류로 특별한 친구는 늘 존재해왔습니다. 단지 스스로가 어렸다는 이유로 그 특별한 존재들을 잘못된 방식으로 대해왔던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보게 됩니다.

감정이 없는 어린 소년, 나이가 들고 머리가 굵어졌다 한들 스무 살이 채 안된 아이를 대하는 사회야말로 감정이 결여된 존재는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윤재는 평범해지기 위해 평범함을 학습한 덕분에 아무것도 다를 바 없는 아이였습니다. 그저 한 명의 똑같은 여린 소년에게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감정이 결여된 것은 오히려 그를 둘러싼 사회라는 존재라는 것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접한 소설이라 여러 번 곱씹으며 <아몬드>가 전하는 짙은 '냄새'를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윤재가 먹은 담백하고 고소한 캘리포니아산 아몬드 향처럼 소설 <아몬드>에서도 짙은 향이 배어 나옵니다. 비록 손에 잡히는 무게감은 여느 고전의 그것처럼 묵직하지 않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느낌은 묵직하게만 다가옵니다.


덧붙여, 손원평 작가께서 예스24가 선정한 '2020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에 오르셨다고 합니다. 매번 말로만 듣고, 서점에서도 매대에 있는 것만 봤었는데 직접 읽고 보니 섬세한 문체, 담담한 묘사, 빠져나올 수 없는 집중력과 흡입력을 갖춘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회에 더 많은 감성과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손원평 작가님과 같은 젊은 작가분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소년 선윤재가 전하는 평범함과 특별함,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 <아몬드>였습니다.



출처(reference) :

1) https://pixabay.com/ko/photos/%EC%95%84%EB%AA%AC%EB%93%9C-%EB%84%88%ED%8A%B8-%EC%98%81%EC%96%91-%EC%9E%90%EC%97%B0%EC%9D%98-5120350/

2) https://unsplash.com/photos/YLSwjSy7stw?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unsplash.com/photos/Pv5WeEyxMWU?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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