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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24. 2020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

서평 시리즈 #8 : <역사의 쓸모> by 최태성

저는 '한국사'가 아니라 '국사'를 배우던 세대입니다.

네, 맞습니다. 벌써 연식이 좀 됐지요. 고등학교를 다닐 때 배우던 국사 과목은 선택 과목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지원서를 쓰려면 국사를 꼭 선택해야 했고 전국에서 날고 긴다 하는 '고인물'들이 많아서

높은 등급을 받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 학원에서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은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라고 합니다. 다들 한국사는 무조건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중학교 때 잠깐 배우는 것 말고도 조금 더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옛 선조들의 발자취 속에 담긴 굳은 결의, 지혜를 알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수백 번 넘게 침략당하면서 짓밟히고 수모를 당했던 선조들의 비극을 알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우리나라는 5천년이 넘는 긴 역사 덕분에 좁은 땅덩어리이지만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크고 작은 사건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태성'

예전에 '국사'와 '근현대사'를 선택했던 분이라면 대부분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최근에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강의는 들어보지 않았을지언정 이름은 다들 알고 계실텐데요.


많은 분들이 고조선부터 대한제국을 넘어 광복,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한반도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그속에 담긴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최태성 선생님과 같은 역사학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다른 많은 훌륭한 역사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다만 이번에 다룰 <역사의 쓸모>는 최태성 선생님의 저서이기에 다른 분들은 그분들의 저서를 통해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타 역사 강사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는 쉽게 읽히는 교양서입니다. EBS 한국사 강의처럼 연표를 외우고 중요 사건들의 앞글자를 따서 노래를 부르는 수업이 아닙니다. 이미 지나간 일들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일들만큼이나 역사를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에 담긴 소중한 유산과 지혜를 통해 독자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올바르게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묻어 나옵니다. 그렇기에 재밌는 주제와 인물은 담뿍 담아냈지만 그것들을 풀어내는 방식은 이야기하듯 술술 물 흐르듯 풀어놓습니다.


▶ 창조 :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조건


뒤늦게 발견된 [직지심체요절]은 그보다 78년이나 앞섰어요. 고려인들이 구텐베르크보다 훨씬 먼저 금속활자를 만들어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인쇄술이 발전한 곳은 동양이 아니라 서양이었습니다. 왜 우리는 약 80년이나 앞서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발전시키지 못했을까요? 고려시대의 금속활자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그 쓰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려에서 금속활자를 이용해 찍은 책은 귀족을 위한 불교 서적 정도였습니다. (중략) 고려에서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던 거죠. 자기들끼리만 보면 되니까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이와 다릅니다. 많이, 빨리 찍어내기 위해 만든 기술이에요. 대량 인쇄를 하면 돈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죠. (중략) 창조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미 있는 물건이나 기술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하는 것도 창조예요.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최초로 발명하진 못했지만, 그의 인쇄기는 인쇄 역사뿐 아니라 중세 유럽의 역사마저 바꿨습니다.


<역사의 쓸모> P.108~109


▶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 정도전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가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유배당하고 유랑하면서 만난 비뚤어진 세상에 문제의식을 느낀 정도전은 그런 세상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을 하나하나 고쳐야 치밀하게 고민했어요. 길고 막막한 인생의 터널에서 주저앉는 대신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중략) 정도전에게 고려가 그러했듯이 지금 우리 사회도 행복하게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부조리와 불합리를 목도합니다. (중략) 사회와 자신에 대한 인식과 비판의 불을 항상 환하게 밝혀놓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쉽게 좌절하거나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 대신 지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보일 겁니다.

<역사의 쓸모> P.178~179


▶ 박상진 :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눈 앞에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그 차이점이 확연하게 보인다면 누구나 망설일 겁니다. 탄탄대로와 가시밭길 중에서 가시밭길로 발걸음을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지만 박상진은 그 길로 들어섰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직업을 얻었는데 포기한 것이죠. 그 이유가 참 감동적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판사로 일한다면 누가 죄인으로 끌려올까요? 아마 불령선인들일 거예요. (중략) 일제에 저항하는 사람들이겠지요. (중략) 판사가 되면 이런 사름들에게 징역과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거예요. 박상진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내가 앉을 자리는 판사의 자리가 아니라 판사의 맞은편, 바로 피고인석이라고 말이죠.

<역사의 쓸모> P. 207


<역사의 쓸모>는 3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1장, 역사에서 배운 성찰, 창조, 협상, 공감, 합리, 소통의 이야기를 담아낸 2장, 마지막으로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 속에서 저자가 주장하고픈 이야기를 꺼내는 3장입니다.

흔히 들어본 인물과 사건도 많지만 처음 접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참 쉽고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그속에 담긴 깊이는 무척이나 깊었어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깊게 깨달을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의 치욕스러운 사건을 잊은 채 굴욕적이고 영혼 없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의미일텐데요. 이미 지나간 일이라 하여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는 '개인'에게도 밝은 미래가 없는 것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역사는 가장 값싼 선생님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밝혀 줍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역사를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길 꿈꾸는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였습니다.


출처(reference) : 

1) https://unsplash.com/photos/ku9Ftte6Ymo?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pixabay.com/ko/photos/%EB%AC%B8%EA%B3%A0%EB%A6%AC-%EC%A0%84%ED%86%B5-%EB%8C%80%EB%AC%B8-%EC%A0%95%EB%AC%B8-2163643/

3) https://pixabay.com/ko/photos/%ED%96%A5%EC%9B%90%EC%A0%95-%EA%B2%BD%EB%B3%B5%EA%B6%81-%EC%A0%84%ED%86%B5-%EA%B1%B4%EC%B6%95-1256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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