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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28. 2020

블루칼라 노동자의 승리

서평 시리즈 #13 : <부의 역발상> by 켄 러스크

* 본 리뷰는 유노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학교도 가지 않았다. 책상 위에서 하얀 셔츠를 입고 펜을 굴리는 전문직도 아니다. 그리고 그는 일 년에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부의 역발상>의 저자 켄 러스크의 이야기이다.


<부의 역발상>의 원제는 blue collar cash이다. <부의 역발상>은 소위 블루칼라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이 인생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본인 스스로가 '블루칼라' 그 자체였던 저자는 블루칼라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십 대 때 학교를 그만두고 하루에 1달러 남짓을 받으며 모래를 퍼 나르던 블루칼라였다.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성공의 조건인 고학력, 전문직, 뛰어난 기술 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반대로 뒤바꾸었기 때문이다. 블루칼라였던 저자가 인생의 '역발상'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기에 <블루칼라 캐시>가 아닌 <부의 역발상>으로 제목을 새롭게 단 듯하다.

주식 투자를 해라, 사업 기회를 모색해라 등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설령 나온다 하더라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의 역발상>은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계산에 맞게 자본을 관리하고 늘이는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실용서는 아니란 뜻이다. 다만, 사람들이 흔히 편견을 가지고 있는 '블루칼라'로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즐기며 거침없는 인생을 개척한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한 대학교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블루칼라 노동자 또한 자신들의 가치를 한껏 올릴 수 있다고 말하는 측면에서 현재 몸이 고된 일에 종사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유심히 봐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흔히들 블루칼라에 대해 '블루칼라'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화이트 칼라'와 구분 짓고 편견을 가지기 때문이다. 편견을 가진 채 바라보던 '블루칼라' 노동자가 어느 순간 '화이트칼라'인 자신들보다 더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면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강렬하게 다가갈 것이다. 독자들은 저자의 삶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부의 역발상>은 다음과 같은 10개의 역발상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 역발상 1 : 어떻게 벌까 말고 얼마를 벌까

- 역발상 2 : 위기에서 부의 통찰을 쌓는다

- 역발상 3 : 부자는 돈만 쫓지 않는다

- 역발상 4 : 남들이 주저할 때가 기회다

- 역발상 5 :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블루 오션 찾기

- 역발상 6 : 왜 꼭 대학에 가야 하는가?

- 역발상 7 : 부자는 시간으로 돈을 산다

- 역발상 8 : 이룰 수 없다면 목표가 아니다

- 역발상 9 : 영영 가난할 바에야 한 번 실패하고 만다

- 역발상 10 : 나누면 배가 되는 부의 역설


일견 챕터의 제목만 봐도 어느 정도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법한 것들도 많다. 허나 찬찬히 살펴보면 켄 러스크가 사람들이 흔히 고된 길이라는 진로를 선택하여 놀라울 정도의 성공과 부를 이룰 수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담겨 있는 내용 중에 남과 다른 독특한 생각을 많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몇 부분을 간략히 요약하거나 인용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누구나 갖고 있는 20리터들이 양동이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회사(방수업체)의 직원들이 모래나 각종 재료를 담는 20리터들이 양동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보고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사람은 모두 20리터들이 양동이를 가지고 있는데 4에서 8리터까지는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들로 채워진다. DNA나 적혈구 등을 뜻한다. 그다음 4리터는 보호와 생존을 위한 기능들이 담겨 있다. 그다음 4리터는 각자마다 다르다. 학교에서 배우고 인생을 살면서 익히는 다양한 기술과 교육 등을 의미한다. 마지막 4리터에는 '감정'이 담긴다. 어떤 사람은 슬픔과 괴로움, 분노 등으로 마지막 4리터를 가득 채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행복과 긍정, 낙관 등으로 채울 수도 있다. 저자는 여기서 사람들은 채울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4리터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채우면 인생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되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우면 극한의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본다고 생각했다.

(p.36~38)


▶ 시련이 와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

인생은 우리에게 예상치도 못한 강력한 변수를 던진다. 언제 올지 모르기에 대비도 할 수 없다. 인생이 원래 그렇다. 우리도 사람에 불과하다. 병에 걸릴 수 있고 가족이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중략) 단 한 번의 시련도 마주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포도나무가 싸워 이겨 내야만 하는 척박한 땅처럼 우리가 겪는 시련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저자의 딸은 흑색종이라는 암으로 한쪽 안구를 적출하고 의안을 착용해야 했다. 12살 때.)

(p.82~83)


▶ 절반 이상의 직업이 학위가 필요 없다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대학이 가르치는 기술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사이의 '부조화'를 논하며 수많은 통계를 더 확실히 했다. 쿡은 2018년도 채용자의 절반은 4년제 학위 소지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애플의 신입 사원 50퍼센트가 대학에 나오지 않았다.

(p.175)


▶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지금 당장 내려야 하는 중대한 결정들이 생긴다. (중략) 지긋지긋한 직장 일에 매사 불평만 하는 것도 시간을 그다지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아니다. 공통점도 없는 지인 부부와 식사를 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도 느낄 수 없다. 그러자 대신 이렇게 말할 용기가 생긴다.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바빠서요."

(p.225)


서점에 가면 발에 밟히는 것이 자기 계발서이다. 저마다의 경험을 살려 타인의 인생을 나락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법을 설파한다. 허나 아직 <부의 역발상>처럼 '블루칼라' 노동자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책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책을 읽은 역사가 길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나 학력을 중요시하고 직업의 귀천에 대한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블루칼라'는 알게 모르게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화이트칼라로 살아간다고 정말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부와 명예, 자아실현을 이룩할 수 있을까? 그렇게 목을 매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들어가서 평생 일만 해도 서울에 있는 아파트 하나 겨우 구하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세상이 현세대이다. 그렇다면 굳이 '블루칼라'라고 눈을 흘기고 쉬쉬할 자격이 있을까 싶다. 결국 똑같이 남의 밑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건 똑같은데 말이다.

오히려 '블루칼라'든 '화이트칼라'든 직업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인생을 달리 바라보아 자신만의 분야에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블루칼라든 화이트칼라든 없어서는 안 되는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어떤 길이든 자신만의 인생에서 원하는 대로 후회 없이 멋들어진 인생을 살라는 것이 저자가 전하고픈 말이 아닐까?


블루칼라의 인생 성공기, <부의 역발상>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유노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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