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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28. 2020

혐오와 불평등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서평 시리즈 #12 :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by 오찬호

* 본 리뷰는 북트리거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선 소크 박사는 특허권 소유에 대한 물음에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로 답한다.

"태양에도 특허를 내나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저 하늘에 영원히 떠있을 자연의 존재 그 자체인 태양은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는 공공재라는 의미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 모든 것이 불평등해도 스스로가 발 딛고 있는 땅, 자연만큼은 평등할 것이라 믿는다. 과연 그럴까?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의 저자인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는 책의 말머리를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불평등이라는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로 열어젖힌다.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주일 동안 739명이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위에 저렇게 수많은 사람이 스러져갔다는 사실도 참혹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주택 내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소득 수준이 빈곤선 이하인 주택가와 독거노인의 집이 다수였다. 빈곤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곳이 우범지역인 것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게다가 에어컨을 사들일 형편도 되지 않는다. 강도 등의 범죄를 우려하여 출입구와 창문을 아예 못질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창문조차 '안전하게' 열어둘 수 없었던 사람들이 방 안에서 쓰러져갔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치안이 보장되는 곳이었다면 피해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천재(天災)가 아닌, 사회 시스템 미비로 인한 인재(人災) 임이 밝혀지자 쿨링 센터가 만들어지고 더위에 취약한 사람들을 피난처로 옮길 수 있는 교통 시스템을 필요시 가동하는 체계가 갖춰졌다고 한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더우면 '에어컨 틀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일 수 있음을 지적하며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환경조차도 누군가에게는 불평등한 그 무엇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한다.  


▶ '가족'의 이름으로 차별하고 혐오하다

우리 사회에서 남자다움, 여자다움에 대한 생각은 매우 견고하다. 사람이라면 이성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게 타고난 본성인 것처럼 규정한다. (중략) 육아를 소재로 하는 예능 방송에서 남자아이가 '남자다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시청자 게시판에는 걱정이 된다는 글이 올라오고...

(p.66~67)


▶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나는 동물을 먹지 말고 만지지 말자는 게 아니다. 살아 있는 존재에 접근하는 방식,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생명체를 대하는 예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보자는 거다. (중략)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에 무엇이든 멋대로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동물 복지에 담긴 철학이다.

(p. 86~57)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다. 최소한 2020년을 통과하고 있는 시기에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흔히 해볼 수 있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저자인 오찬호 씨가 사회학자이기에 베베 꼬아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편함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기에 벌어진 상황일 것이다. 실제로 책의 전반부에 소개되는 '교육', '지방과 수도권', '동물권'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의 이기성 때문에 벌어진 불평등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교육열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현재까지도 교육 수준은 곧 그 사람의 인생 전반을 '결정짓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의 학생들에게 '특별 전형' 등의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성적이 동일한 각각 수도권과 지방에 사는 학생이 있을 때, 지방에 산다고 기회를 주는 것은 같은 성적의 수도권 학생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의견과 지방에는 수도권만큼의 교육 인프라가 없기에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인 주장일 것이다. 저자는 살아온 인생들은 저마다 다를 것이기에 완전히 동일한 출발선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성적이라는 결과만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덧붙여 개인적으로는 지방에서 공부하여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을 했기에 찬반의 의견 모두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느 한쪽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고향에서 공부를 할 때는 지방 인재들에게도 골고루 기회를 주자는 제도를 통해 학교를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맞지만 서울에서 지내다 보니 수도권의 학생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현재처럼 극명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다름과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교육, 노동자, 난민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를 다루는 각 챕터들은 연결하여 볼 필요는 없다. 어느 주제부터 읽는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해당 주제에 대한 이슈와 주장만 독립적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전반에 걸쳐 저자는 이 사회에 '당연함'과 '답게'를 위시한 불평등이 만연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나오는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남자아이가 남자답게 행동하지 않고 여자아이가 여자답게 행동하지 않으면 SNS를 통해 '교육을 똑바로 시켜라'라는 훈수와 비난 일색이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이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바라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물론 사회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혐오와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우리의 자녀들이 이런 세상을 살아가게 해도 괜찮을까?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조언으로 '끝까지 의심하라'는 말을 전한다. 나 또한 조금이라도 나아진 세상을 위해 어떤 사건과 상황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는 편이었다.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발견한 순간이면 마음속에 불길이 일었지만 잠시 의심하기를 멈추면 무심코 불평등을 만드는 사회 속에 일조하고 있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올바르지 않은 것 투성이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그른 것인지 판단하는 올곧은 사고력을 길러야 할 것이고 현상을 의심하는 날카로운 눈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런 눈이 수만 개가 모이면 사회는 조금씩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 대한 끝없는 의심을 요청하는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였습니다.  


* 본 리뷰는 북트리거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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