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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30. 2020

디즈니와 넷플릭스, 그리고 미디어 컨텐츠의 미래

서평시리즈 #14 : <DX 코드:디즈니와 넷플릭스 디지털 혁신의 비밀>

* 본 리뷰는 시크릿하우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라면... 먹고 갈래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내뱉은 이 한 마디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작업 멘트'가 되었습니다. 영어권 국가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나랑 우리 집에서 넷플릭스 보지 않을래?"


TV를 보자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자는 것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넷플릭스'를 보자고 유혹하는 것일까요?

아마 요즘 사람들은 TV 앞에서 채널을 돌리는 것보다 넷플릭스에서 추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더 익숙해진 세대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컨텐츠 공급자 플랫폼은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인 '레거시 미디어'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습니다. 사실 이미 레거시 미디어의 시대는 갔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가 많아졌을 정도로 컨텐츠 플랫폼은 현대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DX 코드 : 디즈니와 넷플릭스 디지털 혁신의 비밀>은 현재 전 세계 컨텐츠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전통적인 컨텐츠 제국인 디즈니를 중심으로 컨텐츠 미디어의 미래와 그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비밀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 DX)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시작은 DVD를 우편 배송하는 서비스였습니다. 급변하는 세태에 맞춰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았다면 넷플릭스는 그 옛날 자신들이 무너뜨린 '블록버스터'처럼 누군가에게 무너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고객이 보고 싶은 어떤 영화라도 제공한다'는 사명에 맞게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는 비즈니스 모델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며 혁신하기 시작했고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 넷플릭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비밀

- 1대 1 개인화 : 맞춤형 서비스(customization)

별생각 없이 넷플릭스에 홈 화면에 뜨는 추천 영상 목록의 스크롤을 내리곤 하지만 가끔 나보다 더 내 취향을 잘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큐레이션 알고리즘의 경지에 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영화를 장르, 길이, 분위기 등을 기준으로 1000여 개 이상으로 세분화합니다. 각각의 조합의 결과에 따라 7만 7000여 개의 마이크로 장르가 만들어지면 고객 행동 성향 분석 알고리즘이 곁들여져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소우주, 넷플릭스'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대규모의 고객 집단보다 철저히 고객 개인에 집중하는 데이터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 몰아보기(binge watching) 개념을 창조하다

조선판 좀비를 그린 '킹덤'의 시즌 1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최초 공개되었을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덕분에 시즌 2도 무사히 나올 수 있었고 사람들은 다음 시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특징은 시즌의 전 에피소드가 한 번에 공개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다음 에피소드가 언제 나올지 기다릴 필요 없이 하룻밤에라도 '몰아서'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처럼 드라마든 영화든 몰아서 보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15시간을 기준으로, 시청 시간이 그보다 아래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시청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획을 진행하고 다음 에피소드, 다른 영화를 곧바로 시청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썸네일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통해 몰아보기에 대한 넷플릭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1.8초의 승부

넷플릭스는 모든 것을 측정 가능하고(measurable) 평가 가능한 함수로 만들고 있습니다. 측정 가능성과 평가 가능성은 넷플릭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측정하고자 시도했던 것들 중에는 썸네일이 시청 유도에 미치는 영향도 있었습니다. 1.8초. 사용자가 수많은 큐레이션 영상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 1.8초라는 것을 밝혀낸 그들은 보다 나은 썸네일을 노출시키기 위해 사용자들의 시청 성향을 분석하고 영화 속에서 적절한 썸네일을 찾아낼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제작하였습니다. 영화 당 수만 개에 달하는 개별 프레임을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여 마침내 우리가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썸네일이 탄생한 것입니다.


창립된 지 이제 20년을 조금 넘긴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는 컨텐츠 시장을 100년 가까이 지배해 오고 있는 강력한 제국이었습니다.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마르지 않은 캐릭터 샘물을 만들어냈고 전 세계 곳곳에 있는 테마파크는 디즈니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미 강력한 제국이었지만 멈추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픽사, 마블 등 대형 스튜디오를 인수함으로써 더욱 많은 컨텐츠와 캐릭터, 판권 등을 확보하고 있었죠. 하지만 디즈니는 미디어 컨텐츠 시장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든 것이죠. 전통의 컨텐츠 강호인 디즈니마저도 스트리밍이 중심이 되는 컨텐츠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것을 보고 강정우 저자는 디즈니를 넷플릭스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으로 선택한 것 같았습니다.


■ 디즈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비밀

- 스토리텔링 머신

디즈니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디즈니 컨텐츠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기계에게 학습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심층 신경망과 다매체 추론 방법을 활용하는 인공 지능 기술을 이용해 실제로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 디즈니 플러스의 출범

디즈니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전통의 컨텐츠 제국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제작이 되면 1차적으로 오프라인 영화관에서 개봉이 되고 2차적으로 케이블 TV 유통업자, 3차적으로 넷플릭스 등 제 3자 컨텐츠 공급자로 넘어가는 식이었죠. 마블에서 제작된 영화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이 1차적으로는 영화관을 찾아야 디즈니 컨텐츠가 소비가 되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랬던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훌루', 'ESPN 플러스'의 3각 편대를 중심으로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가족 중심 컨텐츠를 스트리밍 하는 디즈니 플러스, 스포츠 관련 영상은 ESPN 플러스, SNL(Saturday Night Live) 등 일반 성인용 컨텐츠가 유통되는 훌루를 통해서 모든 연령층, 고객층을 잡으려 하는 것입니다.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디어 컨텐츠의 흐름을 알고 디즈니라는 공룡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DX 코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 하긴 하지만 단순한 사례 분석서가 아닙니다. 미디어 컨텐츠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그 흐름에 맞춰 혁신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을 얘기한 것뿐이지 전반적인 미디어 시장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중심의 컨텐츠 플랫폼 산업의 전망과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컨텐츠 산업이라는 전쟁터에 참가할 플레이어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갈 곳을 잃고 벼랑 끝에 놓인 레거시 미디어의 향후 전망까지 내놓으며 '컨텐츠 플랫폼'에 대한 A to Z를 다루는 느낌입니다.


올 들어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유익했던 책 3권 안에 속한다고 생각됩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에서 보여준 디지털 혁신,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설명하는 수준이 무척이나 깊고 방대했습니다. 내용이 전문화되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DX 코드>는 매끈한 연결과 짜임새로 읽는 재미까지 선사합니다. 거기에 넷플릭스, 디즈니를 넘어서 미디어 컨텐츠 시장의 동향과 개별적인 플레이어들의 움직임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미디어 컨텐츠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 넓지 않아서 처음 접하는 내용들에 신이 났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저와 같이 미디어 컨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싶은 분이라면 무척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퇴근 후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신 분이나 디즈니 캐릭터를 줄줄 꿰차고 있는 디즈니 덕후는 물론 미디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컨텐츠 제국으로 만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그리고 미디어 컨텐츠의 미래를 담아낸 <DX 코드>였습니다.   




* 본 리뷰는 시크릿하우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출처(reference)

1) https://unsplash.com/photos/11SgH7U6TmI?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dBEJG6hv224?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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