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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31. 2020

글로 느끼는 피오르의 황홀경

서평 시리즈 #17 : <노르웨이의 시간> by 신하늘

* 본 리뷰는 출판사 컴인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19 때문에 가장 힘겨운 일 중 하나가 바로 바다 건너 낯선 나라로 훌쩍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일 텐데요. 하늘길이 꽉 막혀 있다 보니 가까운 나라조차 맘대로 다니지 못해서 가끔 속상한 마음이 몰려올 때가 많습니다. 

여행은 숨 막히는 세상 속 작은 일탈입니다. 제가 원래 속해 있던 좁디좁은 사회, 아니 국가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버리죠. 비행기에서 내려 코끝을 감도는 고유한 향기를 맡는 순간부터 짧지만 가슴 깊이 남는 여행이 시작돼요. 1년의 대부분을 지내는 공간보다 길어야 5일 정도인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영감을 얻곤 하죠. 그래서 모두들 여행을 떠나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르웨이의 시간>은 취준이니 코로나니 뭐니 해서 꽉 막혀버린 제 인생을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을 통해 꽤나 여러 나라를 방문해봤지만 북유럽 쪽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때마침 빙하가 빚어낸 아름다운 나라 노르웨이를 글과 사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여, 곧바로 책을 찾아들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신하늘님은 노르웨이에 거주하시는 브랜드 디렉터이십니다. 자체적인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하셨고 노르웨이의 브랜드와 여러 작업을 진행하셨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노르웨이의 시간>은 온통 감각적인 문장과 아름다운 사진들로 가득합니다. 한 문장을 적어내는 데에 많은 공을 들이신 것이 티가 납니다. 고급스러운 노르웨이 매거진이 출간 100주년 기념을 받아 스페셜 에디션으로 노르웨이의 모든 걸 담아낸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붓한 산길을 걷고 걸어 호수에 다다를 때쯤"

(p.29)


'조붓하다...'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지 않나요?

빙하가 수천 년의 세월을 빌려 빚어낸 피오르 해안의 아름다움 덕분인지 노르웨이의 자연 풍광을 담아낸 저자의 글 또한 그 모습을 직접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수려했습니다. 곁들여진 절경은 글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듭니다. 정성스레 만든 내용물을 담아내기 위해 책의 표지, 속지마저 빳빳하고 질감이 좋은 것들로 함께 준비했습니다. 

직접 노르웨이를 담을 수 없는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노르웨이를 떠올리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한 권의 책에 옮겨 담은 느낌이에요. 



책은 피오르로 대변되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 건축, 가구,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까지 담아냈습니다. 초반부에 마치 직접 노르웨이의 3대 트레킹 코스인 프레이케스톨렌, 쉐락볼튼, 트롤퉁가 트레킹 산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던 묘사는 손에 잡히는 책 냄새 가득한 고풍스러운 종이와 어울려 잠깐의 황홀경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시간들을 자연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에서 더욱 묻어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는 자연이 아름다운 국가라고만 편견을 가졌던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였어요.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기에 자연과 인위의 저울 사이에서 자연을 앞지르지 않는 겸손한 미덕을 선보인 노르웨이의 건축. 건축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건축에 대한 깊은 식견을 가지고 노르웨이를 설명하시는 저자의 친절함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윽한 향의 커피를 내려 아침 시간을 가득 메우기 적당한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식 가구와 인테리어들. 우리나라에도 북유럽 가구는 무척이나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인데, 사진으로 고풍스럽게 담아낸 현지의 그것들을 보니 아름다움이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노르웨이의 시간>은 아름다운 책이었어요. 주로 글로만 꽉 채워진 책을 많이 읽었기에 사진과 곁들여진 형태의 책이 낯설기도 했지만 이내 그 낯섦은 행복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저자께서 노르웨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자신만 눈으로 직접 담고 코로 향내를 맡기엔 안타깝다는 생각에 글로 노르웨이의 시간이 흘러가는 과정을 정성스레 표현하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셔터로 담아내 독자들이 함께 노르웨이에 있을 수 있게 만든 것 같았어요. 덕분에 한동안은 노르웨이는 안 가도 될 것 같습니다(ㅎㅎ). 쓰는 이가 진심을 담는다면 한 번도 닿지 않았던 곳의 풍광마저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노르웨이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신 저자께 감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노르웨이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낸 고풍스러운 스페셜 에디션 같은 책 <노르웨이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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